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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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리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 발표를 앞두고 주춤했던 코인 시장이 다시 날개를 펴고 있다. 

암호화폐 시황중계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FOMC 결과 발표를 앞두고 2만3000달러 아래로 떨어졌던 비트코인은 2일 새벽 4시 30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 직후 급등하기 시작해 이날 오전 10시     2만4158달러까지 급등했다. 2일 오후 4시 현재 비트코인은 전일 대비 3% 오른 2만3786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내내 침체기를 겪었던 코인 시장은 올해 들어 반등을 시작했다. 실제 연초만 해도 1만6000달러대를 횡보 중이던 비트코인은 지난달 중순부터 급등하기 시작해 14일 2만 달러를 돌파했으며 21일에는 다시 2만3000달러선을 넘어서는 등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려왔다. 

코인 시장이 활력을 회복한 이유는 미국 물가상승 둔화와 그에 따른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조절 기대감 때문이다. 실제 미국의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6.5% 상승했는데, 이는 전월 상승률(7.1%)보다 0.6%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미국 CPI 상승률은 지난해 6월 9.1%를 기룩한 이후 6개월 연속 하락 중이다. 비록 코로나19 이전 3년 평균인 2.1%에 비해서는 높은 수준이지만 금리인상의 명분이었던 인플레이션이 점차 둔화하는 경향은 뚜렷하다. 만약 연준이 물가가 안정되고 있다고 판단한다면 가파른 금리인상 속도가 느려질 가능성도 크다. 

실제 파월 의장은 2일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이 계속 하락하고 있다고 확신하려면 더 많은 증거가 필요하다”며 두어 차례의 추가 인상이 있을 것이라 예고했지만, 인상폭이 0.25%포인트로 과거보다 줄어든 데다 “처음으로 디스인플레이션(물가하락) 과정이 시작됐다고 말할 수 있다”고 언급하는 등 ‘비둘기적’인 모습을 보였다. 

 

가상자산 데이터 제공업체 얼터너티브에 따르면, 2일 기준 공포탐욕지수는 60을 기록해 '탐욕'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자료=얼터너티브
가상자산 데이터 제공업체 얼터너티브에 따르면, 2일 기준 공포탐욕지수는 60을 기록해 '탐욕'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자료=얼터너티브

이 때문에 FOMC를 앞두고 경계심에 움츠러들었던 코인 투자자들의 투자심리도 회복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가상자산 데이터 제공 업체 얼터너티브가 개발한 코인 시장의 투자심리 지표 ‘공포탐욕지수’는 FOMC 직전인 지난달 31일 51에서 이달 2일 60으로 9포인트 상승하며 ‘중립’에서 ‘탐욕’으로 전환됐다. 연초 26까지 떨어졌던 공포탐욕지수가 한 달 만에 2배 이상 상승한 것. 특히 지난 1일 기록한 61은 2021년 11월 이후 1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지속적인 상승세로 코인 투자자들의 심리가 ‘공포’에서 ‘탐욕’으로 넘어간 만큼, 전문가들의 전망도 낙관적이다. 유명 가상자산 투자자인 밥 루카스는 1일 트위터를 통해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비트코인 약세장이 지난해 12월 끝났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돈나무 언니’로 알려진 캐시 우드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아크 인베스트먼트도 최근 보고서를 내고 비트코인이 오는 2030년까지 148만 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놨다. 아크 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암호화폐 거래소 FTX의 파산으로 코인 시장의 건전성이 오히려 개선됐다며, 투자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인내와 믿음뿐이라고 강조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또한 지난해 12월 ‘FTX 사태에 따른 가상자산 거래소 비즈니스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FTX 사태를 계기로 거래소 공시와 규제가 강화되면서 투기성 거래는 감소하고 가상자산의 투자·기술적 가치가 재조명되어 시장은 점차 회복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높은 수준의 보안과 투명성으로 신뢰를 갖춘 거래소를 중심으로 구조 재편이 예상된다”는 의견을 내놨다.

반면 코인 시장의 상승세가 오래 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무엇보다 지난해 발생한 테라·루나 사태, FTX 파산 등의 대형 사건의 후유증이 아직 남아있다. 각국 금융당국이 스테이블 코인의 잠재적 리스크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거래소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투자자들의 신뢰가 얼마나 회복됐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실제 글로벌 투자은행(IB) 미즈호는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코인 시장의 상승세와는 별개로 미국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의 주가는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즈호가 코인베이스 개인투자자 약 17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암호화폐를 전혀 거래하지 않았던 투자자 중 올해 1월 투자를 재개했다고 답한 경우는 응답자의 11%에 불과했다. FTX 파산 이후 코인 투자를 중단한 투자자 10명 중 9명은 여전히 코인 시장에 복귀하지 않고 있다는 것. 최근 코인 시장의 상승세가 개인투자자들의 신뢰 회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장기적인 상승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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