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이 대표 "생리대 등 일상의 불편함 과학으로 혁신할 것"

왼쪽부터 박지혜, 김효이(대표), 이승민, 고은비. KAIST 또래친구들이 모여 이너시아를 창업했다.
왼쪽부터 박지혜, 김효이(대표), 이승민, 고은비. KAIST 또래친구들이 모여 이너시아를 창업했다.

[이코리아] 여성 과학자들이 평소 생리 기간에 겪은 불편함을 직접 해결하기 위해 뭉쳤다. 전자빔 기술을 통해 화학물질 없이 생리대를 만들어 우리 몸은 물론, 환경까지 생각하는 도전이었다.

이너시아(INERTIA)는 2021년 7월 카이스트(KAIST) 여성 공학도 4명이 모여 설립된 초기 스타트업이다. 이너시아 창업자 4명 중 3명이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출신이다. 

생리대에는 흡수제 소재로 석유추출물을 이용한 물질 SAP가 들어간다. SAP는 분해 과정에서 미세플라스틱이 생기고, 인체에도 좋지 않다고 알려졌다. 2017년 '생리대 발암 물질 검출 파동' 이후 꾸준히 안전성 의혹이 제기돼온 성분이다. SAP를 이용하지 않는 순면 흡수체 생리대도 있지만 흡수력이 낮아 생리혈이 역류하거나 샐 수 있다는 불편함이 있다. 이너시스는 독성 물질이 없는 천연흡수체 '셀라텍스(CELLATEX)'를 개발해 생리대에 적용했다.

이너시아의 생리대는 흡수체와 외피까지 모두 유기농 면화에, 미세플라스틱이 나오지 않는다. 생리혈을 흡수해 머금고 있으려면 분자끼리 잘 결합돼 있어야 한다. 그러한 결합을 위해 이너시아는 화학물질이 아닌 전자빔 공정을 도입했다. 버려졌을 때는 자연에서 생분해된다. 그럼에도 흡수력은 SAP를 이용한 제품보다 뛰어나다는 게 이너시아의 설명이다. 

이너시아는 이러한 기술을 인정받아 창업 해인 2021년 12월 한국공학한림원 차세대공학리더상 최우수상을 수상했으며, 지난해 4월에는 스위스 로잔연방공대가 주관하는 펨테크(female+tech) 육성 프로그램에도 선정됐다. 또 지난해 6월에 진행한 와디즈 펀딩은 목표했던 금액의 202배를 모아 주목을 받았다.

이너시아는 물리학에서 말하는 관성을 의미한다. 뉴턴 제1법칙인 관성의 법칙은 종종 기술의 변화에도 적용된다. 관성의 법칙이 고전 물리학에서 절대적인 기준인 것처럼, 이너시아의 제품이 우리 일상의 첫 번째 법칙이자 기준이 되길 원하는 마음에서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이너시아 김효이 대표는 "무거운 물체는 관성이 큰 것처럼, 너무 크고 중요한 문제는 기술의 발전 없이 아주 긴 시간 동안 제자리에 있다. 이너시아는 우리 삶에 가장 가깝고 중요한 것들을 기술로 바꾸는 변화를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런 신념으로 이너시아는 기술력과 가치를 인정받아 지난해 12월 열린 환경부의 '2022 녹색창업 우수성과 발표 및 간담회'에서 환경산업기술원장 표창을 받았다. 

<이코리아>는 27일 100% 유기농 천연 생리대라는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이너시아 김효이 대표를 인터뷰했다. 

◇ 먼저 이너시아 회사 소개를 부탁드린다.

이너시아는 여성의 편리하고 건강한 삶과 지속가능성의 공존을 위해 KAIST 연구진들이 설립한 프리미엄 페미닌 헬스케어 스타트업이다. 자체 개발 생분해성 생체적합성 흡수 소재 '셀라텍스(CELLATEX)'를 적용한 이너시아 더프리즘 유기농 생리대를 2022년 7월 성공적으로 출시해 판매하고 있다. 

◇ 펨테크로 창업을 결심한 계기가 궁금하다. 대표님이나 혹은 주위 분들의 건강 이슈가 영향을 준 것인가?

직접적인 건강 이슈는 아니지만, 어릴 적부터 생리통이 유독 심했었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서 좋다는 생리대만 골라서 썼는데도 생리통이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그동안 생리대 산업의 발전도 전혀 없어 보이는 것은 물론이고. 

연구실에서는 과학이 정말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데, 매달 반복되는 내 삶은 조금의 발전도 없는 것 같아서 답답했다. 평소 친했던 동아리 친구들 모임에서 이 이야기를 했는데, 모두가 깊게 공감했다. 그래서 “우리가 못 만들게 뭐있나, 해보자!” 해서 시작했다. (웃음) 

생리대를 구성하는 모든 소재의 특성부터 들어가는 물질, 가공 공정 과정까지 다 살펴보고, 전문가분을 찾아가서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본디 알고 있었던 것과 다른 진실을 마주하고 충격을 받곤 했다. 얻은 지식들을 바탕으로 열심히 연구해, 그 결과 생분해성 생체적합성 흡수 소재인 셀라텍스 개발에 성공하고, 이너시아 더프리즘 유기농 생리대 또한 출시에 성공했다. 

◇ 지난달 6일 환경부 2022 녹색창업 우수성과 발표 행사에서 이너시아가 환경산업기술원장 표창을 받았다. 이너시아의 기술력이 친환경으로 인정받았다는 의미인가?

기존에 사회적으로 심각했던 미세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려는 저희의 노력을 인정하여 수여해주신 표창이 아닌가 생각한다. 기존에 생리대를 포함한 패드류에서는 흡수력을 높이기 위해 미세플라스틱 계열의 흡수체를 사용하는 것이 정설이었다. 실제로 지금 시판되고 있는 흡수력 좋은 생리대 대부분에서 해당 미세플라스틱 흡수체를 사용하기도 한다. 우리는 해당 미세 플라스틱 소재를 셀룰로스 계열 천연흡수체로 100% 완벽하게 대체해 최종 제품 양산까지 성공했다. 기술개발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좋은 표창을 받게 되어 뿌듯하고, 보람찬 순간이었다. 

◇ 시중에 유기농 생리대는 꽤 있다. 이너시아의 차별점은?

세 가지로만 요약해보자면 첫째로, 미세플라스틱 프리(free)다. 이너시아 더프리즘 유기농 생리대는 자체 연구를 통해 탄생한 셀룰로오스 계열 흡수체인 셀라텍스를 현재 메인 흡수 레이어로 사용하고 있다. 개발 공정 및 물질에 대하여 특허 등록 받은 것으로 이너시아의 독자 기술로 만들어진 흡수체다. 타사에서 미세플라스틱 흡수체를 사용하거나 혹은 단순 펄프를 한 겹 더 쌓아 흡수력을 올리려고 한 것과 다르게 과학적으로 새롭게 흡수력에 대한 문제를 풀었다는 것에서 확실한 차별점이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완제품 기준 미세플라스틱 불검출 인증을 받은, 환경에도 인체에도 안전한 제품이다. 

사진=이너시아
사진=이너시아

둘째로, 속까지 100% 유기농 친자연 소재를 사용했다. 보통 유기농생리대면 커버만 유기농인 경우가 많은데, 우리는 커버, 날개, 속의 흡수층까지 유기농 순면을 사용했다. 뿐만 아니라 셀룰로오스 계열 흡수체를 적용한 것과 더불어, 마지막 방수층까지 사탕수수계열의 바이오기반 필름을 사용했다. 환경에 더욱 가까운 제품을 출시하기 위한 시도였다.

마지막으로, 우리 제품 패키지가 정말 예쁘다. 처음 보는 분들은 다들 화장품이나, 향수 브랜드인 줄 알았다면서 칭찬을 해주셨다. 단순히 예쁜 것을 넘어, 편의성 또한 갖추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외곽의 종이 포장은 그대로 생리대 보관함으로도 사용하실 수 있게 디자인했고, 단품 상태에서도 효과적으로 사이즈를 파악할 수 있도록 미디엄(m)과 라지(l)를 단품 포장지에도 기입했다. 사소한 변화이지만, 생활에서 체감되는 변화는 매우 큰 영역들을 갖추기 위해 신경썼다.

◇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이슈가 아직까지는 상장기업 중심이나 스타트업 역시 ESG에 빨리 대응할수록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관련해 이 대표님의 생각이 궁금하다. 

ESG는 역행할 수 없는 하나의 시대의 흐름인 것 같다. 흐름에 빨리 적응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할수록 기업의 빠른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성장 속도가 중요한 스타트업들에게 있어서는 빼놓을 수 없는 필수적인 고려 요소가 된 것 같다. 

◇ 미래 창업가들, 특히 녹색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해 줄 점이 있다면?

우리가 아직 법인 설립 후 2년이 채 되지 않은 작은 스타트업인지라, 조언을 드리는 것 보다 받는 것에 익숙해서 어색하다.(웃음) 한 가지 생각은 창업, 특히 녹색 창업을 다들 너무 어렵게 생각하시는 것 같다. 녹색 창업이라는 것이 꼭 거창하거나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생활에서 답습되고 있었던 환경 관련 문제들을 각 팀이 가진 솔루션으로 현명하게 풀어나가는 것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다들 도전해보셨으면 좋겠다.

◇ 이너시아의 향후 목표에 대해 말씀해 달라. 

궁극적으로 브랜드가 지향하는 목표는 일상과 가장 밀접한 생리대를 시작으로 웰니스를 과학으로 혁신하는 리얼 펨테크 기업이 되는 것이다. 현재에도 다양한 연구들을 진행하고 있다. 일상에서 반복적으로 우리가 사용하고 있지만, 불편함을 주고 있는 물건들을 차근차근 과학으로 혁신해 나갈 예정이다. 

한편 이너시아는 지난 8월, 홀트아동복지회와 협약을 맺고 자립준비소녀들에게 생리대를 지원하는 등 사회공헌 활동도 활발히 펼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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