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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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리아] 정치권의 은행 때리기가 여야를 가리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역대급 이자이익과 성과급 논란이 계속되면서 은행권의 고통분담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는 모양새다.

최근 논란이 된 것은 은행권이 지난해 지급한 성과급 규모다. 국회 정무위원회 황운하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5대 은행(신한·우리·하나·KB·NH농협)이 지난해 지급한 성과급은 총 1조382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1년 대비 약 35%(1조19억원)나 증가한 것이다. 

늘어난 수익을 직원과 나누는 것을 비판하기는 어렵지만, 지난해 실적 성장이 은행권의 자체적인 혁신과 노력보다는 금리인상에 따른 이자마진 확대 덕분이라는 점은 명확하다. 실제 지난해 신한·KB·하나·우리금융 등 4대 은행지주사가 올린 이자이익은 39조6735억원으로 전년(33조494억원)보다 20%나 증가한 반면, 비이자이익은 8조7300억원으로 전년(11조6840억원) 대비 25.3%나 감소했다. 

금리·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가계부담이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은행권의 성과급 규모는 여론의 역풍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 실제 지난해 6706억원의 성과급을 지급해 2위 KB국민은행(2044억원)과 세 배 이상의 격차로 1위를 차지한 NH농협은행은 지난 14일 급하게 해명자료를 냈다. NH농협은행은 “각 은행별 급여체계는 매우 상이하다”며 “당행의 성과급 관련 자료는 기본급을 제외한 정기상여금 등이 포함된 계수로 급여체계가 다른 타행 계수와는 차이가 크며, 상여금, 성과급 등을 포함한 당행의 총 급여는 타 시중은행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정치권의 은행 때리기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 정치권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은행권을 향해 날카로운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3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은행의 돈 잔치로 인해 국민들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금융위원회는 대책을 마련하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은행의 고금리로 국민 고통이 크다”며 “수익을 어려운 국민,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에게 이른바 '상생금융'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배려하고 향후 금융시장 불안정성에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튼튼하게 쌓는 데에 쓰는 것이 적합하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 또한 14일 페이스북을 통해 “국내 은행권의 이번 영업 이익 행렬은 대내외적 위기로 인한 반사적 ‘잭팟’ 일 뿐이란 것을 명심해야 한다”며 “고금리 덕분 이자장사로 마치 ‘로또’라도 당첨된 듯 즐길 때가 아니라 국민들과 고통을 분담할 지혜를 함께 모색해야 하는 초유의 위기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야권도 마찬가지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공공요금 폭탄에 고금리로 서민의 시름은 깊어지는데, 은행은 ‘성과급 잔치’에 ‘명퇴금 파티’다”라며 “대출 부실에 따른 대손충당금 등의 대비와 별도로, 서민 대출이자 경감 등 이익의 사회 환원 방안을 적극 모색하기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은행권 때리기가 계속되면서 은행을 보유한 금융지주사에 대한 지배구조 개선 논의도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금융위 업무보고에서 “과거 정부 투자 기업 내지 공기업이었다가 민영화되면서 소유가 분산된 기업들은 소위 '스튜어드십'이라는 것이 작동돼야 한다”며 “소유가 분산돼 지배구조에 모럴해저드가 일어날 수 있는 경우에는 절차와 방식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 최근 연임이 예상됐던 주요 은행지주사 최고경영자(CEO) 일부는 ‘세대교체’를 이유로 용퇴를 결정했다. NH농협금융과 우리금융은 관 출신 인사가 차기 회장 후보로 내정되면서 관치 논란을 빚기도 했다. 

정유사를 타겟으로 삼았던 횡재세 부과 논의가 은행권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실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지난해 9월 정유4사 및 16개 은행을 대상으로 초과이익에 대해 50%의 횡재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정유4사의 4분기 실적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는 점을 고려하면, 은행권이 주된 횡재세 논의 대상으로 떠오를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은행권으로서는 정치권의 은행 때리기가 억울할 수 있다. 실제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정책서민금융 제외한 가계예대금리차(단순 평균)는 지난해 8월 1.39%에서 12월 0.73%로 0.66%포인트나 감소했다. 대출만기연장·이자상환유예 등 코로나19 금융지원에 나서며 여신 리스크를 감당하는 한편, 지난해 레고랜드·흥국생명 사태로 자금시장이 경색됐을 때는 5대 은행지주사가 95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지원하기도 했다. 금융당국이 위기 대응을 위한 충당금 추가 적립 및 배당자제를 요청하고 있지만, 은행권의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지난해 9월말 기준 223.9%로 전년 동기 대비 67.2%포인트 상승했다. 

다만 은행의 실적 성장이 과점 체제 속에서 가파른 금리상승에 힘입어 가능했다는 점에서, 가계의 이자 부담이 줄어들지 않는 한 비판 여론이 잠잠해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정치권의 고통분담 요구가 커지는 상황에서 은행권이 어떻게 대응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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