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 ‘하늘다리’로 제1회 문학의문학 장편소설상을 수상한 작가 우영창의 네 번째 장편소설 ‘배를 내민 남자’(오프로드)가 출간됐다. 하층민으로 전락한 40대 가장이 가정을 재건하고 아내를 왕비로 등극시키기 위해 불철주야 뛰는 이야기이다.

철강회사에서 납품 비리 건으로 해직된 40대 가장 김무종은, 일식당에 나가고 있는 아내 변가영과 초등 1학년 아들 경서, 유치원 다니는 딸 민주와 함께 18평 연립주택에 살며 샴푸 세일즈맨으로 뛰고 있다. 3년 안에 영업왕이 되어 아파트를 사고 가정을 재건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 그의 앞에 17년 전 짝사랑했던 옛 여자가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다룬다. 

두 권짜리 소설임에도 페이지 터너가 매우 빠른 편이고 서사 위주임에도 디테일은 풍성하면서도 치밀하다. 남성이발소나 녹색 어머니회 상대의 모닝샴푸 소개 강연, 퇴직임원들과의 만남 등 몇몇 장면은 특별히 인상적이다.

한국어가 이렇게 의외로 쓰이기도 하고 재미있을 수 있다는 건 하나의 발견이라 하겠다. 더 붙이자면 한 번씩 제대로 웃기고 모욕과 비애의 쓴맛을 수시로 제공한다. 마치 어디서 느닷없이 나타난 소설 같다. 

작가는, 문학은 ‘글자를 새로운 순서로 늘어놓는 것’이라며, 그 순서에 따라 인간의 감정과 사상, 그리고 사회와 세계의 다양한 얼굴이 새롭게 또 놀라운 모습으로 드러난다고 말한다.

“작가라고, 나이가 들었다고 인생에 대해 특별히 아는 게 있겠는가. 그래서인지 이 소설엔 밑줄 칠만한 구절일랑 별반 없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모르는 걸 알려고 하는 대신 문장이나 조사 같은 걸 고치는 데, 스토리와 플롯을 만지는 데 하루를 보내는 나날이 10여 년 계속되었다. 사람마다 10여 년 걸리는 일이 있기 마련이다. 누군가는 한 사람을 이해하는 데  그 정도 시간이 걸리고, 누군가는 방 한 칸 마련하는 데 그보다 시간이 더 걸린다.”

앞으로 또 10년, 우리는 각자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가. 우리 모두에게 가끔은 행복하고 가끔은 아름다운 그런 시간이 예비되어 있기를 바란다고 작가는 말을 맺었다. 

저자 우영창은 1956년 포항에서 태어나 중앙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2008년, 증권사 여직원의 일상과 사랑을 파격적으로 다룬 장편소설 ‘하늘다리’로 ‘제1회 문학의문학 장편소설상’을 수상했다. 이후 매우 이상한 이유로 성인(聖人)이 되고자 고투하는 셰익스피어 단역배우의 삶을 다룬 ‘성자 셰익스피어’(2010년), 부패와 탐욕에 빠진 금융업자들을 표적 테러하는 ‘세계금융정의연대’ 조직원의 투쟁과 사랑을 다룬 ‘더 월’(2011년)을 잇달아 펴냈다. ‘배를 내민 남자’는 11년 만에 펴내는 네 번째 장편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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