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기현 의원 = 뉴시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 = 뉴시스

[이코리아]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이 27일 인터넷 댓글 작성자의 국적을 표기하도록 하는 정보통신망법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포탈 등 주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댓글 작성자의 접속 장소를 기준으로 국적 혹은 국가명을 표시하도록 하고, 실제 접속 국가가 아닌 다른 국가로 우회접속 하는 경우에도 우회접속 여부를 함께 명기하도록 한다. 또 관련 자료를 보관하고 주무관청에 제출하는 의무를 부과하며 이를 위반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한다.

=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누리집
=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누리집

법안의 제안 이유에는 대한민국 내 특정 현안에 대한 여론을 특정한 방향으로 조작하기 위해서 인터넷 게시물에 우호적이거나 비판적인 댓글을 조직적으로 작성하는 집단 혹은 개인이 존재하고, 이 때문에 온라인 여론이 특정 방향으로 부당하게 유도, 조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김 의원은 “이것은 통제가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자들이 마치 국민인 것처럼 속임수를 쓰면서 여론을 조작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앞서 지난 10월 포털 댓글 작성자의 국적을 표기하고 VPN 접속을 차단해야 한다는 주장을 공론화시켰다. 김 의원은 SNS에 여론조작으로 국민을 선동하는 세력이 대한민국을 흔들게 놔둘 수 없다고 주장하며 포털 댓글 작성자의 국적을 표기하고 포털 댓글 VPN 접속을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거의 유사 사례를 살펴봤다. 2020년 3월에는 ‘차이나게이트 방지법’이 발의되었다. 당시 한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가 “조선족이 중국 정부의 지시를 받아 국내 인터넷에 친정부 성향의 글을 올린다.”라고 주장했고, 이로 인해 ‘차이나게이트’가 화제가 되었다. 이에 미래통합당은 해외의 국내 인터넷 여론조작을 막기 위한 ‘차이나게이트 방지법’을 발의했다. 

김성태 당시 미래통합당 의원은 “선관위와 방통위가 나서서 외국의 선거 개입 시도를 차단해야 한다. 포털 등 사이트에 해외 접속 계정 표시를 의무화하도록 해 해외 계정이 국내 정치와 여론 조성에 어떻게 개입하는지 유권자들이 제대로 파악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 법안은 20대 국회 종료를 한 달 앞두고 발의되어 시기상 통과되지 못했다. 차이나게이트 방지법이 코로나 19로 인해 촉발된 반중 정서에 편승한 정치적 동참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또 차이나게이트가 사실이라고 해도 VPN 등의 수단으로 우회접속을 하면 국가정보 파악이 힘들어 실제 국적을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에 법안의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하는 의견도 있었다.

2018년에는 홍철호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이 인터넷 댓글, 이메일 등을 작성할 때 작성자의 국적을 표시하도록 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추진했다. 인터넷이용자가 전자우편, 게시판의 게시글 및 댓글 등의 매개 수단을 통하여 정보통신망에 따른 정보를 유통할 때 서비스 제공자가 해당 이용자의 정보통신서비스 이용 및 접속 장소를 기준으로 국적을 함께 표시하도록 하고, 이를 위반할 시 3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는 법안이다. 

당시 과방위 회의록에 따르면 해당 법안은 이용자들을 피해로부터 보호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악의적인 의도를 가진 이용자가 타인의 개인정보를 도용하거나 국가를 우회하는 방법을 사용할 개연성이 있어 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짚었다. 또 국적 표기만으로는 전자우편을 통한 해킹 시도에 대한 차단 여부가 불확실하며 통신사업자에게 IP주소 수집 의무를 부과할 경우 사업자의 경제적, 기술적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오픈넷 박경신 이사는 1일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이번 개정안에 대해 "해당 법안은 익명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인 법인이다. 여론조작을 하려는 외국인들의 국적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리고 여권 등의 공식 자료 없이 국적을 확인하려면 결국 인터넷실명제를 복원할 수 밖에 없게 될 텐데 이는 결국 국민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게 될 것이다." 라고  지적했다.

한편 중국이 '댓글부대'를 운영해 각국의 현안에 개입하고 있다는 주장은 해외에서도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뉴욕타임즈는 2020년에 중국 정부가 온라인 여론 조성을 위해 수십만 명을 동원해 온라인 댓글을 관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BBC는 21년 3월 중국 정부가 '우마오당'으로 불리는 댓글 부대를 통해 중국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댓글 작업을 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AP통신과 영국 옥스퍼드대는 트위터에서 중국 정부에 유리한 주장이 어떻게 확산되고 있는지 분석하는 보고서를 2021년에 내놓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관영매체와 외교관이 관리하는 트위터 계정이 최소 449개로 드러났으며, 해당 계정들은 20년 6월부터 21년 2월까지 약 95만 건의 게시물을 올려 '좋아요'를 3억 5천만 회 이상 받았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중국의 젊은 외교관들이 중국의 힘을 과시하는 '늑대전사 외교'를 하는데 이러한 댓글부대들이 큰 힘을 발휘하고 있으며, 이런 계정들은 중국 당국의 지원을 받아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해당 주장에 중국 측은 즉각 반박했다. 중국 외교부는 "중국 정부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누군가를 속이려 시도한 적이 없다. 대중을 호도하는 선전 문구도, 온라인 여론 조작을 위한 지침 같은 것도 없다."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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