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는 모습. 사진=뉴시스
3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새해 들어 힘입어 강세를 보였던 국내 증시가 월말에 주춤하고 있다. ‘바이 코리아’(Buy Korea)에 나섰던 외국인 투자자가 매도세로 전환하면서 2500 돌파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31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25.39포인트(1.04%) 하락한 2425.08에 장을 마감했다. 코스피는 지난 27일 연초 대비 11.6% 오른 2484.02를 기록하며 2500 돌파를 눈앞에 뒀다. 하지만 30일 2450.47로 내려앉은 데 이어 오늘까지 하락세를 이어가며 다시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상승 랠리를 이끌어왔던 외국인 투자자도 최근 매도세로 돌아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1일부터 27일까지 11거래일 연속 순매수했던 외국인 투자자는 30일 125억원을 매도하며 포지션을 바꿨다. 31일에는 개인과 기관이 각각 3167억원, 1584억원을 순매수하는 동안, 외국인은 4865억원을 순매도했다. 

증권가는 오는 31일~1일 예정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 대한 투자자들의 경계심이 높아지면서 증시가 약세로 돌아선 것이라 분석하고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어제 국내 증시는 지난 금요일 미국 증시 강세에도, 금주 FOMC 등 대형이벤트 경계감 속 기관을 중심으로 한 차익실현 물량이 출회되면서 하락 마감했다”며 “오늘도 FOMC 경계심리가 지속되는 가운데, 애플(-2.0%), 테슬라(-6.3%) 등 미국 테크 및 성장주 급락에 영향을 받으면서 약세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증시 상승세가 멈추면서 새해 들어 계속된 상승 랠리가 한 달 만에 멈추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연초 상승세가 오히려 예외적인 현상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 조절, 중국의 경기회복, 반도체 감산 등의 이슈에 시장이 과민반응하면서 거품이 커졌다는 것.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연초 이후 시장은 작은 변화를 단초로 기대감을 증폭시켜왔고, 최근 들어서는 확대 재생산하는 과정이 진행됐다”며 “시장은 현재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있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듯하다”고 꼬집었다. 

이 연구원은 이어 “코스피가 2500~2600을 향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밸류에이션 레벨업 및 채권금리 레벨다운 ▲실적전망 상향조정 등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며 “두 가지 가능성 모두 쉽지 않다고 판단된다. 금리인하 기대가 정점을 통과하고 있고, 본격적인 22년 4분기 실적 시즌이 전개된다면 추가적인 이익전망 하향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수출 부진으로 국내 기업의 실적전망이 어둡지만, 증시가 장기적으로는 완만한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수출증가율이 지속 하락한다고 해서 밸류에이션이 하방압력에만 놓이지는 않는다. 일례로 2018~2019년 긴축과 중미갈등에 의한 수출증가율 하락구간을 보면 PBR은 0.81배에서 0.95배의 범위를 두고 경기저점을 통과했다”며 “현재 추정자본 기준으로 보면 코스피의 1분기 경로는 2200의 저점과 2600까지의 회복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수 저점이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는 이유는 무역수지 적자와 제조업 마진이 최악의 구간을 지나고 있기 때문”이라며 “국내 무역수지 적자의 주요 원인이었던 에너지 가격이 지난해 하반기 지속 하락하면서, 기대보다 높은 이익률을 선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2월에도 국내 증시의 랠리가 계속되기 위해서는 긍정적인 외부요인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증시 랠리의 지속성 여부는 ▲춘제 이후 중국 경기 정상화 속도 ▲외국인의 강한 국내 순매수 현상 ▲미 연준의 베이비스텝 전환과 금리인상 종결 기대감 등 세 가지 변수에 달렸다고 설명했다. 

새해 첫 FOMC에서는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이 예상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9일(현지시간) “두 차례 연속으로 금리인상 속도를 늦추면서 이전 금리인상의 영향을 검토할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박 연구원은 “2월 FOMC 회의를 큰 무리 없이 넘긴다면 증시 랠리 역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며 “특히, 2월 FOMC 회의 이후 예상처럼 달러화 수준이 한 단계 더 하락한다면 증시 랠리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경기 정상화 속도는 기대보다 양호한 편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1월 제조업 및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전월(47) 대비 3.1포인트 오른 50.1을 기록했다. 서비스업 PMI 또한 전월(41.6)보다 크게 오른 54.4를 기록했으며, 종합 PMI도 52.9로 전월 42.6 대비 10.3포인트 올라 시장 예상을 뛰어넘었다. 

최근 외국인의 ‘바이 코리아’(Buy Korea) 현상은 중국 경기회복 기대감에 따른 신흥국으로의 자금 유입 때문인 만큼, 중국 경기가 빠르게 정상화된다면 외국인 수급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박 연구원은 “공교롭게 외국인의 공격적인 국내 주식 순매수 현상이 있었던 시기는 2009~2010년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 이후 중국의 강력한 경기부양 정책이 실시되고 달러화가 약세를 보였던 시기”라며 “글로벌 자금의 위험자산 선호 현상 강화를 고려할 때 외국인의 국내 주식순매수 현상도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반면 외국인의 매수세가 정점을 지났다는 반론도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실적 하향조정에도 불구하고 코스피가 급반등하면서 선진국 대비 밸류에이션이 2012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며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한국 증시에서 일부라도 차익실현하려는 심리가 커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이어 “환율 변수만으로도 외국인 매도 압력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며 “달러대비 원화 약세국면이 전개된다면 외국인 차익실현 욕구는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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