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콘코리아 2023에 입장하기 위하여 대기중인 긴줄.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세미콘코리아 2023에 입장하기 위하여 대기중인 긴줄.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이코리아] 지난 2월1일부터 4일까지 3일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는 ‘세미콘 코리아 2023(Semicon Korea 2023)’이 개최되었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와 같은 반도체 제조사 뿐만 아니라 제조공정에서 꼭 필요한 설계, 웨이퍼가공, 패키징 및 테스트에 관여하는 450개 기업이 2,100개의 부스를 꾸렸고 코엑스의 A,B,C,D 등 모든 관이 전시회에 동원되었다.

주최측은 전시회에 약 6만명의 참관객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으나 예상과 달리 첫날 10만에 가까운 관람객이 몰렸다. 전시회 입장을 위한 줄서기만 2시간이 걸렸고 전시장 안에서의 이동도 자유롭지 못했다. 미국의 첨단 반도체 장비의 대중국 수출제한이 시작되고 코로나19로 출입국 규제가 완화되면서, 수많은 외국인들이 한국 반도체 전시회에 더 큰 관심을 보였다.

반도체 제조의 원료가 되는 다결정 실리콘.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반도체 제조의 원료가 되는 다결정 실리콘.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2022년 한국의 반도체 수출은 약170조원으로 정부예산 638조원의 약 4분의1에 달할 정도이며, ‘반도체가 한국을 먹여 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 반도체 수출이 10% 정도 감소되어 한국경제에 혹한기가 찾아올 것으로 전망되지만 세계적인 노광업체인 ASML 등은 현장에서 신입사원들의 면접을 진행하며 적극적으로 사세 늘리기에 열심이었다.

일반적인 DRAM의 수명은 약10년이고 UltraDRAM의 경우 수명은 무려 1,000년에 달한다. 하지만 SSD나 USB에 사용되는 플래쉬메모리의 경우 100,000번 정도 충방전을 반복할 경우 수명을 다하게 된다. 그래서 대부분의 SSD는 웨어레벨링 기술로 충방전을 균일하게 하고 사용하지 않는 불록을 미리미리 비우는 트림(Trim)기능을 활용하여 기록 속도를 높인다.

웨이퍼 전 디스크형태로 가공된 실리콘.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웨이퍼 전 디스크형태로 가공된 실리콘.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플래쉬메모리는 1년 이상 전원을 인가하지 않으면 가끔씩 전하가 모두 빠져서 기록이 사라지기도 한다. 반도체는 컴퓨터, 스마트폰뿐 아니라 대부분의 가전제품에 사용되므로 비록 일시적 수요가 줄었다고 하여도 세계적 수요는 지속된다. 또한 6.4Ghz의 높은 주파수에서 작동하는 DDR5메모리와 GPU와의 속도를 개선하고 3차원 적층기술을 활용한 고대역메모리인 HBM5의 출현은 새로운 반도체 수요를 창출한다.

미국은 지난 10월부터 첨단반도체 장비를 중국에 판매하지 못하도록 막았고 일본과 네덜란드가 이에 동참하기로 했다. 그런데, 한국의 SK하이닉스는 이미 약30조원, 삼성전자가 이미 약20조원을 중국에 투자했다. 반면 삼성전자가 미국에 투자한 금액은 약 5조원이고, SK하이닉스는 필자의 실리콘밸리 사무실 바로 옆에 연구소 정도만 운영하고 있어 한국기업들의 큰 피해가 우려된다. 반면 일본 정부는 한국을 따라잡기 위하여 약 7조원을 투자하여 대만 TSMC의 일본 내 공장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패턴을 전시하는데 사용되는 포토마스크.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패턴을 전시하는데 사용되는 포토마스크.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지난 10월 발표된 미국의 반도체규제는 ‘미국기업은 18나노(10억분의 1미터)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14나노 이하 로직반도체’를 생산하는 중국기업에 반도체 장비를 수출하지 못하도록 하였다. 이로 인하여 중국정부의 지원을 받는 중신궈지(SMIC)의 경우 기술수준이 2011년 경으로 후퇴하게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도체생산에서 위에서 설명한 패턴의 간격과 적층, 수율은 경쟁력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삼성전자와 대만의 TSMC가 이미 3나노 공정에서 양산을 시작했고, 삼성전자는 주력이던 7나노 공정에서 벗어나 평택에 새로운 3나노 제2세대 공정에 사활을 걸고 있다. SK하이닉스도 다양한 10나노 공정의 제품을 새롭게 준비하고 있다. 작년에 토요타와 소니, 소프트뱅크, NEC 등 일본의 8개 회사가 일본에 설립한 라피더스는 현행 일본최고의 40나노 공정을 뛰어넘어 2027년까지 2나노 공정에서의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쉬 분야에서 176단 제품을 생산하고 있고 이미 238단을 준비하고 있으며, 삼성전자 낸드플래쉬도 적어도 176단 이상의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세공정에서의 수율을 보면 3나노 보다 뒤쳐진 4나노 공정에서 TSMC의 양품수율이 70%, 삼성전자의 수율은 약50%로 TSMC가 일부분 삼성전자를 앞서가고 있다.  

반도체 하단에 장착되는 금속패턴.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반도체 하단에 장착되는 금속패턴.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반도체 제조업은 ‘국가 핵심기술’로 지정된 한국의 선도 산업인데, 반도체 제조사들은 다양한 첨단 기술을 전시회에서 소개했고 수많은 외국업체들도 한국의 우수 제품 물색에 관심이 많았다. 우선 한미반도체는 다양한 웨이퍼 절단기계를 선보였고, 이화다이아몬드 등은 웨이퍼 두께를 줄여주는 다양한 연삭날을 공개했다. 스크린(Screen) 등의 업체는 연마된 웨이퍼를 세정하는 장비들을 공개했다.

주성엔지니어링은 연마가 끝난 웨이퍼에 이산화규소나 질화규소 등으로 구성된 막을 증착시키는 장치를 소개했고, 티씨케이 등은 증착에 사용되는 다양한 원료공급을 홍보했다.

하이텔베르크는 화합물 증착이 끝난 웨이퍼에 자외선으로 패턴을 조사하기 위한 포토마스크를 소개했고, 최근 유명세를 타며 언론에 자주 회자되는 ASML은 자외선과 마스크를 이용하여 포토마스킹을 하는 첨단 장비를 소개했다. 현재 네덜란드의 ASML, 일본의 니콘과 캐논 정도만 높은 굴절율을 가진 액침노광 장비를 세계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이들은 이미 중국에 일부 장비를 공급하지 않기로 하였고 한국의 반도체기업들에 대하여도 공동대응 움직임을 보여, 일본이 한국기업을 위협할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확대되고 있다.

TEL과 Maxis는 노광이 끝난 부품에서 불순물을 제거하는 에칭장비를 선보였다. CSK 등의 기업은 에칭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유독 기체를 제거하는 재해장비를 홍보했다.

노광을 끝낸 반도체는 p와 n극의 역할을 하는 불순물을 증착하게 되고, 금속접점을 부착하고 반도체로서의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물론 위 제품에 플라스틱 패키징이 더해지고 288핀 PCB 또는 SATA나 NVME 인터페이스를 가진 PCB에 장착되기도 한다.

반도체 경기로 인해 올해 한국경제에 보릿고개가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속출하고 있지만, 반도체 웨이퍼 등의 제조사들은 2~3년후 다가올 경기호황을 예측하고 10조원의 투자계획을 세우고 있다. 대만의 글로벌웨이퍼스, 독일 실트로닉, SK실트론, 일본 섬코, 일본 신에쓰 등이 그 예이다.

한국반도체가 침체기라며 국가적인 경제위기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전시회에 몰린 수십만 참관객들은 어려울 때에 미래를 보고 기술과 설비에 투자하겠다는 원대한 야심을 보였다. 미국 발 반도체전쟁이 심화되는 지금도 무역인력들은 한국산 반도체를 하나라도 더 팔고, 연구인력들은 효율적인 위탁생산을 위하여 주야를 가리지 않으며 한국경제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노력에 동참하고 있다.

[필자 소개] 여정현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대우그룹 회장비서실, 안양대 평생교육원 강사, 국회사무처 비서관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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