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03회 국회(임시회) 4차 본회의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소추안이 가결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03회 국회(임시회) 4차 본회의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소추안이 가결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지난 8일 국회를 통과했다. 헌정 사상 첫 국무위원에 대한 탄핵 소추에 대해 언론은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앞서 국회는 지난 8일 오후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등 야 3당이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등을 이유로 공동 발의한 이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무기평 표결에 부쳐 총 투표수 293표 중 찬성 179표, 반대 109표, 무효 5표로 가결해 헌법재판소로 넘겼다. 이 장관은 헌재의 탄핵 심판 전까지 직무상 권한이 정지된다. 

◇ 이상민 탄핵, ‘의회주의 포기’ vs ‘윤석열 정권 무책임’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뉴스 빅데이터 분석시스템 ‘빅카인즈’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검색하자,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971건의 기사가 보도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8일 가장 많은 479건의 기사가 쏟아졌으며, 이후 기사량이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이 장관 탄핵소추 관련 기사에 가장 많이 등장한 핵심 연관키워드는 ‘탄핵소추안’이었으며, 그 뒤는 이번 탄핵소추를 주도한 ‘더불어민주당’, 탄핵심판을 진행할 ‘헌법재판소’ 등의 순이었다. 

‘대통령실’과 ‘의회주의 포기’도 이 장관 관련 기사에 자주 등장한 연관키워드 목록에 포함됐다. 대통령실은 지난 8일 이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자 “의회주의 포기이다. 의정사에 부끄러운 역사로 기록될 것”이라는 짧은 입장문을 내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국무위원 탄핵은 헌법과 법률을 중대하게 위반했을 때 추진할 수 있는데 이상민 장관은 어떠한 헌법과 법률을 중대하게 위반했는지 아직 드러난 게 없다”며 “우리나라는 입법, 사법, 행정 삼권분립 체계로 운영되는데 만약에 한 축에서 헌법과 법률에 따라 이뤄지지 않는다면 다른 한 축에서 잘 잡아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무책임’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이 장관 탄핵의 이유를 설명하면서 사용한 키워드다. 이 대표는 지난 8일 국회 최고위원 회의에서 “이번 탄핵안은 끔찍한 참사 앞에서도 반성하지 않는 윤석열 정권의 비상식과 무책임을 바로잡는 첫걸음”이라며 “파면돼야 마땅할 주무장관을 지금까지 그 자리에 둔 것만으로도 이 정권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지적했다. 

◇ 언론, “이 장관 탄핵, 윤 대통령 책임 크다”

한편, 이 장관 탄핵을 두고 언론은 두 갈래로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부 매체는 야당이 국정파행을 초래했다며 강도 높게 비판하는 반면, 다른 매체에서는 사태가 여기까지 이른 데는 윤석열 대통령의 책임이 크다는 해석을 내놨다.

한국일보는 지난 9일 사설에서 “이 장관 탄핵소추는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기본소득당 등 야 3당이 주도한 게 사실이나 대통령실이 ‘의회주의 포기’라고 비판할 만큼 근거가 없지 않다”라며 “159명이 희생된 대형 참사가 발생했고 주무 장관이 무능하고 무책임한 대응 태도를 보이는데도 윤석열 대통령이 경질은커녕 감싼 것이 오히려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한국일보는 이어 “그런 만큼 사퇴·해임 요구와 달리 법적 책임을 묻는 탄핵소추는 정치실종 단면을 드러낸 것”이라며 “이 장관 거취는 그간 여야 간 정쟁을 키워왔는데 탄핵소추가 된 만큼 겸허히 판단받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겨레 또한 8일 사설에서 “탄핵소추안 통과는 전적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 이 장관 본인이 자초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159명의 목숨이 스러진 이태원 참사로 국가의 부재, 정부의 실패가 드러났음에도 책임 계선에 있는 누구 하나 스스로 물러난 이가 없다”라며 “(이 장관 탄핵소추안) 가결은 정권 전체의 총체적 무책임에 대한 국민 분노가 담긴 심판의 청구서”라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8일 사설에서 “헌정 사상 초유의 장관 탄핵이 나온 데는 윤석열 대통령 책임이 가장 크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대형 참사가 벌어졌는데 주무장관이 책임지지 않고 버틴 사례는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없었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이태원 참사에 대해 대국민 사과도 하지 않았고, 고교·대학 후배인 이 장관을 감싸기만 했다”며 “여권의 누구도 사과하지 않고, 책임도 지지 않으니 초유의 장관 탄핵에 이른 것”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이어 “재난·안전 주무장관이 시민이 안전하게 살 헌법상 권리를 침해한 만큼 이 장관을 헌재 심판대에 세우는 것은 전혀 무리가 없다”라며 “윤 대통령은 이 장관 탄핵안 가결을 무겁게 보고 이를 존중해야 한다. 또 민심에 맞서려하다가는 더 큰 수렁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 언론, “이 장관 탄핵은 야당 무리수”

반면 이 장관 탄핵이 야당의 무리수라고 비판하는 매체도 적지 않다. 특히 일부 매체에서는 민주당 내부의 탄핵 반대 의견을 전하며, 이번 사태가 당내 소수 의견까지 무시한 야당 지도부의 실책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9일 사설에서 “명확한 위법 사실이 나온 게 없는데도 탄핵을 억지로 밀어붙인 것은 이 장관을 때려 윤석열 정부 책임론을 부각하고 이 대표 비리 수사에 쏠린 국민들의 관심을 돌리려는 의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조선일보는 “기본 요건도 못 갖춘 탄핵안을 강행하는 것에 대해 민주당 내부에서도 역풍을 걱정하는 의원이 적지 않았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중대한 법 위반 사실을 찾기 힘들어 탄핵이 기각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나온다” 등 민주당 내부의 탄핵 반대 의견을 전하며 “헌정사 최초의 장관 탄핵을 정치적으로 악용한 이날의 국회 표결은 두고두고 민주당의 부끄러운 역사로 기억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중앙일보 또한 이날 사설에서 “지난 2일 열린 의원총회에선 ‘총선 직전에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안을 기각하면 후폭풍을 어떻게 감당하려고 하느냐’는 신중론이 쏟아졌다. 심지어 이재명 대표의 오랜 측근인 정성호 의원까지 나서 ‘기각되면 오히려 면죄부를 주는 결과가 된다. 탄핵은 최후의 수단인데 적절한 시점은 아닌 것처럼 보인다’는 주장을 폈다”며 민주당 내부 소식을 전했다.

중앙일보는 “헌법이 규정한 탄핵소추는 ‘직무집행에 있어서의 헌법이나 법률 위배’ 전제”라며 “야 3당이 탄핵소추안에서 주장한 대로 이 장관이 탄핵당할 만큼 중대한 헌법·법률 위반을 저질렀는지에 대해선 민주당 내에서도 이론이 컸다”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이 장관 탄핵이 여야 모두의 잘못에서 비롯된 사태라며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9일 사설에서 “여야는 그동안 참사의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국정조사까지 실시했지만 지루한 정치적 공방만 벌였다. 수습 방향을 놓고 여야는 시종 평행선을 달렸다”라며 “결국 이 장관 거취를 둘러싼 신경전이 계속되면서 장관 탄핵이라는 헌정사의 오점을 남긴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이어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100일이 지났지만 참사의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모 공간 장소를 놓고 유가족들과 서울시는 강경 대치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여야가 이 장관 탄핵으로 충돌하는 것 자체가 답답한 노릇이다. 헌재는 장관 부재로 인한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탄핵심판 결정을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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