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도 추가 인상의 여지는 열어두기로 했다.

금통위는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3.50%에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금통위는 지난 4월(1.50%)부터 올해 1월(3.50%)까지 7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3.00%포인트나 인상했으나, 10개월 만에 이를 멈추고 통화정책의 영향을 검토하기로 했다.

금통위의 동결 결정의 주된 이유로는 경기둔화 우려가 꼽힌다. 한은은 이날 발표한 경제전망보고서에서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1.6%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전망치보다 0.1%포인트 하향된 수치다. 금통위는 “국내경제는 주요국의 경기침체 우려가 완화되었지만 IT 경기부진 심화로 수출 감소세가 이어지고 소비 회복 흐름도 약화되면서 성장세 둔화가 지속되었다”며 “앞으로 국내경제는 글로벌 경기 둔화,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부진한 성장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은은 경기둔화 우려가 이번 동결 결정의 이유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금 (기준금리) 수준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물가 경로로 가느냐를 확인해 보기 위해서 (동결)한 것”이라며 “물가를 고려하지 않고 했다는 것은 사실과 맞지 않고 한은 의도와 다르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어 “경기나 금융시장 안정도 고려하지만, 디스인플레이션(물가 둔화) 경로상의 효과를 지켜보면서 가자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이날 회의에서 금통위원 6명 중 5명은 3.75%까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 1월 금통위 회의보다 3명이 늘어난 것이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끝난 것이 아니며 추가 인상 가능성이 남아있다고 암시했다.

금통위는 “국내경제의 성장률이 낮아지겠지만 물가가 목표수준을 상회하는 높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고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도 높다”며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고 긴축 기조를 상당 기간 이어가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 또한 “이번 (기준금리) 동결의 의미는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끝났다는 게 아니고 기간을 두고 다시 올릴지 결정하겠다는 것”이라며 “물가경로가 장기목표인 2%로 가는 것이 확인이 되기 전에 금리인하 가능성을 논의하기는 시기상조”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에 따르면, 이날 

증권가는 금통위의 동결 결정에 대해 예상대로라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추가 인상 여지를 남겨둔 발언을 의식하는 분위기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오늘 금통위 내용은 ‘마침표’라기 보다는 ‘쉼표’일 수 있는 위험성이 부각됐다”며 “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양호한 미국 경기지표로 인한 대외경기 여건 개선 및 중국 리오프닝에 따르는 원자재 가격 방향까지 향후 물가안정 경로에 대한 확신이 약화됐고, 국내 관리물가 상승이 기대인플레로 이어질 수 있는 내부요인까지 염려된다”고 말했다.

윤 연구원은 “추가 인상이 어려울 것으로 제시된 경기둔화 및 부동산 시장 위축 또한 보조적 지표이며, 이를 감안하여 최종적으로 통화정책에 중요한 변수는 ‘물가 경로’가 예상대로 안정될지 여부라는 것을 수차례 강조했다”며 “자칫 2분기에도 추가 인상 실시 정도는 감안한 시장 대응의 필요성이 높아진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반면, 이 총재와 금통위의 추가 인상 관련 발언은 시장의 과도한 비둘기적 해석을 경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 또한 이날 보고서에서 “2월 통방문에서 주목할 만한 포인트는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고 긴축기조를 상당 기간 이어가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갈 필요가 있다’라는 문구를 추가한 점”이라며 “이번 동결 결정을 금융시장이 ‘조만간 인하’로 해석할 수 있음을 차단하기 위한 의도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이번 문구 등장으로 일각에서 제기된 3분기 인하 전망은 4분기 또는 그 이후로 이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NH투자증권도 한은이 올해 4분기 중 금리인하를 실시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통방문과 기자회견에서 총재는 여전히 경기보다 물가 안정화가 핵심 임무임을 강조했다”며 “물가 전망에 높은 수준의 불확실성이 있겠지만 물가 궤적이 통화정책의 핵심 기준이라면 이미 한국의 금리인상 사이클은 종료됐으며 4분기 한 차례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기존 전망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강 연구원은 이어 “2분기 2022년 발생한 러-우 사태로 인한 에너지 가격 역기저 효과가 본격화되는 데 더해 전세가격 급락이 함께 반영되며 한국은행이 예상한 물가 경로에 부합할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과 달리 한국의 서비스 물가 상승률은 작년 10월 이후 하향 안정화됐다. 금리인상을 통한 수요 위축 경로는 서비스 물가를 타겟하고 있다는 점에서 서비스 물가 안정화 역시 한국은행의 물가 경로가 현실화될 가능성을 높여주는 재료”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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