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인상 속도조절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최종 기준금리 수준을 두고 다양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 내부에서도 경기둔화와 물가상승 중 어디에 초점을 맞출지에 대해 결론이 나지 않는 모습이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31일 공개한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지난달 13일 열린 회의에서 최종 금리 수준에 대한 금통위원들의 의견은 크게 엇갈렸다. 실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금통위원들의 의견이 3.50% 3명, 3.75% 3명으로 나뉘었다고 밝힌 바 있다.

3.5%에서 금리인상을 멈춰야 한다는 입장의 근거는 경기둔화 우려다. 실제 지난달 금통위에서는 경기둔화 우려로 기준금리 동결을 주장한 위원도 2명이나 있었다. 한 위원은 “그동안의 금리인상이 실물경제에 영향을 주기 시작하고 있으며, 금년 경기가 당초 예상을 하회하는 수준으로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며 “현재 금리수준은 상당히 긴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금융여건이 충분히 긴축적인 영역에 진입해 있는 데다 금년 들어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추가 긴축 여부는 그동안 지속된 긴축정책의 파급효과 정도, 실물경제 흐름, 대외여건 등을 지켜본 후에 결정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위원도 “인플레이션을 목표수준으로 빠르게 안정시키기 위해 추가 긴축이 필요하다고 볼 수도 있겠으나, 현재의 정책금리와 시장금리 수준에서 얻을 수 있는 추가적 편익은 매우 작거나 불확실해 보인다”며 “최종 기준금리 수준이 상당 기간 유지될 것이 예상되므로 경제활력이 과도하게 위축될 가능성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물가상승률이 안정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한 위원은 “그동안 긴축기조를 강화해 온 주요 이유였던 물가상승률의 경우 아직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완만하게 하락하기 시작했다”며 “그 속도에 불확실성은 있으나 추세적으로 하락하면서 내년 이후 목표수준에 근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증권가도 최종 금리가 3.50% 수준에서 멈출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1월) 금통위를 향후 통화정책 방향의 변화가 이뤄진 것으로 평가하는 또 다른 근거는 2월 수정 경제전망을 앞두고 올해 성장률 전망에 대한 하향 가능성을 직접적으로 명시한 반면 물가 전망은 기존 수준에서 변화를 보이지 않을 것으로 밝힌 대목”이라며 “여전히 인플레이션 목표를 넘어서는 물가에, 1분기까지는 5% 내외의 높은 물가가 예상됨에도 이미 꾸준히 누적된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통화당국이 견제해야 할 쟁점 자체가 달라진 일종의 통화정책의 다이나믹스 관점이 발동됐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공 연구원은 이어 “최종금리 수준에 대한 언급은 과거에도 주요 통화당국들이 보여줬던 정책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긴장감의 환기 관점에서 풀이가 가능하다”며 “통상적으로 통화당국은 자신들의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의 종료를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는 속성을 지닌다. 만일 명시적으로 입장을 밝힐 경우 금융시장에서는 금리 인상보다는 인상이 종료됐다는 기대나 내러티브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여지가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3.75%로 추가 인상할 필요가 있다는 위원들이 제시한 이유는 역시 ‘물가’였다. 한 위원은 “인플레이션 리스크는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상존하고 있다”며 “물가상승률의 하락세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이는 공급요인, 일시적 요인인 석유류와 농축산물 등의 기여도가 크게 낮아진 데 기인하며 중기 물가목표 2%에 견주어 볼 때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석유류 제외 공업제품과 개인서비스 기여도가 여전히 높은 점은 물가상승의 2차 효과가 지속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만큼 수요 측면의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필요성이 여전히 존재한다”며 “인플레이션은 ‘입법 없는 과세’이며 실물자산이 상대적으로 적은 저소득층에 더 큰 해악을 미친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위원도 “유가하락, 경기둔화폭 확대에도 불구하고 전기료 인상, 유류세 인하혜택 축소 등으로 지난번 전망과 같이 연간 3% 중반의 물가상승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인플레이션 지속성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경계하여 가급적 단기간내 물가상승률을 목표수준으로 수렴해가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이어 “물가상승률이 빠른 시일내에 목표수준 가까이 수렴될 것이라는 확신이 설 때까지 긴축기조를 유지하고 필요시에는 추가 기준금리 인상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미간 정책금리 격차가 크게 확대되어 외환부문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시장은 1월 31일~2월 1일(현지시간) 열리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상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경우 한미 금리차는 최대 1.25%포인트까지 벌어진다. 만약 한은이 3.50%에서 금리인상을 멈추고 연준이 추가 인상을 이어간다면 한미 금리차가 역대 최대 수준인 1.50%포인트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한편 금통위는 이달 23일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추가 인상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물가상승과 경기둔화, 두 가지 걱정거리 사이에서 금통위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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