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지난 3일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추천했다. 사진=뉴시스
우리금융지주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지난 3일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추천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우리금융지주의 차기 회장 후보로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내정됐다. 내부통제 문제로 비판을 받아온 우리금융그룹의 개혁을 위해 외부인사 수혈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인한 ‘관치’ 인사라는 평가가 대립되고 있다.

앞서 우리금융지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는 지난 3일 회의를 열고 임 전 위원장을 우리금융지주 차기 대표이사 회장 후보자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임추위는 “임종룡 후보자는 우리나라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금융위원장을 역임하고 국내 5대 금융그룹 중 하나인 농협금융의 회장직도 2년간 수행하는 등 민관을 두루 거친 금융전문가로서 우리금융그룹을 한 단계 도약시킬 수 있는 다양한 역량을 갖춘 적임자”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우리금융 차기 수장 후보로는 외부 출신인 임 전 위원장과 내부 출신인 이원덕 우리은행장이 유력하게 거론돼왔다. 일각에서는 내부 출신인 이 행장이 한발 앞서 있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왔지만, 임추위는 “대내외 금융환경이 불안정한 시기에 금융시장뿐 아니라 거시경제 및 경제정책 전반에 폭넓은 안목을 갖춘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안정적인 경영능력을 발휘할 것”이라며 임 전 위원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추천했다. 

그동안 우리금융이 해외금리연계형 파생결합상품(DLF), 라임 등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 우리은행 700억원 횡령사태 등 내부통제 부실 문제로 위기를 겪어온 만큼, 외부인사 수혈을 통한 내부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임추위의 선택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임추위는 “우리금융이 과감히 조직을 혁신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객관적인 시각으로 조직을 진단하고 주도적으로 쇄신을 이끌 수 있는 인사가 적합하다는 판단도 더해졌다”고 설명했다. 

실제 임 전 위원장도 임추위 발표 직후 입장문을 내고 회장 취임 후 추진할 핵심 과제로 ‘조직혁신’과 ‘신기업문화 정립’을 내세웠다. 임 전 위원장은 “ 아직 주주총회의 절차가 남아 있지만, 제가 회장에 취임하면 조직 혁신과 신기업문화 정립을 통해 우리금융그룹이 시장, 고객, 임직원들에게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그룹으로 거듭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임 전 위원장의 내정을 두고 ‘관치’ 논란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지난달 4일 임추위가 본격 가동되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코로나19 이후 우리금융 실적이 가파르게 성장한 데다, DLF 관련 징계취소소송에서 손 회장이 최종 승소하면서 사법 리스크도 덜었기 때문. 

하지만 금융당국이 지난해 11월 라임 펀드 환매중단 사태와 관련해 손 회장에게 다시 문책경고의 중징계를 내리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금융당국 수장들도 손 회장 연임과 관련해 부정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특히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라임 펀드 관련 징계 이후 “급격한 시장 변동에 대해 금융당국과 금융기관이 긴밀하게 협조해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당사자께서 현명한 판단을 내리실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원장은 “외압을 염두에 둔 발언이 아니다”라고 해명했으나, 금융권에서는 손 회장의 징계취소소송 제기를 만류하는 발언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 또한 지난달 5일 “그 정도 사고(라임 펀드 사태)가 났는데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고 제도를 어떻게 바꿀 것이며, 시스템적인 문제를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건 아무도 이야기 하지 않고 소송 이야기만 하는 건 굉장히 불편하게 느껴진다”며 불편한 심경을 내비치기도 했다. 결국 손 회장은 지난달 18일 입장문을 내고 “우리금융 회장 연임에 나서지 않고 최근 금융권의 세대교체 흐름에 동참하겠다”며 연임 도전 포기 의사를 밝혔다.

최근 주요 금융지주사 수장이 물갈이되는 분위기도 관치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다. 실제 신한금융지주는 채용비리 혐의를 벗은 조용병 전 회장의 3연임이 확실시됐으나, 그 역시 지난해 12월 세대교체를 이유로 용퇴를 결정했고 새 회장으로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내정됐다. 게다가 NH농협금융지주는 관 출신 인사인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차기 회장으로 낙점했다. 이 회장은 지난 2021년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 선거 캠프의 영입 1호 인사다. 

일각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금융정책 기조가 금융사 최고경영자(CEO)의 장기집권 관행을 겨냥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금융위 업무보고에서 “소유가 분산돼 지배구조에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일어날 수 있는 경우에는 절차와 과정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해줘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임 내정자는 이달 열릴 정기이사회에서 후보 확정 결의 후, 다음달 24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최종 선임될 예정이다. 임기 초부터 내부개혁과 관치 논란 극복이라는 과제를 안게 된 임 내정자가 어떤 청사진을 보여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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