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스공사 본사사옥. 사진=한국가스공사
한국가스공사 본사사옥. 사진=한국가스공사

[이코리아] 지난해 2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낸 한국가스공사가 민수용 가스요금 미수금을 이유로 배당을 하지 않기로 하면서 소액주주들이 집단 소송을 예고하고 나섰다.

27일 가스공사 소액주주연대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4일 국민신문고를 통해 공사가 삼천리 등 도시가스 소매업체들을 대상으로 미수금 반환 소송과 채권 추심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이어 소액주주연대는 "만약 공사가 나서지 않는다면 미수금 방치를 이유로 상법에 따라 30일 후 공사의 이사와 감사를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집단소송)을 제기하겠다"고 예고했다. 

가스를 수입해 도매로 공급하는 공사가 소매업체들에 이미 공급한 가스에 대한 요금을 받아 미수금을 해결하라는 의미로, 공사의 미수금 회계 처리 방식을 사실상 위법이라고 주장하는 소송이다. 

이현수 가스공사 소액주주 대표는 "한국전력은 전력 판매에 따른 손실을 영업손실로 기재하는데 가스공사의 미수금 처리 회계 방식은 명백한 위법 행위로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 발생의 원인이 된다"며 "소액주주들은 정부가 공사를 장부 가치로 공개 매입해 비상장사로 운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국내 산업용 가스의 경우 원료비 연동제를 매달 시행을 하고 있지만 주택용의 경우 도입 원가가 즉각 반영되지 않는 구조로, 요금 변동 요인이 있을 때 정부 승인을 받아 요금인상이 가능하다. 

현재 공사는 주택 영업용 가스 요금을 원가 미만으로 공급하고 있어 적자가 쌓이고 있는데 이를 미수금으로 처리해 재무제표 상으로는 흑자로 보이는 착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공사의 미수금은 2021년 1조 8000억 원에서 △2022년 1분기 4조 5000억 원 △2분기 5조 1000억 원 △3분기 5조 7000억 원 △4분기 8조 6000억 원으로 증가했다. 올해 1분기에는 12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소액주주들의 가스공사 대상 집단소송 움직임은 공사 창립 이래 처음이다. 이 같은 소액주주들의 반발에 주가도 7% 넘게 급락하고 있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후 1시 10분 현재 가스공사는 전 거래일보다 7.85% 내린 2만8750원에 거래되고 있다. 

유재선 하나증권 연구원은 "호실적 달성에도 불구하고 배당이 이뤄지지 않은 점은 매우 아쉬운 지점"이라면서 "도시가스 민수용 요금이 동결 조치되었기 때문에 미수금은 여전히 누적되는 흐름에 있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서 일정부분 요금 인상이 필요하나 물가 상승 부담 등을 감안하면 기대감을 갖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말했다. 

앞서 가스공사는 미수금이 불어나 사실상 자본 잠식 상태가 됐다면서 배당은 하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공사는 그동안 장부상 순이익의 최대 40%를 주주들에게 배당해 왔다. 

지난 24일 가스공사의 영업실적 공시에 따르면 공사는 매출액,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이 각각 전년대비 88%, 99%, 55% 증가하면서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영업이익의 경우 해외사업 호조에 힘입어 전년대비 99% 증가한 2조 4634억 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당기순이익 증가에도 불구하고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전년대비 121%포인트 증가한 500%, 별도기준 부채비율은 전년대비 190%포인트 증가한 643%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정부와 가스공사는 취약한 재무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무배당을 결정한 것이다. 

가스공사 측은 이번 무배당 결정으로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20%포인트, 별도기준 부채비율은 33%포인트 개선되고, 무배당에 의한 자본 증가로 사채발행한도가 증가함에 따라 향후 에너지 위기 발생 시 재무 대응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미수금 문제가 완화되고, 재무구조가 개선될 경우 과거의 배당정책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선 기업&경제연구소장은 27일 <이코리아>와 통화에서 "현상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소액주주들이 이슈를 삼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시장이 정상적으로 반응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지금처럼 주주들이 집단행동을 하면 정부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 다만 주주와 사측 간 한쪽이 불리한 구도가 있어 이해관계를 제대로 반영할 수 없는 상황이 있다면 그것이 문제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연구소장은 또 "돈을 버는 건 정부가 아니라 국민들이다. 세금으로 적자를 충당하면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스 사용량은 더 많아질 것이고, 가스 가격을 올리지 않으면 지금보다 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갈 것"이라며 "결국 공사의 누적 미수금은 요금을 올려서 회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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