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X은행지수 일별 추이. 자료=한국거래소
KRX은행지수 일별 추이. 자료=한국거래소

[이코리아] 은행권을 향한 정부의 압박이 강화되면서 은행주를 향한 투자심리가 위축되는 모양새다. 

실제 새해 들어 금리상승에 힘입어 가파르게 상승했던 은행주는 지난달 이후 하락세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은행지수는 지난 1월 2일 594.44에서 1월 26일 737.07까지 144.63(24.4%) 올랐으나, 이후 꾸준히 하락해 3월 6일 떨어진 635.39까지 떨어졌다. 이는 고점 대비 101.68(-13.8%) 하락한 것이다. 

은행주 상승세가 꺾인 배경에는 정부의 강력한 압박이 놓여있다. 물론 정부가 은행권을 비판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부는 이미 지난해부터 ‘이자장사’, ‘성과금 잔치’ 등의 표현을 사용해 금리상승으로 엄청난 이자이익을 올린 은행권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고통분담’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은행권을 향한 비판의 내용이 조금 달라졌다. ‘고금리’와 ‘고통분담’에 이어, 이제는 ‘지배구조 투명화’와 ‘경쟁 강화’가 은행권을 향한 비판의 새로운 핵심 키워드로 추가된 것. 

실제 올해 KRX은행지수의 일별 등락률을 살펴보면, 정부에서 은행 산업을 향한 강력한 규제를 암시한 이후 하락폭이 커지는 경향이 뚜렷했다. 지난 1월 30일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금융지주사 등 소유가 분산된 기업의 지배구조를 선진화해야 한다고 강조하자 다음 날인 31일 KRX은행지수는 3.3% 하락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은행은 국방보다 중요한 공공재적 시스템이기 떄문에 인허가 형태로 운영 중이며, 과거 위기때도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한 것”이라며 “그만큼 은행의 공정하고 투명한 거버넌스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윤 대통령은 지난달 13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은행의 돈 잔치로 인해 국민들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금융위는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하는 한편, 15일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는 “우리 은행 산업의 과점 폐해가 크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의 은행권 비판 발언이 나온 이후 KRX은행지수는 2월 14일 –2.9%, 2월 15일 –4.3%의 하락률을 보였다. 

이는 은행 산업을 향한 정부의 비판 수위가 높아지면서 규제 리스크를 우려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 2월 1일부터 3월 6일까지 약 한 달간 외국인 투자자는 신한·KB·하나·우리 등 4대 은행지주사 주식을 2786억원 순매도했다. 이 기간 외국인은 하나금융(65억원 순매수)을 제외한 3개 지주사 주식을 모두 순매도했으며, 특히 KB금융(2026억원 순매도) 주식을 가장 많이 쏟아냈다.

은행주를 향한 규제 우려가 해소될 기미도 잘 보이지 않는다. 금융당국이 정부의 정책기조에 따라 은행 산업 경쟁 촉진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추진하고 때문. 실제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은 지난 2일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실무작업반 제1차 회의’를 열고 ▲카드사의 종합지급결제 허용 ▲증권사의 법인대상 지급결제 허용 ▲보험사의 지급결제 겸영 허용 ▲은행의 중기대출·서민금융 취급비중 확대 ▲비은행의 정책자금대출·정책모기지 업무 범위 확대 등 은행과 비은행의 경쟁 촉진을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또한, 그동안 신규취급액 기준으로만 공시됐던 예대금리차를 앞으로는 잔액기준으로도 공시하도록 하겠다는 내용도 발표했다. 

증권가에서도 당분간 은행주의 반등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지난 6일 보고서에서 “은행 펀더멘털 상황을 가늠해 볼 수 있는 1분기 실적 발표 시기까지는 아직 상당 기간이 남아 있는 데다 규제 관련 뉴스플로우 외에는 별다른 이슈도 없어 주가 하락에 따른 가격매력 외에는 뚜렷한 모멘텀이 발생할 여지도 없는 상황”이라며 “다주택자 규제지역 내 주택담보대출 허용 등 주택담보대출 규제 정상화 방안이 계속 발표되고 있지만 현 부동산시장 환경상 대출성장률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도 매우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 연구원은 이어 “반면 은행별 잔액기준 예대금리차와 전세대출금리 비교 공시 추가 확대 등 마진 압박 요인은 지속되고 있는 상태”라며 “당분간 은행주는 규제 우려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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