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 국민들이 정부의 정책 수립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정부는 국민정책제안플랫폼 ‘국민제안’ ‘온국민소통’ ‘국민생각함’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한다. <이코리아>는 정부와 국민들 사이에서 소통을 돕기 위해, 플랫폼에서 토론하는 주제와 쟁점을 해설해 보도한다.

= 국회 국민동의청원 갈무리
= 국회 국민동의청원 갈무리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학교폭력 피해자를 배려해달라는 청원이 최근 연달아 올라오며 현행 학교폭력 대응 체계의 개선을 요구했다. 3개의 청원은 각각 어떤 부분을 문제 삼고 있는지 내용을 살펴봤다. 

지난달 28일에 올라온 ‘학폭 가해자 처분 기준 개정 및 학폭 제도 개선에 관한 청원’은 현재 7,400명의 동의를 받았다. 청원인은 학교폭력의 수위가 심해지고 있으며, 학교폭력 심의 과정에서 피해자의 인권이 유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자신의 아들이 흉기에 팔뚝을 찔려 상해를 당하는 학교폭력을 당했지만, 소관 교육청에서 열린 학폭위에서는 가해 학생에 대해 교내접촉금지 및 사회봉사 처분이라는 가벼운 처벌만을 내렸다고 말했다. 또 이로 인해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은 졸업 때까지 한 건물에서 생활하게 되어 가해자, 피해자, 목격자 모두에게 최악의 결과인 처분이 나왔다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가해 학생의 행위를 점수로 판단하는 ‘학교폭력 가해 학생 조치별 적용 세부기준’이라는 교육부의 고시를 문제 삼았다. 심의위원들은 학폭행위의 "심각성", "지속성", "고의성", "가해자의 반성 정도", "피해자와의 화해 정도"로 구분된 네 개 항목을 점수화하고 산출된 점수에 따라 처분을 내린다. 하지만 점수를 내리는 과정이 의원의 주관에 달려있으며 가해자가 반성한다는 뜻을 밝히기만 해도 학급 교체 이상의 처분이 불가능한 부분을 지적했다. 청원인은 학폭 심의 과정에서 피해자를 전혀 헤아리지 않고 오직 가해자의 교화와 선도에만 목적이 맞춰진 현행 ‘학교폭력 가해 학생 조치별 적용 세부기준’이 개정되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 국회 국민동의청원 갈무리
= 국회 국민동의청원 갈무리

7일에는 학교폭력을 주제로 두 개의 청원이 연달아 올라왔다. 첫 번째로 올라온 ‘학교폭력 피해자 보호에 관한 청원’은 현재 약 120명이 동의했다. 청원인은 학교폭력 피해자 보호를 위해 가해 학생과 완벽한 분리조치를 취해달라고 호소했다. 청원인의 아이는 지난해 4월 학교폭력을 당했는데 가해 학생들은 피해 학생에게 높은 수위의 욕설을 가했으며, 집 베란다 유리창에 돌을 던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가해 학생들은 1차 처분을 받은 후 접촉 금지 기간에도 피해 학생을 협박하는 등 학교폭력을 이어나갔지만 2차 처분은 1차 처분보다 약하게 나왔으며 가해자 부모에게 제대로 된 사과도 듣지 못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청원인은 피해자는 1년이 다 되어 가도록 심리상담과 치료를 받고 있는데 가해자는 지금도 새로운 피해자를 발생시키고 있다고 주장하며 학교폭력 피해자 보호를 호소했다.

같은 날 두 번째로 올라온 ‘12년간 당한 학교폭력에 관한 청원’은 올라온 지 하루 만에 1,100명이 넘는 동의를 받았다. 청원인은 자신이 12년간 학교폭력을 당했으며 정신과 치료와 수술 등 휴유증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또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더는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청원을 올리게 되었다고 밝혔다.

청원인은 학교폭력 피해 방지를 위해 △학교폭력의 공소시효 폐지 △사실적시 명예훼손 개정 혹은 폐지 △피해자의 입장 중시 △촉법소년 폐지 네 가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가해자의 명예보다 피해자의 상처와 피해자의 인권을 보호하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혔다.

최근 정순신 변호사 아들의 학교폭력 논란을 계기로 학교폭력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이 높아지며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학교폭력의 처리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거나 피해자 보호를 호소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14일에는 비영리단체 푸른나무재단이 뉴욕 유엔본부에서 진행된 제61차 유엔경제사회이사회 사회개발위원회 회의장에서 학교폭력에 관심을 촉구하는 연설을 해 국제사회에 학교폭력 및 사이버폭력 예방과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공조와 행동을 촉구했다.

정부 기관과 정치권도 이런 흐름에 따라 학교폭력 대응 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달 20일부터 서울행정법원에는 학교폭력 소송을 전담하는 재판부가 신설되었다. 이전에는 학교폭력 사건을 전담 재판부 없이 일반 행정소송으로 취급했지만, 이제는 판사 1명이 심리하는 단독재판부로 담당이 바뀌게 된 것이다. 행정 1 단독, 행정 2 단독, 행정 5 단독 재판부는 이제 난민, 산업재해 등의 사안과 함께 학교폭력 사건을 담당하게 되었다.

교육부는 6일 서울 서초구 푸른나무재단에서 '학교폭력 예방 및 대응을 위한 현장 전문가 간담회'를 열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중대한 학교폭력 사안에 대한 기록 보존 규정을 강화하는 등 제도적 미비점을 손보겠다고 밝혔다. 이 부총리는 "그간 교육부와 관련 부처, 시·도 교육청, 민간단체, 학교가 협력해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피해학생 보호나 가해학생의 진정한 반성 기회 마련 등 근본적으로 보완할 부분이 많다"라고 말하며 교육당국이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8일 중앙경찰학교의 학교폭력 관리 실태를 점검하고 나섰다. 지난 3일 예비경찰 교육생이 동급생들로부터 집단 괴롭힘을 당했다는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와 파문이 일었는데, 이에 따른 후속 조치다. 경찰청은 중앙경찰학교에서 과거에도 비슷한 피해가 있었는지, 학교에서 피해 예방과 대응을 적절하게 하고 있는지를 전체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며, 추가적인 제보가 접수되면 필요에 따라 수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7일 고위공직자 임용 시 자녀의 학교폭력 개입 여부를 조회하고 관련 내용의 입시 영향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인 '정순신 방지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더불어민주당은 ‘정순신 검사특권 진상조사단’을 출범하며 이와 같은 사실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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