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분기 카드사별 시장점유율(신용판매 이용실적 기준). 자료=금융감독원
2022년 3분기 카드사별 시장점유율(신용판매 이용실적 기준). 자료=금융감독원

[이코리아] 애플페이의 국내 상륙이 현실화하면서 카드사 경쟁 구도가 흔들리고 있다. 초기 선점 효과를 누릴 현대카드의 성장이 기대되는 가운데 삼성페이를 보유한 삼성카드와 오픈페이를 중심으로 뭉친 타 카드사가 얼마나 점유율을 지켜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3일 “여신전문금융업법, 전자금융거래법 등 관련 법령과 그간의 법령해석 등을 고려해, 신용카드사들이 필요한 관련 절차 등을 준수하여 애플페이 서비스 도입을 추진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12월 5일 애플페이의 약관심사를 마무리한 이후 약 2개월 만에 애플페이의 국내 상륙이 공식화된 것이다. 

애플페이 국내 도입이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현대카드가 초기 선점 효과에 힘입어 카드업계 ‘빅3’(신한·삼성·KB국민)를 위협할 수도 있다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금감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7개 전업 카드사(롯데·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의 지난해 3분기 신용카드 이용실적(기업구매전용 제외)은 185조9419억원으로 전년 동기(158조7714억원) 대비 17.1% 증가했다. 코로나19 발생 초기인 2020년 1분기(133조5000억원) 대비 39.3%가량 증가한 수준이다. 코로나19로 위축된 소비심리가 회복 중인 상황에서 애플페이 도입이 확정된 만큼, 현대카드로서는 ‘빅3’와의 근소한 격차를 좁힐 절호의 기회를 잡은 셈이다.

이미 현대카드는 지난 2021년 이후 꾸준히 ‘빅3’와의 격차를 좁혀왔다. 실제 지난해 3분기 기준 현대카드의 신용카드 이용실적 기준 시장 점유율은 17.16%로 3위 KB국민카드(17.86%)을 0.7%포인트 차이로 뒤쫓고 있다. 현대카드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 2021년 2분기 16.43%까지 떨어졌지만, 이후로는 2022년 1분기(전분기 대비 –0.1%포인트)를 제외하면 매분기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확고한 업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신한카드와의 격차도 3.26%로 전분기(4.26%)보다 1%포인트나 좁혔다. 

 

분기별 카드사 시장점유율 추이(신용판매 이용실적 기준). 자료=금융감독원
분기별 카드사 시장점유율 추이(신용판매 이용실적 기준). 자료=금융감독원

다만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아이폰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은 데다, 애플페이 결제시 필요한 NFC(근거리무선통신) 단말기 보급률도 저조하다는 점은 변수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3분기 기준 84%로 애플(13%)과 큰 격차를 보였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철수한 LG전자의 소비층을 삼성전자가 거의 흡수한 데다, 갤럭시 제트플립4와 제트폴드4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점유율이 전분기(77%) 대비 7%포인트 증가한 것. 반면 애플의 점유율은 지난해 2분기 21%에서 3분기 13%로 급감했다.

또한 MST(마그네틱 보안 전송)와 NFC 방식의 결제를 모두 지원하는 삼성페이와는 달리 애플페이는 NFC만 지원한다. 신용카드사회공헌재단과 동반성장위원회가 영세·중소가맹점을 대상으로 NFC 단말기를 지원 중이지만, 아직 보급률이 10% 안팎으로 낮은 편이라 애플페이 도입의 파급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 현대카드가 애플페이 도입으로 인해 부담해야 할 수수료 및 단말기 지원비용 등을 고려하면, 오히려 손해를 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른 카드사도 애플페이 도입 및 빅테크 간편결제 서비스에 맞서기 위해 대응에 나선 상태다. 삼성페이라는 든든한 우군을 가진 삼성카드는 이미 지난해 4월 자체 금융플랫폼 ‘모니모’를 출시하고 독자 행보를 걷고 있다. 신한·KB·롯데·하나·BC·NH농협 등 6개 카드사도 지난해 12월 공동 간편결제 서비스 ‘오픈페이’를 출시했다. 

현대카드가 애플페이 초기 선점 효과를 오래 누리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실제 현대카드는 애플페이 국내 도입에 따른 법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배타적 사용권을 포기했다. 현대카드가 애플과의 배타적 거래를 목적으로 가맹점에 NFC 단말기를 지원할 경우 ‘리베이트’에 해당할 수 있다는 법률 해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다른 카드사가 빠르게 애플페이 도입에 나선다면, 현대카드가 누릴 수 있는 선점 효과도 오래가지 못할 수 있다. 

다만 다른 카드사가 애플과 제휴를 맺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현대카드의 초기 선점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는 점, 6개 카드사의 오픈페이가 아직 금융소비자들에게서 큰 반응을 불러오지 못하고 있다는 점 등은 변수다. 애플페이 국내 도입이 카드업계 ‘빅3’ 구도에 균열을 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