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금융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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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리아] 금융당국이 특별대손준비금 적립요구권 도입을 예고하면서, 은행권 배당 전망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6일 은행업감독규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의 주된 내용은 특별대손준비금 적립요구권 도입이다. 이는 향후 예상되는 손실에 비해 대손충당금 및 준비금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금융당국이 은행에 대손준비금 추가 적립을 요구하는 제도다.

현재는 감독당국이 은행에 미래 불확실성 대응을 위해 선제적으로 손실흡수능력 확충을 요구할 제도적 근거가 없었다. 이 때문에 그동안은 금융감독원이 필요한 때마다 은행권에 자율적인 협조를 요청해왔다. 하지만 특별대손준비금 적립요구권이 도입되면, 금융당국이 은행의 대손충당금·준비금 수준의 적정성을 평가해 향후 예상되는 손실에 비해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추가 적립을 요구할 수 있다. 

금융위가 특별대손준비금 적립요구권 도입을 예고한 것은 지난해 8월부터다. 당시 열린 제4차 금융리스크 대응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취약차주 대출 및 부동산 PF 확대 등 그간 축적되어 온 위험에 적극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은행과 제2금융권이 충분한 손실흡수능력을 갖추도록 대손충당금 적립 수준을 점검할 것”이라며 “저축은행, 상호금융, 여전사 등 제2금융권의 대손충당금 적립률을 상향하고 은행권에 대한 특별대손준비금 적립요구권 신설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 부위원장의 말대로 금융위가 특별대손준비금 적립요구권 도입을 추진하게 된 것은 부실채권 위험을 우려해서다. 금융위에 따르면, 그동안 저금리 기조, 코로나19 지원조치 등으로 국내 총 여신은 지난 2017년 1776조원에서 지난해 9월 기준 2541조원으로 765조원이나 증가했다. 다만 같은 기간 부실채권 비율은 1.19%에서 0.38%로, 부실채권 규모는 21.1조원에서 9.7조원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최근 급격한 금리상승으로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는 데다, 코로나19 금융지원의 착시효과로 부실채권의 실제 규모가 과소평가됐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최근 금감원 발표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이후 꾸준히 하락해왔던 국내은행 원화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11월말 기준 0.27%로 전월말 대비 0.02%포인트 오르며 상승 전환했다. 아직 연체율은 양호한 수준이지만, 계속된 고금리 기조에 경기둔화가 겹칠 경우 신용리스크가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문제는 특별대손준비금 적립요구권이 은행의 배당 확대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손준비금은 2016년 이후 보통주 자본으로 분류됐기 때문에 은행의 손익에는 영향이 없다. 하지만 재무상태표상 배당가능이익 감소요인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준비금을 추가 적립할 경우 배당 여력이 줄어들게 된다. 

이 때문에 금융위의 이번 발표가 은행지주사 주가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실제 올해 들어 은행주는 배당 확대 기대감에 힘입어 상당한 상승세를 유지해왔다. 실제 ‘KODEX 은행’과 ‘TIGER 은행’ 상장지수펀드(ETF)는 올해 들어 각각 22.5%, 22.6% 상승했는데, 이는 코스피 상승률(10.9%)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은행주의 상승세 뒤에는 올해 들어 불기 시작한 주주환원 강화 여론이 놓여 있다. 앞서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는 지난 2일 KB·신한·하나·우리·JB·BNK·DGB금융지주 등 총 7개 은행지주사에 다음 달 9일까지 주주환원정책을 도입해 공시해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해외 은행(64%) 대비 국내 은행의 주주환원율(24%)이 지나치게 낮아 주가가 펀더멘털에 비해 저평가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신한금융지주 또한 같은 날 열린 경영포럼에서 자본비율 12% 초과분에 해당하는 자본 여력을 주주환원에 사용하겠다고 선언했다. 

배당 확대,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은행주의 상승 동력이었던 만큼, 특별대손준비금 적립요구권 도입에 따른 배당 불확실성 확대는 주가에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한편, 금융위는 “은행권 손실흡수능력 확충 관련 제도적 기반 마련을 위해 은행업감독규정 개정을 신속히 추진하여, 금년 상반기 중 시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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