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석탄발전 조기폐쇄 비용.(단위: 억 원) 자료=기후솔루션
국내 석탄발전 조기폐쇄 비용.(단위: 억 원) 자료=기후솔루션

[이코리아] 글로벌 에너지 위기가 장기화되면서 각국의 탈석탄 정책기조가 장기화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연료비 급등에 대응하기 위해 탈석탄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지만, 석탄발전을 유지하는 것보다 중단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실제 해외 주요국들은 최근 급등한 연료비 부담으로 인해 중단했던 석탄발전을 다시 재개하는 분위기다. 독일은 지난 2018년 탈석탄법을 제정하고 기존 석탄화력발전소의 단계별 폐지를 추진하는 한편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금지했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가스공급이 불안정해지자 지난해 가동을 중단하기로 한 석탄화력발전소 2기를 내년 3월까지 연장 운영하기로 계획을 변경했다. 이로 인해 지난해 독일의 갈탄 화력 발전량은 6.9테라와트시로 전년 대비 6.3% 증가했고, 석탄(무연탄) 화력 발전은 11.4테라와트시로 21% 증가했다. 

중국도 최근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차례로 승인하며 석탄 비중을 늘리고 있다. CNN에 따르면, 에너지·청정공기연구센터(CREA)와 글로벌에너지모니터(GEM)는 지난달 27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중국이 지난해 2015년 이후 가장 많은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82개의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해 106기가와트의 발전량을 허가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4배나 늘어난 것으로 매주 2개의 신규 대형 석탄화력발전소를 가동하는 것과 맞먹는 용량이다. 

국내에서도 석탄발전 감축 속도 조절의 필요성에 대한 주장이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해 국감에서는 한국전력이 연료비 급등에 대응하기 위해 석탄발전상한제를 완화하려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 석탄발전상한제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정부가 지난 2021년 4월 발전공기업을 대상으로 도입한 제도다. 한전은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2022~2026년 재정건전화 계획’에서 석탄발전상한제 시행을 유보하고 액화천연가스(LNG) 발전량 일부를 석탄으로 대체해 연료비 절감 효과를 내겠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 석탄발전은 '가성비' 에너지? 탈석탄이 더 경제적

하지만 석탄발전을 유지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경제적이지 못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연료비 급등에 대응하기 위해 중단기적으로 석탄발전을 재개할 경우 탈석탄 일정이 늦춰지면서 오히려 손실이 커질 수 있다는 것. 

기후솔루션은 지난 2일 발표한 ‘파리협정에 부합하는 탈석탄 및 자산 정리 방안’ 보고서에서, 정책금융을 마련해 국내 석탄발전을 2035년까지 조기 폐쇄하는 것이 석탄발전을 유지하는데 들어가는 추가 비용보다 오히려 경제적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국내 석탄화력발전소를 기대 수명보다 조기 폐쇄할 경우 사업자들이 기대할 보상액을 추산했는데, 2035년까지 탈석탄을 완료할 경우 1조3550억원, 2030년의 경우 5조4227억원의 보상액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석탄발전소 조기 폐쇄를 위해 정책적으로 금융지원을 제공하는 ‘전환금융’을 통해 탈석탄에 나설 경우, 2035년까지 불과 1.4조원으로 석탄발전 관련 자산을 모두 정리할 수 있다는 것. 이는 2021년 1분기 대비 2022년 1분기에 석탄발전 정산으로 증가한 2.9조원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 금액이다. 결국 석탄화력발전소의 발전비용을 보전하는 데 발생하는 비용을 고려하면, 2035년까지 탈석탄을 추진하는 게 오히려 경제적·합리적인 선택이라는 것.

기후솔루션의 보고서처럼 석탄발전의 경제성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는 작지 않다. 네덜란드 연기금 운용기관인 APG는 지난 2021년 김부겸 당시 국무총리와 윤순진 당시 탄소중립위원회 민간위원장에게 서한을 보내 “기후위기 상황 속에서 석탄화력발전소는 한국경제에, 나아가 인류의 미래에 독이 될 수밖에 없다”며 “석탄발전사업은 현금 창출 가능성이 없는 좌초자산이다. 신속한 중단이 사업자에게도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한편 이석영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전환금융이 조속한 탈석탄에 유용한 정책도구이지만, 탈석탄 목표 연도를 앞당기는 기후정책이 동반되어야만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면서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탈석탄 연도를 앞당긴다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자산정리 범위, 규모, 방식 등에 대해서도 사업자뿐만 아니라 노동자, 지방자치단체, 시민사회단체 등 이해당사자들과의 투명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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