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픽사베이
= 픽사베이

[이코리아] 보통 한 국가의 게임을 다른 국가에 서비스할 때 언어의 번역에 중점을 둔 ‘현지화(Localization)’라는 용어를 많이 사용한다. 하지만 이제는 단순한 언어의 번역을 넘어 다른 국가의 이용자가 이해할 수 있는 문화 코드를 반영하고 수정하는 ‘문화화(Culturalization)’가 주목받고 있다.

스마일게이트가 서비스중인 ‘로스트아크’의 도화가는 작년 1월 로스트아크에 추가된 클래스로, 붓과 먹물을 이용해 각종 기술을 펼치는 지원가다. 10대 소녀의 외모를 하고 있지만 ‘요즈’라는 인간이 아닌 종족이라 성인이라는 설정을 지니고 있다. 

지난달 22일, 로스트아크의 북미 서비스를 맡고있는 아마존은 한국 서버에 있는 ‘도화가’ 클래스가 2023년 북미 서버에 ‘아티스트’라는 이름으로 추가될 것이라고 공지했다. 이 과정에서 짧은 치마를 입은 복장에 반바지가 추가되고 바지 길이가 길게 조정되는 등의 수정이 가해질 것이라고 공지하며 화제가 되었다. 이는 북미가 동양보다 미성년자의 외모를 한 캐릭터의 성적 대상화에 더욱 엄격하기 때문에 수정이 가해진 것이다.

= 북미 로스트아크 누리집 갈무리
= 북미 로스트아크 누리집 갈무리

미국에서는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된 게임 이용자 환경에 맞춰 캐릭터의 인종이 변하기도 한다. 로스트아크 누리집의 클래스 소개 누리집을 살펴보면 대부분의 캐릭터가 흰 피부를 지니고 있지만, 북미 로스트아크 누리집을 살펴보면 캐릭터들이 다양한 피부색을 지니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로스트아크 뿐만 아니라 마비노기, 테라 등 다양한 국산 MMORPG가 해외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캐릭터의 인종이 변경되고, 어린 외모의 캐릭터의 노출도가 줄어드는 등 문화화를 통해 현지 게임 시장에 적응했다.

한편 국가 간의 문화적, 종교적 차이로 인해 게임이 특정 국가에서 출시되지 못한 경우도 있다. 핵전쟁 이후의 세계를 배경으로, 머리가 두 개 달린 돌연변이 소가 등장하는 ‘폴아웃 3’는 소를 신성시하는 인도에서 발매되지 못했으며, 남녀 캐릭터를 가리지 않고 자유로운 연애가 가능한 ‘매스 이펙트’는 동성애가 금지된 싱가포르와 이슬람 문화권에서 발매되지 못했다. 또 포켓몬스터 시리즈는 진화론을 긍정한다는 이유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금지되었다.

게임 마케팅 에이전시 퍼틸레인은 지난해 내놓은 보고서에서 “철저한 지역별 게임 문화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각 타깃 시장에 대한 철처한 마케팅 현지화 전략을 세우지 않으면 시장에서 외면받을수 있다.”라고 문화화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독일의 현지화 전문 기업 알타그램은 “문화화는 타국 출시의 성공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이다. 다른 문화권에서도 세부적인 게임 요소를 온전히 즐길 수 있도록 전달하고, 현지 정서에 반감을 줄 수 있는 내용은 없는지, 게임 그래픽이나 환경이 제작 의도대로 받아들여지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를 통해 출시 국가에서 게임의 호감도를 높일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이다.”라고 자사 누리집에서 강조했다.

 <이코리아>는 19일 한국콘텐츠진흥원에 질문지를 보내 문화화의 중요성과 국내 게임사의 문화화 현황에 대해 문의했다. 콘진원의 게임 해외 진출 지원사업 담당자는 “타국의 문화, 종교, 역사 등에 대해 현지 퍼블리셔나 기관 등을 통해 정보를 얻어 게임에 반영해야 한다. 대기업의 경우 현지 조사 등을 통해 이런 부분을 확인하고 반영해 출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그 밖에 현지의 인프라 수준, 문화적 선호사항, 문화적 금기 및 심의규정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콘진원은 “해외 지역 이용자들의 인터넷 등의 사양에 따라 클라이언트 용량 크기, 다운로드 방식, 결제 방식 등과 같은 부분이 고려되어야 한다. 또 각 문화의 민족이 지닌 색, 모양, 물건, 관습 등에 대한 선호도에 따라 현지화를 진행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다른 문화권과 상충되는 금기 사항과 법률, 관습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게임콘텐츠에 대한 심의 규정이 각 국가마다 다르기 때문이 이 역시 고려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콘진원은 중국에서 현지화에 성공한 ‘크로스파이어’를 사례로 들었다. 중국의 문화적인 선호에 맞추기 위해 UI와 게임 그래픽에 다양한 색을 사용했으며, 게임의 난이도 역시 한국에 비해 캐주얼하게 변경해 현지화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콘텐츠진흥원은 게임사들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게임더하기’ 플랫폼을 통해 중소 게임 개발사에 해외시장의 정보를 제공하고 글로벌 출시 고도화를 위한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매년 해외시장 보고서를 발간해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콘텐츠 신흥시장 오픈포럼을 통해 각종 정보와 시장진출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다고 덧붙혔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