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마트의 세탁기 매장 모습. 사진=뉴시스
서울 시내 한 마트의 세탁기 매장 모습.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지난 5년 간 한국 기업을 옥좨 온 미국 세탁기 세이프가드의 긴급수입제한 조치가 이달 말 완전히 막을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세계무역기구(WTO)가 지난 8일 오후 5시(제네바시간) 미국 세탁기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의 WTO협정 합치 여부를 다툰 분쟁에서 우리 정부의 승소를 판정한 패널 보고서를 WTO 회원국에 회람했다.

미국 정부는 수입산 세탁기로 인해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는 자국 가전업계 월풀의 주장을 수용해 지난 2018년 2월부터 세탁기 세이프가드 조치를 부과중이며, 이에 우리 정부는 그해 5월 WTO에 제소했다.  

미국의 세이프가드 조치는 한국산 세탁기의 연간 수출쿼터 물량을 120만대로 제한하며, 쿼터 한도 내에서는 14~20% 관세를 부과했다. 만약 이를 넘어서면 30~50%의 높은 관세를 물도록 했다. 이 조치로 삼성전자·LG전자 등 우리나라 기업들은 연간 1억5000만달러(약 1800억원) 이상의 추가 관세를 부담하게 됐다. 

월풀 제소 후 5년이 경과됐으나 국내 가전기업들은 북미에 공장을 세워 제재를 무력화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7년 6월 뉴베리카운티에 3억8000만달러(약 4760억원)를 투자해 생활가전 생산거점을 마련했다. 지난해까지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뉴베리카운티에 있는 가전제품 생산공장에 약 5억달러(약 6200억원)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 테네시주 세탁기공장은 북미시장 공략과 트럼프 행정부의 세탁기 세이프가드 조치에 대응하기 2017년 8월 착공해 2018년 12월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LG전자 측에 따르면 지난해 9월 테네시 공장에 건조기 라인이 신설됐으며, 올해 상반기 세탁건조 일체형 워시타워 라인이 구축될 예정이다. 

또 코로나19로 인해 가전 소비 수요가 크게 늘면서 한국산 세탁기가 미국 내 점유율 1·2위로 올라서게 됐다. 시장조사업체 트랙라인에 따르면 2021년 4분기 기준 미국 생활가전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20.3%(이하 금액 기준)로 1위, LG전자가 18.8%로 2위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미국 월풀의 점유율은 15%에 불과했다. 

이번 패널 판정에서 우리 정부는 세이프가드 조치의 본질과 관련된 핵심쟁점인 ▲수입증가 ▲국내산업 정의 ▲국내산업 피해 ▲수입증가와 국내산업 피해간 인과관계 ▲예견치 못한 전개 등 5개 모두에서 위법 판정을 받아냈다.

다만 피소국인 미국이 WTO 패널 판정 결과를 그대로 수용할 경우 분쟁은 종료되나 상소할 경우에는 분쟁상태가 지속된다. WTO 규정상 상소시한은 60일 이내다. 미국이 상소할 경우 현행 세이프가드는 내년 2월까지 지속된다.

윤창현 산업부 통상법무정책관은 "이번 패널 판정을 계기로 미국의 세탁기 세이프가드 조치가 조기에 종료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향후에도 WTO 회원국으로서의 권리와 우리 업계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WTO 분쟁해결절차를 적극 활용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 정책관은 또 올해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교란, 미·중 경쟁 등 통상환경의 불확실성이 확산될 것으로 진단하고 "민관 합동 수입규제 모니터링 시스템을 보다 강화해 우리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외국의 수입규제 조치에 대해서는 철저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판정 결과는 국내 가전업계의 대미 세탁기 수출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류재철 LG전자 H&A 사업본부장 사장은 지난달 9일 미국 테네시공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본적으로 세이프가드가 없어지면 제품에 관해서는 관세 방법 등이 더 좋아질 수 있는 것도 있다. 세이프가드가 없어질 경우, 사업에 플러스알파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20일 <이코리아>와 통화에서 "WTO의 우리 정부 승소 건은 업계에서 당연히 환영할 만한 일이다. 미 트럼프 정부에서 시작된 세이프가드 정책이 바이든 정부까지 이어지고 있는데 이번 일을 반면교사 삼아 동맹국 중심의 신뢰관계가 흔들리면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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