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상장 계획을 철회하면서, 당분간 기업공개(IPO) 시장의 침체기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케이뱅크는 지난 2일 “시장 상황과 상장 일정 등을 토대로 적절한 상장 시기를 검토해 왔으나 대내외 환경으로 인한 투자심리 위축 등의 상황을 고려해 상장 예비심사 효력 인정 기한 내에 상장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케이뱅크의 상장계획 연기는 이미 예견된 결과다. 앞서 케이뱅크는 지난해 9월 상장예비심사 승인을 받았지만, 지난달 6일까지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서 상장이 미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해외투자설명서에 포함되는 결산자료의 작성 시점부터 135일 이내에 상장 일정을 마쳐야 하는 ‘135룰’에 어긋나, 투자설명서 제출 의무가 있는 미국 기관투자자를 빼고 공모 절차를 진행해야 했기 때문이다. 미국 기관투자자를 제외한 채 조 단위의 공모 흥행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케이뱅크가 직접 언급했듯이 상장 철회의 이유는 위축된 투자심리로 인해 침체된 IPO 시장 상황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IPO 시장은 지난해 초 LG에너지솔루션의 공모 흥행 이후 침체일로를 걷고 있다.

기업설명(IR) 전문 컨설팅 기업 IR큐더스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피·코스닥 상장 기업의 전체 공모액은 16조1010억원으로 역대 두 번째로 높은 규모를 기록했으나, 전년(20조4500억원)과 비교하면 4조3490억원(21.3%) 감소했다. 게다가 LG에너지솔루션의 공모액(12조7500억원)을 제외하면, 지난해 IPO 시장 공모 규모는 3조3510억원 수준이다. 

지난해 2월 이후 얼어붙어버린 IPO 시장에서 케이뱅크가 기대한 만큼 몸값을 인정받기는 어렵다. 케이뱅크는 약 7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지만, 장외시장에서 케이뱅크 시가총액은 3~4조원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게다가 공모 대박을 낸 카카오뱅크 주가가 지난해 급락하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의 성장성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도 많이 내려온 상태다. 연초 증시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IPO 시장까지 활기가 퍼지지 않은 상황에서 공모 흥행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상장이 철회되면서 대주주인 비씨카드가 상당한 리스크를 부담하게 됐다는 것이다. 앞서 케이뱅크는 지난 2021년 1조2500억원의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MBK파트너스, 베인캐피탈 등의 재무적투자자(FI)에게 7250억원을 투자받았는데, 여기에는 동반매각청구권과 풋옵션이 붙어있다.

만약 케이뱅크의 상장이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아 FI가 이를 행사한다면 비씨카드는 이들의 지분을 원금에 이자까지 쳐서 되사줘야 한다. 설령 상장이 예정대로 마무리되더라도, 공모가가 FI의 주당 매입가인 6500원을 넘지 못하면 FI의 환매 요구에 직면할 수 있다. 

이처럼 IPO 불발로 인해 늘어날 비씨카드의 재무적 부담을 고려할 때, IPO 시장 상황이 좋아질 때까지 계속 케이뱅크 상장 일정을 장기간 연기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대내외 시장 상황을 고려해 IPO를 지속 준비, 적기에 재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