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경림 현 KT그룹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사장)이 차기 KT 대표이사 후보자로 확정됐다. 사진=KT
윤경림 현 KT그룹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사장)이 차기 KT 대표이사 후보자로 확정됐다. 사진=KT

[이코리아] 윤경림 현 KT그룹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사장)을 차기 CEO로 내정한 KT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KT 이사회는 7일 이사 전원 합의로 윤 사장을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확정하고, 정기 주주총회에 추천하는 안건을 결의했다. 이날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는 총 4인의 후보자를 대상으로 심층 면접을 진행하고 이사회에서 대표이사 후보 1인을 확정했다.

1963년생인 윤 사장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연구원(KAIST)에서 경영학 박사를 마쳤다. 주요 경력의 대부분을 통신사에서 채운 IT·통신 전문가다. LG데이콤과 하나로텔레콤을 거쳐 2006년 KT에 입사했다. 

KT에서는 신사업추진본부장과 미디어본부장, 콘텐츠TF장, 서비스개발실장 등을 차례로 역임했다. 당시 통신과 미디어분야에서 남다른 전문성과 뛰어난 현장감각을 지닌 싱크탱크로 평가를 받았다. 2010년부터는 CJ에서 기획팀장(부사장)과 사업팀장(부사장)으로 재직했다. 이후 2014년 KT그룹으로 복귀해 미래융합전략실장과 글로벌사업부문장을 지냈다.

윤 사장은 2019년에 현대자동차로 건너가 모빌리티 관련 각종 협업을 총괄하는 오픈이노베이션전략사업부장(부사장)을 역임했고, 2021년 9월 구현모 현 KT대표의 부름을 받아 KT로 복귀했다. 이후 최고경영자(CEO) 직속인 그룹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을 맡아 △그룹 경영 및 사업전략 △국내외 전략투자 △외부 제휴·협력 등을 이끌어왔다.

윤 사장은 이날 소감문을 통해 "KT CEO 후보로 선정된 것에 대해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며 "최근 정부와 주주의 우려를 충분히 공감하고 있으며, 후보자로서 주주총회 전까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맞춰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소유분산 기업의 지배구조 이슈에 대해서도 "과거 관행으로 인한 문제들은 과감하게 혁신하고, 정부 정책에 적극적으로 동참함으로써 KT가 국민기업으로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KT는 구현모 대표 지휘 아래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연매출 25조원 시대를 열었다. 5G 기반의 인공지능(AI) 전문기업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성장 가능성 높은 신사업에 적극 투자하며 통신회사에서 디지털플랫폼기업(DIGICO)으로 체질을 개선한 결과다.

강충구 KT 이사회 의장은 "윤경림 후보는 디지털전환 전문성을 바탕으로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서 KT가 글로벌 디지털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미래 비전을 명확히 제시했다"며 "또 임직원들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협력적 관계를 형성함은 물론, 기업가치 제고와 ESG경영 강화를 이끌 수 있을 것으로 평가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사회는 궁극적으로 주주가치를 확대할 수 있는 최고의 적임자라고 판단했다"며 "특히 윤경림 후보는 개방형 혁신을 통한 신성장 사업 개발 및 제휴·협력 역량이 탁월하고, 그룹 DX사업 가속화 및 인공지능(AI)기업으로의 혁신을 주도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고 강조했다. 

이제 남은 절차는 오는 29일 또는 31일에 열릴 3월 정기 주주총회다. 하지만 이 또한 순탄치 않을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KT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반대 의사를 밝힐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구현모 현 대표의 연임에 꾸준히 반대 의사를 표했고, 여권이 윤 사장을 '제2의 구현모'로 규정하고 반대 목소리를 냈던 만큼 주총에서 선임이 불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KT 주요 주주는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10.12%), 현대차그룹(7.79%), 신한은행(5.58%) 등이다. 나머지 지분은 국내 기관과 개인, 외국인 등이 보유하고 있다. 현대차그룹과 신한은행의 우호지분을 합치면 13.37%로 국민연금을 앞선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KT의 2·3대 주주인 현대차그룹(7.79%, 현대차 4.69%·현대모비스 3.1%)과 신한은행(5.48%)의 주요 주주이기도 하다.

만약 반대 표결이 더 많아 윤 사장의 대표선임이 무산될 경우 KT는 4월 한 달을 대표 공백 상태로 보낼 수도 있다. 

또 절차대로 선임한다고 해도 정치권 입맛에 맞지 않는 CEO가 임명되면 지난 KT CEO들의 역사처럼 계속된 사퇴 압력에 시달릴 가능성도 있다. 

지난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 7명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KT 이사회가 KT 출신 전·현직 임원 4명만 면접 대상자(숏리스트)로 통과시켰다"며 "차기 사장 인선이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윤경림 사장에 대해 "대표 선임 업무를 하고 있는 이사회의 현직 멤버로 '심판이 선수로 뛰고 있는 격'이라 출마 자격이 없다"며 "KT 이사회가 윤 사장을 후보군에 넣어 그들만의 이익 카르텔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KT 차기 대표 선임에 대한 정치권의 압박이 이어진 가운데 KT 소액주주들이 '집단행동'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네이버 카페 'KT 주주모임' 커뮤니티에 소액주주 200명가량이 모였다. 이들은 정기 주주총회 전자투표하는 법을 공유하는 등 주주들의 참여를 독려하면서 주주가치 훼손에 집단행동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KT의 최대주주는 국민연금이지만 소액주주 지분율은 지난해 9월말 기준 57%에 달하고 외국인 지분율도 40%가 넘는다. 

KT의 수장은 3년 마다 바뀐다. 황창규 전 회장이 연임에 성공한 유례가 있지만, 사업을 추진력 있게 밀고 나가기엔 3년이란 시간은 짧다. 

하나증권 김홍식 연구원은 "가장 큰 문제는 CEO 연임은 물 건너갔고 경영진 교체로 회사 경영 정책이 달라질 것이 분명해졌다는 것"이라며 "여기에 KT 취약점인 과다한 고정비용과 잦은 경영 정책 변화로 인한 실적 신뢰도 저하가 멀티플 할인 요소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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