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학 쓰레기센터 대표
이동학 쓰레기센터 대표

[이코리아] 기후위기 못지않게 심각한 환경 문제는 쓰레기 처리다. 앞으로 2년이 지나면 수도권 매립지는 포화 상태다. 분리수거만으로 쓰레기 문제가 끝날까?

우리는 쓰레기를 분리수거해서 내놓으면 알아서 재활용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내 눈앞에서 사라진 쓰레기는 어디선가 잘 처리될 것이란 믿음. 이동학 쓰레기센터장은 그런 믿음이 흔들리면서 쓰레기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그러한 관심이 지구촌 쓰레기문제를 다룬 <쓰레기책>을 쓰도록 이끌고, 또 해결을 위해 설립한 '쓰레기센터'도 설립하게 됐다고. 

이 대표는 쓰레기센터를 통해 쓰레기의 발생부터 처리 과정, 해결책 등 다방면으로 연구하고 있다. 아울러 지방자치단체나 기초·광역 의회와 협력해 연구를 진행하고, 시민·공무원·학생들을 대상으로 환경교육을 하고 있다. 또 정기적으로 자발적인 시민들과 함께 쓰레기를 줍는 활동을 하면서 쓰레기를 중심으로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알리는 활동을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지금 <쓰레기책> 2권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1탄이 글로벌 문제를 다뤘다면 2탄은 국내 문제를 주로 다루고 있다. 우리나라가 쓰레기환경 분야에서 선진적인 모델을 구현한 도시들을 많이 만들 수 있다면 그 자체가 국제사회에서 또 하나의 이정표가 될 수 있다"며 "그런 체계를 만들기 위해서 시민들과 기업, 제도와 정부, 정치권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정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코리아>는 7일 더 많은 사람들과 쓰레기 문제의 실제 변화를 위해 행동하는 쓰레기센터의 이동학 대표를 만나 인터뷰했다. 

◇ 민주당에서 혁신위원을 맡고 정치 활동도 한 것으로 아는데, 특별히 쓰레기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다음 시대에 올 위기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내다보던 중 초고령화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복지, 의료, 연금, 일자리 등에서 파열음이 일어나고,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거나, 나라 빚을 더 내거나 보장하고 있는 복지를 줄여야 한다는 등의 혼란이 불가피한 나라가 우리나라다. 그래서 이 문제를 다른 나라들이 어떻게 대처했는지, 대처하지 못한 나라가 어떤 파국을 맞았는지를 보고 싶었다. 2017년부터 2019년 동안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61개 나라를 돌아다니며 인터뷰와 견학을 다녔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을 보게 됐다. 

지속가능성의 문제에서도 기후환경문제는 피할 수 없는 영역인데, 무지막지한 생산과 소비가 이뤄지고 있고, 그에 맞는 처리체계를 갖추지 못한 지구촌의 상태가 기가 막혔다. 그래서 돌아오자마자 <쓰레기책>을 쓰고 <쓰레기센터>를 설립해 행동에 나섰다. 

오스트리아의 수도 비엔나에 위치한 슈피텔라우 소각장 건물. 사진=이동학 쓰레기센터장
오스트리아의 수도 비엔나에 위치한 슈피텔라우 소각장 건물. 사진=이동학 쓰레기센터장

◇ 쓰레기센터에서 환경교육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나 기초·광역 의회와 협력해 연구도 진행한다고 들었다. 최근 진행 중인 협력 프로젝트가 있다면? 

최근에 어느 구와 함께 카페가 많이 몰려있는 구역을 대상으로 다회용 컵의 사용율 증진과 확대 가능성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그리고 어떤 형태의 체계를 갖추었을 때 카페점주들의 참여를 최대한 끌어내고 소비자들의 동참도 이끌어낼 수 있는가가 중요한 연구주제였다. 결과적으로 쓰레기가 처음부터 나오지 않을 시스템을 구현하는 것이 목표다. 연구에 따라 우선 캠페인을 통한 인식확산과 이에 따른 실험을 과제로 남겨두고 있다. 다른 지역의 지방정부와는 다양한 시민들에게 맞춤형 환경교육은 어떤 형태여야 하는가를 두고 연구를 진행하기도 했다. 

◇ 환경부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생활계폐기물의 재활용률은 60%가 채 되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재활용률이 떨어지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지? 

환경부가 집계하는 수치에는 거품이 많이 끼어 있다. 실상은 그보다 훨씬 낮을 거다. 재활용율은 크게 세 가지 요소가 작동한다. 첫째는 제품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물건이나 포장재가 복합 재질일 경우 재활용률을 낮춘다. 기업의 책임은 단순히 만들고 많이 판매해 수익을 얻는 것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소비되고 사용된 이후 우리가 만든 물건이 최종 어떻게 처리될 것인가를 염두에 두고 세상에 내놔야 한다. 재활용이 어려운 재질은 피하고 가능한 재질을 쓰도록 해야 한다. 

둘째는 버리는 체계가 잘 갖추어져 있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우리나라 주택에서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63% 남짓이다. 아파트 단지는 분리배출장이 조성되어 있고, 조성된 분리체계에 따라 사람들의 행동이 유인된다. 그러나 나머지 연립과 다세대, 단독주택 등 골목길이 있는 곳들은 담벼락 또는 전봇대에 마구 섞여 버려지게 된다. 자연히 같은 품목끼리 모아야 재활용이 용이해지는데 그렇지 못할 경우 재활용전선에서 탈락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셋째는 경제성이다. 신재료를 사용한 플라스틱이 저렴할까 재생원료로 만든 플라스틱이 저렴할까. 신제품이 저렴하다. 재활용원료를 얻기 위해서는 기업이 단일재질로 잘 만들어야하고, 소비자가 사용 후에 잘 버려줘야 한다. 그것이 잘 운송이 되어 선별·파쇄 후 씻고, 녹이고, 재생원료로 만드는 과정들을 거치며 계속 단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재활용원료가 시장에서 선택받기 어려운 환경이다. 그럼에도 제도를 만들어 단계적으로 30%까지 재생원료 의무사용을 명시해뒀기 때문에 시장의 흐름이 움직이고는 있지만 첫 번째와 두 번째 문제가 획기적으로 개선돼야 진정한 자원순환사회로 갈 수 있다.  

◇ 자원 재사용 혹은 재활용을 통한 순환경제를 조성하기 위해 어떤 정책적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보는지 궁금하다. 

덴마크에 가보니 재활용이 모이는 쓰레기 수거장에 30여 가지로 분리체계를 마련해두었더라. 세세하게 버리도록 체계를 갖추니 버리는 사람도 그에 맞게 행동하게 된다. 또 다른 것은 쓰레기에 돈을 붙이는 것이다. 유럽은 대체적으로 보증금제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유리병은 물론 페트병과 캔에도 돈을 붙여 시민들이 깨끗하게 버리면 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주로 마트에 수거자판기를 설치해두고 판매자가 수거책임까지 지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같은 재질끼리 모인 자원은 쓰레기가 아니라 훌륭한 자원이 된다. 

우리의 경우 쓰레기들이 처음 모이는 곳이 선별장이란 곳인데, 열악한 영세기업들이 어렵사리 쓰레기를 분리해내고 있는 수준인데, 젊은이들이 유입되기 어렵고 고령노동자와 외국인노동자의 손을 빌리고 있는 현실이다. 지속가능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때문에 고도화가 필요하다. 

또 다른 방법으론 수거장의 다변화가 필요하다. 개념적으로는 쓰레기플랫폼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는데, 예컨대 주민센터를 중심으로 우유팩 수거가 이뤄지고 있는데, 이와 유사하게 특수한 폐기물들을 특수한 지점으로 모으도록 할 수 있다. 앞서 말한 대로 2030년까지 30%의 재생원료를 의무적으로 사용해야하는데, 문제는 30%의 재생원료가 안정적으로 공급이 되어야 법을 준수할 수가 있다. 앞단의 문제가 이행되지 못하면 뒷단의 과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반도체에 들어가는 플라스틱의 재질은 PS이다. 우리가 사 먹고 버리는 요거트 병도 PS재질이다. 요거트 병을 다른 플라스틱재질들과 다 섞어서 버리는 지금의 체계로는 반도체회사가 재생PS원료를 구할 방법이 없다. 투명페트병을 따로 버리는 것처럼 요거트 병도 따로 모아야 원재료 수급이 원활해질 수 있다.

수거플랫폼은 아파트단지뿐 아니라 편의점, 주유소, 학교, 교회 등 지역사회의 자원과 역량을 더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냥 되진 않을 거 같고 쓰레기수거·분류 분야를 특화시켜 스타트업 기업들이 탄생되도록 유인하고 촉진해야 한다. 지금으로 봐선 2030년까지 체계를 갖추기엔 어려움이 예상된다. 법을 지키기 위해 해외에서 분류된 재생원료를 사오는 웃지 못 할 상황도 생길 것이다.    

◇ 쓰레기센터 활동을 하면서 가장 보람찬 순간이 있다면? 

강연을 상당히 많이 다녔는데, 강연이 끝나면 거의 매번 SNS로 연락들이 온다. 강한 자극을 받았고, 당장 행동에 나서겠다는 다짐들이 대부분이다. 이와 같은 메시지를 받을 때나, 실제로 이행한 뒤 인증샷 같은 것을 보낼 때 그래도 우리가 사람들과 함께 세상을 조금씩은 바꾸고 있구나, 라고 느낀다. 

해양쓰레기 수거작업. 사진=이동학 쓰레기센터장 
해양쓰레기 수거작업. 사진=이동학 쓰레기센터장 

◇ 향후 목표에 대해 말씀해달라.

올해도 연구와 교육 활동은 기본이고, 역점은 글로벌 해양쓰레기 이슈를 환기시키려 한다. 육지에서 제대로 처리되지 못하거나, 경로를 이탈한 쓰레기들은 결국 바다로 간다. 특히 선진국들은 여전히 자국의 쓰레기가 개발도상국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을 많은 경우 잡아내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우리와 가까운 동남아시아로 쓰레기가 수출되고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해양쓰레기가 배출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곳 나라들의 환경그룹들을 엮어 쓰레기센터와 네트워크를 만들어 공동 대응에 나서려고 한다. 

바다는 인류생존 최후의 보루다. 해류를 따라 전 세계바다를 떠도는 쓰레기들은 결국 해양생물들의 몸속으로 들어가 해양생태계를 파괴시키고 있다. 막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경제력, 국방력, 외교력에서 선진수준에 도달했다. 졸부가 되지 않으려면 국제사회와 호흡하며 기여해야 한다. 인류가 맞닥트린 쓰레기재앙의 현실을 해결하기 위해 더 나은 미래로 이끌고, 국제사회에 해결방안을 제안하고 함께 행동을 도모할 때 우리의 발언에도 힘이 실릴 수 있다. 그 시작을 올해 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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