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서울 중구 지하철 1호선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우대용 무임승차권을 발급받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사진은 서울 중구 지하철 1호선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우대용 무임승차권을 발급받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만 65세 이상 노인에 대한 지하철 무임승차 제도가 정책 화두로 떠올랐다. 서울시가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 상향 논의에 불을 붙인 가운데 대구시와 대전시가 70세 이상 시민들에게 버스요금을 받지 않기로 했다. 

9일 정부와 지자체에 따르면 만 65세 이상 무임승차 대상이 급증하면서 지자체들은 무임승차 연령 상향을 대안으로 검토하고 있다.

포문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열었다. 오 시장은 지난달 30일 신년 기자 간담회에서 "서울 지하철 요금은 8년째 묶여 있다. 300원~400원 올린다고 하더라도 운송 원가에 턱없이 못 미친다"면서 "지하철 무임 수송에 대한 기재부 지원이 이뤄지면 요금 인상 폭을 조절할 수 있다"며 정부가 무임 수송 비용을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다. 

지난 5일엔 서울시가 자료를 내고 '지하철 무임수송에 따른 손실 일정 부분을 국가가 보전해야 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서울시가 발표한 '2022년 서울시 노인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에 살고 있는 65세 이상 노인들이 생각하는 '노인 기준 연령'은 평균 72.6세다. 지하철 무임승차를 비롯해 노인 관련 복지 혜택을 받는 법적 연령 65세보다 7.6세 높다. 

서울교통공사는 지난해 서울 지하철 65세 이상 무임 수송인원(1억9664만6000명) 등을 토대로 무임승차 노인 연령을 65세에서 70세로 올린다면 연간 손실을 최대 1524억원 줄일 수 있다고 추산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노인 무임승차 연령 상향 문제를 놓고 고심하는 가운데 대구시와 대전시가 먼저 움직였다. 

대구시는 지난 7일 "전국 최초로 7월 1일부터 버스와 도시철도를 전부 아우르는 '어르신 무임교통 통합 지원'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오는 6월 28일부터 70세 이상 대구 시민은 관내 모든 시내버스를 무료로 타게 된다. 구체적인 지원 연령은 매년 달라진다. 버스는 75세를 시작으로 해마다 나이를 한살씩 낮추고 도시철도는 65세부터 한살씩 올려 5년 뒤인 2028년에는 70세로 통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구시는 다양한 의견수렴과 분석을 거쳐 3월 중으로 최종 방안을 결정해 6월 28일 시행할 계획이다.

무임교통 통합 지원정책 시행에 따른 재정 소요액은 버스에만 연간 350억원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도시철도 무임승차 연령을 65세에서 70세로 상향할 경우 연간 150억원이 절감돼 총예산은 연간 200억원이 투입될 것으로 봤다.

대전시도 오는 9~10월부터 70세 이상 노인을 위한 버스 무임승차 제도를 시행하기로 했다. 대전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는 지난 7일 대전시장이 제출한 '대전시 어르신 무임교통 지원 조례안'을 원안 가결했다. 70세 이상 대전시민이 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체계를 구축하고 결손액을 보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10일 조례안이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하반기부터 버스 무임승차가 시행된다.

지자체들이 무임승차 연령 제도 개선에 나서는 이유는 고령화 심화에 따라 도시철도 운영기관의 손실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 도시철도 운영지자체 협의회가 발표한 '전국 도시철도 운영기관 무임손실 현황'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 평균 무임손실 비율은 부산 70%, 서울 49%, 대구 32%, 경기(용인ㆍ의정부ㆍ김포경전철) 28%, 대전 26%, 광주 22%, 인천 19% 등이었다.

무임승차 정책이 도입된 1984년 만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의 5.9%였으나 급속한 고령화로 2025년에는 20.6%, 2050년에는 40.1%에 이를 것으로 전망돼 현행 요금체계를 유지할 경우 도시철도 적자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지난해 기준 전국 도시철도 운영기관의 당기 순손실은 1조 6000억 원에 달한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과 대비했을 때 약 50% 이상 증가했다.

정부는 지자체의 적자 분담 요구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7일 "중앙정부도 빚을 내서 나라살림을 운영하는데, 지방자치단체가 어렵다고 지원해달라고 하는 것은 논리 구조가 맞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서울시에 대해 "전국 최고 재정 건전성을 가진 서울시에서 자체 재정이 어렵다고 하면 재정 자립도가 낮은 전남이나 경북 등의 노인 관련 재정 소요는 어디서 충당하느냐"며 "균형이나 형평성 자원에서도 중앙정부가 빚을 내 가장 재정 상태가 좋은 지자체를 지원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현재 65세인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을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지에 대해 정부가 법률 검토에 들어갔다.

보건복지부는 9일 "대구시 등 지자체에서 제기하는 해당 연령 적용에 있어, 지자체 재량이 있는지 대해서 관련 법률적 검토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노인 연령의 기준을 정하는 법률 조항은 없지만, 노인복지법은 65세 이상인 사람에게 경로우대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상철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9일 <이코리아>와 통화에서 "노인을 65세부터냐 70세부터냐 정하는 것은 정책결정 영역이다. 그리고 노인 무임승차 정책은 수명과 관련된 게 아니라 그 계층이 그 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소득이 있느냐가 핵심"이라고 밝혔다.

이어 "공공요금의 차등화는 그런 관점에서 살펴봐야 하는데, 이런 노인 무임승차와 같은 공공요금 차등정책은 재정적인 면에서 재분배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 수석연구위원은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주요 해외 선진국 사례를 보더라도 대중교통 운영 비용을 중앙정부가 보조하는 게 일반적"이라면서 "기재부가 이 이슈에 있어 다소 수동적이고, 또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 문제를 적정 분담해야 된다는 서울시의 의견에는 동의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노인 무인수송 이슈를 지하철 요금인상요인으로 결부시키는 건 논리적 비약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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