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 KT대표. 사진=KT
구현모 KT대표. 사진=KT

[이코리아] 지난 2020년부터 KT를 이끌었던 구현모 대표가 결국 연임을 포기했다. 차기 대표 최종 후보로까지 선정된 구 대표의 사퇴에 대해 정권교체기마다 부는 '외풍'에 의한 퇴진이 아니냐는 우려도 일각에선 나온다. 

24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 이사회는 23일 "구현모 대표는 KT 이사회에 이 같은 의사를 밝혔고, 이사회는 구 대표의 결정을 수용해 차기 대표이사 사내 후보자군에서 제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한 현재 진행 중인 차기 대표이사 선임 절차는 계속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구 대표는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를 끝으로 KT 대표이사직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구 대표는 지난해 11월 연임에 도전했고 그다음 달 KT 이사회에선 차기 대표 최종 후보로까지 선정된 바 있다. 

하지만 KT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CEO 선임 절차의 불투명성을 이유로 구 대표 연임을 계속 반대하면서 입지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른바 '셀프 연임' 가능성을 우려하며 선발의 공정성에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달 30일 금융위원회의 신년 업무보고 자리에서 소유가 분산된 기업, 이른바 뚜렷한 주인이 없는 기업들은 "지배구조 구성 과정에서 도덕적 해이가 일어날 수 있는 경우 절차와 방식이 공정하고 투명해야 한다"며 국민연금의 입장에 힘을 실었다. KT와 포스코, 금융지주 등이 대표적 소유 분산 기업이다.

결국 KT는 후보 공개 모집에 나섰고, 국민연금을 비롯한 정부의 압박이 지속되면서 구 대표가 결국 연임 의사를 자진 철회를 한 것으로 풀이된다. 

KT는 지난 2002년 8월 민영화된 공기업이다. 하지만 정권 교체기마다 대표가 수사를 받거나 사퇴 압박을 받고 임기를 못 채우는 경우가 허다했다. 

민영화 1기 이용경 전 사장은 2002년 취임 이듬해 노무현 정권이 들어서면서 2005년 8월로 임기를 단임 만료했다. 민영화 2기 대표였던 남중수 전 사장은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납품비리 혐의로, 3기 대표였던 이석채 전 회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 배임과 비자금 조성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CEO직에서 물러났다. 황창규 전 회장은 6년 연임 임기를 마친 유일한 CEO다. 하지만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장(사장) 출신의 황 회장이 정관 규정까지 고치며 취임해 낙하산 인사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구현모 대표는 지난 2020년 3월 황창규 전 회장의 후임으로 오른 공채 출신으로, KT 사상 최초의 전문경영인 CEO다.

구 대표는 임기 동안 KT 실적과 주가를 크게 끌어올리며 경영면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왔다. 구 대표 지휘 아래 KT는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연매출 25조원 시대를 열었다. 성장 가능성 높은 신사업에 적극 투자하며 통신회사에서 디지털플랫폼기업(DIGICO)으로 체질을 개선한 결과다.

실제 KT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는 지난해 12월 복수 후보를 비교 심사한 결과 △사상 첫 서비스 매출 16조원 돌파 전망 △취임 당시 대비 11월 말 기준 주가 90% 상승 △성공적인 ‘디지코(DIGICO, 디지털플랫폼기업)’ 전환 △글로벌 선도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와 그룹 사업구조 및 기업 이미지 개선 △국내 최고 수준의 ESG 경영을 추진하고 있다는 외부 기관의 평가 등을 들어 구 대표를 높이 평가했다.

정부가 '관치주의'의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경영권 시장의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주선 연세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는 24일 <이코리아>와 통화에서 "소유권이 분산된 주인 없는 기업의 지배구조가 선진화되려면 무엇보다 경영권 시장을 길러야 한다. 경영권 시장의 경우 한국은 제약은 없지만 암묵적으로 정부가 기업들을 컨트롤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어 "경영권 시장이 지배구조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야 한다. 아직은 행동주의펀드나 소액주주운동이 일천해서 거대 기업집단을 손댈 정도는 못 되지만 이들이 상당부분 활성화된다면 기업들이 주주가치를 재고하려는 노력을 할 것"이라며 "견제와 균형을 할 수 있는 경영권이 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는 수준이 되어야 선진화된 기업지배구조라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구 대표의 경선 포기로 KT 차기 대표직에는 후보가 33명으로 줄었다. 

남은 후보자는  정치인과 고위 공무원, 내부 임원 등 사외 18명과 사내 15명이다. 내부 후보군에서는 윤경림 그룹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을 비롯해 강국현 사장, 김철수 KT스카이라이프 사장 등이 거론된다. 외부 후보자로는 KT네트웍스 비즈부문장 출신 권은희 전 국회의원,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과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 김성태 전 미래통합당 의원 등의 인사와 김기열 전 KTF 부사장,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 임헌문 전 KT 사장, 최두환 전 포스코ICT사장를 비롯한 전직 임원들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KT 이사회는 다음 주 면접자 후보군을 추린 뒤 다음 달 7일 최종 1명의 후보를 결정하고 차기 대표는 3월 말 주주총회에서 임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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