지난해 12월 열린 주한미군 우주군 창설식 = 뉴시스
지난해 12월 열린 주한미군 우주군 창설식 = 뉴시스

[이코리아] 우주 방위 산업에 진출하는 민간기업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미국 매체 데일리 비스트에 따르면 우주 스타트업 ‘트루 아노말리’는 AI를 활용해 적국의 스파이 위성을 탐지하는 소형 위성을 시험하고 있다. 트루 아노말리는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 로켓에 미국 우주군용 위성 2대를 탑재해 발사할 예정이다.

미 공군 소령 출신으로 트루 아노말리를 설립한 이븐 로저스는 자신의 회사가 현재 미군의 군사 시스템보다 더 효과적으로 우주 방어 기술을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로저스는 “트루 아노말리는 적의 우주 능력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도록 설계된 시스템을 현장에 배치해 우주 환경의 안정에 이바지하는 기술을 구축하고 있다. 이렇게 수집된 정보는 오산의 가능성을 줄이고 미국 정부가 더 정확한 투자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라고 밝혔다.

= 트루 아노말리 누리집
= 트루 아노말리 누리집

미국에서는 록히드, 노스롭, 레이시온과 같은 대형 방위산업체뿐만 아니라 트루 아노말리, 블루 캐니언, 맥사와 같은 소규모의 기업들도 방위비 수주 경쟁에 뛰어든 상태이다. 우주 방위 산업은 향후 10년간 크게 성장해 2040년에는 시장 규모가 1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군용 위성과 민간위성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 일론 머스크의 스타링크 위성통신이 사용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미 공군사관학교 우주 및 국제관계 조교수인 스베틀라 벤 이츠하크(Svetla Ben-Itzhak)는  우주 방위의 민영화로 효율성을 향상하고 혁신일 촉진할 수 있다고 말하며 스페이스X의 성공을 사례로 들었다. 민간 기업이 우주 방위사업에 진출하면서 경직된 정부 관료주의보다 민첩하게 실질적인 이점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점도 지적했다. “우주 방어의 민영화는 직접적인 통제력의 상실을 일으킬 수 있다. 민간 기관이 지휘 과정에 끼어들게 되면 기동, 감독, 지휘의 자유가 더욱 제한될 수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의도하지 않은 임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라고 이츠하크는 말했다.

네브래스카-링컨 대학의 우주법 교수 프란스 폰 데르 덩크(Frans G. von der Dunk)도 우주 방위의 민영화에 대해 우려하는 의견을 냈다. 덩크 교수는 “민간기업은 상업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 보안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군사 활동은 투자자와 기업가를 위해 돈을 벌기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 국가 또는 안보와 관련된 집단의 일반적인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수행되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한국도 민간기업의 우주 방위산업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방위사업청은 ‘국방 우주 전문기업 육성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국방 우주 사업의 산업적 기반을 강화하고 우주 사업 추진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역량 있는 우주 분야 기업을 선정하여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방안이 골자이다.

김진홍 방위산업진흥국장은 “그간 정부 주도 우주개발에 방산업체 등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크게 기여한 만큼 잠재력을 보유하였으며, 역량 있는 방산기업을 국방 우주 전문기업으로 육성하는 것은 안정적인 국방 우주 사업 추진을 넘어 국가 우주개발 추진 동력 확보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 픽사베이
= 픽사베이

한편 민간기업이 우주 방위에 진출하게 되면서 민간위성이 군사적 목표가 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UN 총회에서 콘스탄틴 보론초프 러시아 외무부 국장은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우주에서 상업용을 포함한 민간 기반시설을 무력 충돌에 사용한다. 준 민간 기반시설은 보복 공격의 정당한 표적이 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러시아는 지난 2021년 작동하지 않는 자국 위성을 미사일로 파괴하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8일 백악관과 국방부는 민간위성이 적의 표적이 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어려운 문제와 씨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주군 부참모장 데이비드 톰슨 장군은 민간 우주 기업과의 협력을 확대하는 것이 우주군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이지만, 이로 인해 해답을 찾지 못한 질문도 많이 생겼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우주 방위 분야에서 오랫동안 민간 부문에 의존해 왔는데,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이 이 문제를 전면에 부각했다는 것이다.

톰슨 장군은 “새로운 기술이 시장을 열고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우리는 이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모든 변화가 그렇듯이 도전과제를 안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전쟁에 민간 기술을 잘 활용하는 방법과 민간위성이 표적이 되었을 때 어떻게 대응할지 규칙을 짜기 위해 국가 우주위원회, 국가안보회의, 국방부 장관실, 공군, 우주군 부서 내부에서 격렬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러시아의 민간위성을 향한 공격 위협이 한국의 우주개발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박대광 한국국방연구원 국방 전문연구위원은 지난해 국방연구원 유튜브에 '러시아의 서방 상용 위성 공격 위협과 한국 우주개발계획의 미래' 영상을 올려 이처럼 주장했다. 박 위원은 “우리 정부와 군이 발사를 추진 중인 위성은 대부분 소형 위성으로 지구 저궤도에 배치될 예정인데, 기존 위성의 파괴는 저궤도에 새로운 위성을 띄우는데 심각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위성 파괴가 실제로 이루어지면 우주 공간에 파편이 늘어나 이를 파괴하거나 회피하기 위해 추가적인 재정 부담이 발생하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북한도 위성을 파괴할 수 있는 기술적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요격체를 궤도에 올리지 않으면서 운동에너지를 이용해 위성을 파괴하는 '직승 위성요격 미사일'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위원은 북한이 이를 시험한다면 북한이 쏘아 올린 인공위성 '광명성 3호' 또는 '광명성 4호'가 그 시험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박 위원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기반 위성요격 능력 보유는 한미동맹과 북한 간의 ‘힘의 균형’ 변화를 초래할 수 있는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 한미동맹은 북한이 직승 위성요격 미사일 시험을 단행할 경우를 상정해 기술적 차원에서 이를 좌절시킬 방안을 검토하고 준비해 둘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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