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금융당국이 라임·옵티머스 등 부실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와 관련해 제재절차를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8일 “사모펀드 부실판매 금융회사 제재조치안 중 내부통제 쟁점에 대한 제재조치 심의재개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3월 부실 사모펀드 판매사에 대한 제재조치안 중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이하 지배구조법) 상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위반사항에 대한 제재 심의를 중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제재조치간 일관성・정합성, 유사사건에 대한 법원의 입장, 이해관계자들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충분한 확인 및 검토를 거친 후 심의를 진행하겠다는 것. 

이는 당시 같은 이유로 중징계를 받은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제기한 해외금리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관련 징계 취소 소송이 진행 중이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지난 2021년 8월, 현행 지배구조법 상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는 규정돼있지만 ‘준수의무’는 규정돼있지 않아 제재의 법적 근거가 없다며 손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이 때문에 손 회장과 마찬가지로 내부통제기준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중징계를 받은 부실펀드 판매사 CEO에 대한 제재 절차도 일제히 멈추게 된 것. 

이후 손 회장이 지난해 7월 항소심과 12월 최종심에서도 승소하면서 금융당국의 제재 확정이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확산됐다. 하지만 DLF 사태 관련 징계취소소송을 제기한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지난해 3월 1심에서 패소하면서 변수가 생겼다. 

손태승·함영주 두 CEO의 소송 결과를 가른 요인은 내부통제기준의 ‘실효성’이다. 실제 함 회장 소송의 경우, 재판부는 금융사가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했더라도 ‘실효성’의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면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준수의무’가 아니라 기준의 ‘실효성’에 초점을 맞추자 정반대의 판결이 나온 셈이다. 

금융위는 해당 판결에 대해 “내부통제기준 마련여부는 형식적 기준 마련 여부만이 아닌, 법정사항이 실질적으로 흠결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즉 내부통제기능이 전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정도에 이르렀는지를 함께 따져 보아야 하고, 내부통제기준이 법규가 의도한 핵심적인 목적을 실질적으로 구현할 수있는지에 따라 법정사항의 흠결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라며 이를 통해 내부통제에 대한 기본 법리가 확립됐다고 판단했다. 

현재 금융위 제재절차가 중단된 부실펀드 판매사 CEO는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 박정림 KB증권 대표, 양홍석 대신증권 사장(현 부회장) 등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020년 11월과 2021년 3월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이들 세 명에 대해 문책경고의 중징계를 처분한 바 있다. 제재가 확정되면 이들은 향후 3년간 금융사 재취업이 금지되며 연임 또한 불가능하다. 

금융위의 제재절차 재개가 이들 판매사에 당장 큰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박 대표는 이미 지난달 연임을 확정해 1년간 임기가 연장됐으며, 정 대표 또한 지난해 3월 3연임을 확정해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된다. 양 사장은 금감원 제재 1년 뒤인 2021년 11월 부회장으로 승진한 뒤 지난해 3월 사내이사 연임 승인을 받아 6연임에 성공했다. 내년 이후 임기가 만료되더라도 손 회장과 마찬가지로 징계취소소송을 제기할 경우 최종 판결이 나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연임이 가능하다. 

일각에서는 이번 제재와는 별개로 지배구조법 상 내부통제기준 관련 규정의 빈틈을 메우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금융위는 지난해 11월 대표이사에게 포괄적인 내부통제 관리의무를 부여해, 금융사고 발생 방지를 위해 적정한 조치를 취할 의무를 부과하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일종의 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을 추진하겠다는 것. 다만 중대 금융사고가 아닌 경우,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충분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잘 관리한 경우에 대해서는 책임을 면하기로 했다. 

한편 금융위는 실무적 준비를 거쳐 다음 달 중 제재안건 심의를 재개할 방침이다. 2년 넘게 미뤄진 부실펀드 판매사 CEO 제재가 올해는 확정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