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우송의 수형.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낙우송의 수형.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이코리아] 매서운 한파로 몸이 움츠러드는 겨울이 지나가고 있다. 유독 올해는 강한 추위가 이어지고 있어 따뜻한 봄날이 더욱 그리워진다. 야외에서 자라는 우리나무들도 올해 겨울을 유독 혹독하게 느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나무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하늘 높이 뻗은 가지와 무성한 잎 그리고 거대한 구조물 같은 느낌이 든다. 실제로 나무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가장 큰 생명체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나무 중 하나로 잘 알려진 미국의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자라는 자이언트 세쿼이아는 수령이 2,500~3,000년 정도이며 높이가 약 100m에 달하는 실로 어마어마한 크기를 자랑한다.

나무의 크기와 모양은 다르지만, 우리나라에도 하늘 높이 뻗는 특징이 있어 가로수와 조경용으로 활용되는 멋진 나무들이 있다. 오늘 소개할 나무는 큰 키를 자랑하며 우리 주변의 오래된 학교 정원수와 가로수로 활용되어 온 낙우송이다.

낙우송의 기근; 땅위로 거꾸로 솟아 있다. 출처=들꽃세상.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낙우송의 기근; 땅위로 거꾸로 솟아 있다. 출처=들꽃세상.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낙우송이라는 이름은 잎이 새의 깃털처럼 떨어지는 낙엽성 나무라는 뜻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소나무와 같은 침엽수이지만 가을이 되면 연한 붉은색으로 단풍이 들면서 낙엽이 지는 멋진 나무이다. 하늘 높이 뻗은 가지와 원추형을 이루는 나무는 너무나도 멋진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낙우송의 독특한 특징 중 하나는 나무 밑동에 울룩불룩 기둥모양으로 솟은 기근(공기뿌리)이다.

낙우송은 습한 곳에서 자생하는 나무 중 하나인데, 습한 곳에서도 뿌리의 호흡이 가능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 심은 낙우송 중 토양의 상태에 따라서는 낙우송의 독특한 특징인 기근을 찾아볼 수 없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낙우송의 잎; 어긋나기 한다. 출처=들꽃세상.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낙우송의 잎; 어긋나기 한다. 출처=들꽃세상.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낙우송과 더불어 하늘 높이 뻗는 대표적인 나무로 메타세쿼이아가 있다. 메타세쿼이아는 낙우송과 유사하게 보이지만 잎의 배열이 마주나기로 어긋나기인 낙우송과 쉽게 구분할 수 있다. 필자는 이름만 보고 어린 시절 앞서 소개한 세계에서 가장 큰 나무인 세쿼이아로 착각하기도 했었다. 물론 세쿼이아와 동일하게 측백나무과에 속하고 계통도 유사하지만 다른 종이다.

메타세쿼이아는 은행나무와 마찬가지로 살아있는 화석으로 불리는데, 불과 약 80년 전까지만 해도 중생대부터 신생대 제3기까지 지구상에 존재하다가 사라진 나무로 알려졌다고 한다. 그러다가 20세기에 중국의 양쯔강에서 살아있는 나무가 발견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메타세쿼이아는 나무 수고는 35m, 직경은 2m까지 자라는 우람한 나무이다. 길을 따라 심겨진 메타세쿼이아는 우람한 모습과 함께 나무의 배열이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해준다.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담양과 남이섬의 메타세쿼이아 길은 관광명소로도 잘 알려져 있다. 또한 메타세쿼이아는 2월부터 꽃(구과)이 피는 매우 부지런한 나무 중 하나이다. 길게 늘어진 꽃줄기에 여러 개의 수꽃이 모여서 나는데 바람에 날리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다.

메타세쿼이아의 수형.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메타세쿼이아의 수형.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메타세쿼이아의 수꽃(개화 전).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메타세쿼이아의 수꽃(개화 전).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메타세쿼이아 잎; 마주나기 한다. 출처=들꽃세상.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메타세쿼이아 잎; 마주나기 한다. 출처=들꽃세상.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제주도에서 볼 수 있는 하늘로 뻗은 대표적인 나무로 삼나무가 있다. 삼나무는 수형도 아름답지만 목재 가치도 높아 조림용으로 심기도 하며 제주도의 강한 바람을 막기 위해서 방풍을 위한 목적으로 삼나무를 많이 심었다고 한다. 또한 생장이 우수해서 용재를 생산하기 위한 목적으로 조림용으로 심은 곳도 많다. 대표적인 곳으로 국립산림과학원 한남시험림의 삼나무 숲은 ‘지속가능한 산림경영이 이뤄지고 있는 숲’이란 국제 인증을 받기도 했다. 특히 한남시험림 안쪽에는 제주도에서 가장 오래된 삼나무 숲인 삼나무 전시림이 있다. 약 100년 된 삼나무들이 평균 나무높이 28m, 직경 63cm에 달하는 거대한 기둥모양으로 숲을 이루고 있는데, 필자는 2014년 그 한가운데서 느꼈던 나무의 장엄함과 자연의 거대함을 잊지 못한다.

삼나무 수형.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삼나무 수형.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삼나무의 잎과 수꽃눈.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삼나무의 잎과 수꽃눈.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낙우송, 메타세쿼이아, 삼나무는 하늘 높이 뻗는 나무의 강직함으로 우리 주변의 멋진 경관을 만들어 주고 산림자원으로도 가치가 있는 소중한 우리나무이다. 비록 세 수종 모두 오래전 외국에서 도입된 나무들이지만, 지금은 우리나라의 곳곳에서 우리 땅을 지켜주는 든든한 우리나무이다. 우리 주변의 가로수와 산림, 그리고 공원을 지키고 있는 낙우송 3형제를 만난다면 고마운 마음을 담아 정성어린 응원을 보내주기를 바란다.

[필자소개]

임효인 박사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명정보연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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