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당 대표 경선 불출마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당 대표 경선 불출마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나경원 국민의힘 전 의원이 당대표 선거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여권 내부의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 언론 또한 내홍을 겪는 여권에 대해 냉정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앞서 나 전 의원은 지난 25일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대표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나 전 의원은 “우리 당의 분열과 혼란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막고 화합과 단결로 돌아올 수 있다면 저는 용감하게 내려놓겠다”며 “오늘 저의 물러남이 우리 모두의 앞날을 비출 수만 있다면, 그 또한 나아감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 나경원 불출마 보도, 키워드는 ‘안철수’와 ‘윤석열’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뉴스 빅데이터 분석시스템 ‘빅카인즈’에서 ‘나경원’을 검색한 결과, 지난 25일부터 27일까지 837건의 기사가 보도된 것으로 집계됐다. 날짜별로 보면, 나 전 의원이 당대표 선거 불출마를 선언한 25일 365건으로 가장 많은 기사가 보도됐으며, 이후 기사량이 줄어드는 추세다.

‘전당대회’, ‘불출마’, ‘국민의힘’ 등을 제외하면 나 전 의원 관련 기사에 가장 자주 등장한 키워드는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의 이름이었다. 이는 나 전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뒤 안 의원의 지지율이 크게 상승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이달 25∼26일 전국 성인 남녀 1009명(국민의힘 지지층 42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안 의원은 직전 조사(17.2%, 3위)보다 16.7%포인트 오른 33.9%의 지지율을 기록해 김기현 의원(40.0%)에 이어 2위로 뛰어올랐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세계일보는 26일 기사에서 “현재로서는 나 전 의원의 지지층이 상당수는 안 의원 측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라며 “나 전 의원과 안 의원 모두 수도권을 기반으로 하고 있을 뿐 아니라 윤심을 앞세운 김기현 의원의 '김장연대'(김기현-장제원 의원)에 대한 반발 표심도 있기 때문”이라고 전망했다.

세계일보는 이어 “반면 대통령실과 갈등했던 나 전 의원이 출마 뜻을 접으면서 윤심을 앞세워 대세론을 굳히고 있는 김 의원에게 표심이 쏠릴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며 “나 전 의원이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를 밝히지 않는 이상 김-안 의원 중 누구에게 표심이 쏠릴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나 전 의원 관련 기사의 또 다른 핵심 연관키워드는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이었다. 이는 나 전 의원의 불출마 결정에 대통령실 및 친윤계와의 갈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 때문으로 보인다. 경향신문은 25일 기사에서 “나 전 의원의 불출마 결정은 대통령실과 친윤의 압박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자격으로 한 지난 5일 ‘출산 시 부채 탕감 검토’ 발언부터 대통령실의 공개 비판을 받았다”며 “윤 대통령은 지난 13일 나 전 의원을 부위원장직과 기후환경대사직에서 전격 해임했고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17일 ‘대통령이 나 전 의원의 그간 처신을 어떻게 생각할지 본인이 잘 알 것’이라고 면박을 줬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나 전 의원의 불출마 선언문 및 기자회견 발언에도 윤 대통령을 향한 불만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솔로몬 재판의 엄마’ 비유에서는 왕이 윤 대통령, 아이가 당에 비유될 수 있다”며 “‘질서있는 무기력함보다 무질서한 생명력’이 필요하다는 표현도 친윤 일색의 당에 대한 비판으로 해석된다. ‘정치 현실이 낯설다’는 표현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25~27일 보도된 나경원 국민의힘 전 의원 관련 기사의 연관키워드. 자료=빅카인즈
25~27일 보도된 나경원 국민의힘 전 의원 관련 기사의 연관키워드. 자료=빅카인즈

◇ 언론, 나경원 불출마에 “여당 치부 드러낸 참사”

나 전 의원이 당대표 선거에 불출마하기로 결정하자, 언론은 일제히 여권 내부의 갈등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며 비판하는 모습을 보였다. 

동아일보는 26일 사설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나 전 의원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사직서를 제출하자 사표 수리 대신 기후환경대사직까지 해임해버림으로써 윤심(尹心)이 그에게 있지 않음을 분명히 했다. 윤심이 드러나자 40명이 넘는 초선 의원이 불출마를 촉구하는 연판장을 돌렸다”며 “나 전 의원이 장관급 자리를 맡아놓고 두 달 만에 그만둔 건 잘못이지만 그렇게까지 하면서 당대표 출마를 막을 정도인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이어 “여당은 대통령을 중심으로 움직여야 한다. 그렇다고 여당 대표가 대통령의 부하처럼 돼서도 안 된다”며 “대통령이 당대표를 지명하던 시절이 있었다. 윤심을 두고 벌어지는 경쟁은 그런 시절을 연상시킨다”고 꼬집었다. 

중앙일보 또한 이날 사설에서 “‘나경원 사태’는 동시에 여권 내 부조리와 치부를 드러낸 집단적 참사”라고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친윤계 초선의원의 나 전 의원 출마 반대 성명, 여당 의원들의 비판 발언, 당원 100%로의 룰 변경 등을 언급하며 “여야 대립이 첨예한 한국 정치 현실에서 국정 안정을 위한 대통령과 여당의 코드 맞추기를 비판만 하긴 어렵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 등장한 무리수들은 도를 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을 향한 강도 높은 비판도 이어졌다. 한겨레는 25일 사설에서 “이 모든 사태의 배경에 윤석열 대통령이 있다는 것은 정치 고관심층이 아니어도 알 수 있다”며 “윤 대통령은 이준석 전 대표를 ‘내부 총질 당대표’로 낙인찍으며 본심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대통령 앞에서 고분고분 존재감 없는 당대표, ‘거수기 여당’을 원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 또한 이번 사태에 대해 “나 전 의원은 불출마 선언은 윤 대통령의 뜻과 일치하지 않으면 여당대표가 될 수 없다는 점만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경향신문은 “당대표 후보들은 저마다 윤 대통령과 관저 식사를 했느니, 윤 대통령과 몇차례 통화했느니 볼썽사나운 윤심 경쟁만 벌였다”며 “이런 식으로 뽑힌 당대표가 민심을 얼마나 대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나 전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여당 내부갈등이 봉합 국면에 들어섰다고 평가했다. 조선일보는 26일 사설에서 “나 전 의원 출마를 놓고 친윤과 비윤으로 갈라져 다퉜던 여당 내분이 가까스로 봉합된 것”이라며 “재연될 뻔했던 집권당의 이전투구가 이쯤에서 끝난 것은 국정을 위해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윤 정부가 국정에서 성과를 보여준다면 누가 당대표가 되더라도 국민이 평가할 것이다. 그 반대면 누가 당대표가 돼도 국민은 외면한다”며 “나경원 사태가 집권당 자해극이 될지 아니면 전화위복이 될지 갈림길에 섰다”고 내다봤다. 

서울신문 또한 26일 사설에서 “나 전 의원의 백의종군으로 여당의 이전투구는 간신히 표면적 봉합은 된 듯하다”면서도 “하지만 당권을 놓고 빚은 내분으로 집권 여당은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훨씬 많다”고 말했다. 서울신문은 이어 “지금이라도 집권당의 본분을 뼈저리게 각성해야 한다”며 “대표 경선은 감정대립과 이합집산이 뒤엉킨 난장이 아니라 다양한 정책과 비전이 경쟁하는 정당 민주주의의 잔치 마당이 돼야 한다. 집권당답게 흐트러진 좌표를 똑바로 수습하는 모습을 보여 줘야 내년 총선에서도 국민 마음을 얻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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