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의 성명서 = 게티이미지 누리집
게티이미지의 성명서 = 게티이미지 누리집

[이코리아] 해외에서 그림 생성 AI의 공정이용을 둘러싼 법적 분쟁이 증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유사한 분쟁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저작권법 개정안의 통과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주 캘리포니아에서 창작자들이 그림 생성 AI에 집단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이번에는 스톡 이미지 판매 플랫폼 '게티 이미지'가 그림 생성 AI'스태이블 디퓨전'의 개발사 '스태빌리티 AI'를 상대로 영국에서 소송을 제기했다. 게티 이미지는 스테이블 디퓨전이 자사가 판매중인 수백만 개의 유료 이미지를 무단으로 학습에 사용하며 지적 재산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게티 이미지는 17일 성명서를 통해 “스태빌리티 AI가 저작권으로 보호되는 수백만 개의 이미지와 게티 이미지가 소유한 데이터를 상업적 이익에 활용했으며, 콘텐츠 제작자에게 손해를 끼쳤다.”라고 밝혔다. 또 “우리는 인공지능이 창의적인 노력을 자극할 잠재력이 있다고 믿는다. 이에 따라 우리는 개인 및 지적 재산권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인공지능 시스템의 교육에 라이센스를 제공해 왔다. 스태빌리티 AI는 그런 라이센스를 무시하고 구매하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더 버지는 AI의 학습에 쓰이는 데이터가 공정이용 원칙의 적용을 받을지의 여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며, 이 문제가 법원에서 확실하게 결정되어야 한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2022년이 생성 AI에게 최고의 한 해(banner year)였다면, 올해는 AI 도구의 소유권, 저작권 및 진정성에 대한 법적 갈등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생성 AI는 사람이 만들어낸 콘텐츠를 대량으로 학습하는데, 이 과정에서 저작권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작년 10월 올라온 AI 학습 그림 저작권에 관한 청원 = 국회 국민동의청원 갈무리
작년 10월 올라온 AI 학습 그림 저작권에 관한 청원 = 국회 국민동의청원 갈무리

국내의 상황은 어떨까. 국내의 창작자들 역시 해외와 마찬가지로 생성 AI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창작자들이 인터넷에 자신의 작업물을 업로드하면서 AI 학습에 사용하지 말라고 요청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AI 학습 데이터를 둘러싼 저작권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창작자의 권리보호와 인공지능 개발 촉진을 동시에 담은 저작권법 전부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에는 컴퓨터를 이용한 자동화된 정보 분석에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이용허락을 받지 않아도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정보 분석을 위한 복제, 전송 허용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AI 학습을 위한 저작물 이용은 공정이용이라는 견해를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해당 법안은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법무법인 비트의 안일운 변호사는 18일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문체부가 추진 중인 저작권 개정안이 빨리 통과되어야 생성 AI를 둘러싼 혼란이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 변호사는 “일본처럼 AI 학습을 위해 대량의 데이터를 사용하는 것을 공정이용으로 허용한다고 법적으로 정해두면 이런 혼란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다만 AI 학습이라는 미명 하에 아무 데이터나 수집해서 이익을 내며 저작권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을 금지하는 등 공정이용에 대한 요건을 엄격하게 해야 한다. 현재의 개정안에도 그런 내용이 들어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 영리적 목적의 생성 AI 이용은 공정이용으로 보기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변호사는 “AI 기업들이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면 그래도 공정이용이라고 생각할 여지가 있지만, 이를 이용해 수익을 내기 시작하면 법적 분쟁이 늘어날 여지가 있다. 공정이용의 조건 중에는 저작권자 본인에게 피해가 발생하면 안 된다는 조건이 있다. 또 영리적인 사용에는 공정이용이 인정되지 않은 판례도 많다. 그래서 저작권법과 현재까지의 판례를 봤을 때 과연 생성 AI의 유료서비스가 공정이용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법적인 정비도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이를 이용해 돈을 벌게 되면 공정이용으로 보기 힘들어질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현 상태에서 실제로 법적 분쟁이 일어나게 되면 어떻게 될까. 안 변호사는 창작자가 AI 모델로 인해 발생한 피해를 입증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AI 기업이 자신의 그림을 학습시켜 피해를 봤다고 창작자가 주장해도, 실제로 AI 학습 과정에서 특정 그림이 사용되었는지 그 증거를 찾는 것은 기업 측이 이를 시인하지 않는 이상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다만 일단 저작권자가 자신의 그림이 AI에 학습되었다는 점과 권리가 침해당했다는 것을 입증하는데 성공하면 AI 학습을 시킨 기업 측이 민형사상 책임을 질 여지는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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