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주식 매매 및 보유 추이. (단위 : 십억원, %, 결제기준) 자료=금융감독원
외국인 주식 매매 및 보유 추이. (단위 : 십억원, %, 결제기준) 자료=금융감독원

[이코리아]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주식시장에서 5개월째 순매수 행진을 이어갔다. 하지만 한미 금리 격차로 인한 외국인 자금 이탈이 우려되는 만큼, 지속적인 투자 확대를 유도하기 위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월 외국인은 국내 상장주식을 총 1조1690억원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는 5350억원, 코스닥 시장에서는 6340억원을 각각 순매수했다.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해 10월부터 5개월 연속으로 국내 주식을 순매수하고 있다. 

이처럼 외국인 투자자의 ‘바이코리아’ 행진이 계속되고 있지만, 점차 그 강도는 약화되는 모양새다. 외국인의 순매수 규모나 보유 비중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기 때문. 외국인은 지난 1월 6조1460억원을 순매수했으나 지난달(1조1690억원)에는 순매수 규모가 5분의 1 이하로 감소했다. 지난달 외국인의 국내 주식 보유금액과 비중 또한 각각 635조690억원, 26.7%로 전달(635조9790억원, 26.9%) 대비 소폭 줄어들었다. 

향후 외국인의 국내 증시 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곧 한미 금리 격차가 역대 최대 수준으로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 실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지난 7일(현지시간)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서 “최근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는 최종적 금리 수준이 이전 전망보다 높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만약 전체적 지표상 더 빠른 긴축이 필요하다면, 우리는 금리 인상의 속도를 높일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오는 21~21일 열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연준이 ‘빅 스텝’(정책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예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달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3.5%로 동결했다. 현재 한미 금리차는 최대 1.25%포인트지만, 연준이 이달 FOMC에서 0.5%포인트 인상을 결정할 경우 1.75%포인트까지 벌어지게 된다. 이는 기존 역대 최대 금리차(1.50%포인트)보다 0.25%포인트 높은 수치다. 

연준의 긴축 기조 강화로 한미 금리차가 확대되고 원화 약세가 계속될 경우 외국인의 ‘바이 코리아’도 멈출 가능성이 있다. 실제 외국인은 금통위가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지난달 23일 이후 3거래일 연속 매도세를 이어가며 국내 상장주식을 9197억원 순매도한 바 있다.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 1~2월 두 달간 6조원이 넘는 주식을 사들이며 국내 증시를 부양해왔다.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증시를 이탈할 경우 새해 들어 시작된 상승장이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외국인 투자자는 증시 부양을 넘어 다양한 측면에서 국내 자본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6일 발표한 ‘외국인의 투자 활력 제고와 주식시장의 국제정합성’ 보고서에서 “물론 외국인 투자자의 투자가 국내 주식시장에 긍정적 영향만 끼친다고 할 수는 없다”면서도 “하지만 정보거래자인 외국인 투자자가 증가하면서 지배주주 또는 경영진의 사적이익 추구에 대한 견제가 커졌고 이 과정에서 기업지배구조가 전체적으로 개선되었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장기적으로 외국인의 국내 증시 투자 확대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제도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금융감독원은 지난 1월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를 폐지하고 상장사의 영문 공시를 단계적으로 의무화하는 등 외국인 투자자의 자본시장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남 선임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이번 금융당국의 투자등록제도 폐지는 외국인의 주식시장 접근성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주식시장의 국제정합성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개선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외국인 지분 취득한도 규제의 경우 해외 주요국도 전략적 가치가 있는 기업을 외국인 투자자의 영향력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대부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다른 국가와 달리 개인별뿐만 아니라 외국인 전체 합산 기준으로도 취득한도를 규제하고 있어, 외국인이 투자를 하는 경우 다른 외국인의 지분까지 참고해야 하는 문제가 있어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다. 

남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 규제 완화가 MSCI 선진국지수로의 승격에 긍정적 역할을 하겠지만 선진국 지수 편입이 외국인 투자의 급증으로 이어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외국인 투자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주식시장의 접근성을 국제적 수준으로 개선하는 지속적인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