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과 미국 완성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가 합작 설립한 배터리 회사 얼티엄셀즈의 미국 오하이오주 워런 공장. 사진=얼티엄셀즈
LG에너지솔루션과 미국 완성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가 합작 설립한 배터리 회사 얼티엄셀즈의 미국 오하이오주 워런 공장. 사진=얼티엄셀즈

[이코리아] 지난해 증시 침체에도 불구하고 견고한 방어력을 보여줬던 2차전지 관련주가 새해 들어 주춤하는 모습이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테슬라 부진 등 각종 변수가 겹쳐 있지만, 실적 부진에 따른 주가 하락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증시는 미국발 통화긴축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우울한 한 해를 보냈지만, 2차전지 관련주는 대체로 코스피·코스닥에 비해 높은 수익률을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2차전지 ‘빅3’인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각각 –11.7%, -7.4%, -37.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를 단순 평균하면 –20.2%로 코스피(-25.2%), 코스닥(-34.5%)의 지난해 수익률보다 높다. SK이노베이션을 제외하면, 나머지 두 기업은 모두 증시 침체에도 불구하고 주가 방어에 성공한 셈이다. 

하지만 새해 들어 증시가 반등 움직임을 보이는 것과는 달리 2차전지 관련주는 주춤하는 모양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 17일 기준 2379.39로 연초 대비 153.72(6.9%) 상승했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의 수익률은 같은 기간 각각 2.7%, 2.3%에 머물렀다. SK이노베이션의 주가는 올해 첫 거래일 그대로다. 

증권가는 2차전지의 새해 부진에 대해 다양한 원인을 제시하고 있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 11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수급·가격·수요·IRA 등 네 가지 불확실성이 2차전지 관련주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말 중국의 리오프닝 선언과 한국의 반도체 세액공제율 인상 등의 이슈로 인해 2차전지에 쏠렸던 글로벌 투자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큰 데다, 지난해 11월까지 상승 추세였던 리튬 가격이 12월 들어 16% 하락하면서 2차전지 업체의 판매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 

또한 테슬라의 지난해 인도량이 예상치를 밑도는 등 수요 측면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장 연구원은 “유럽의 전기차 수요가 생각보다 부진함을 확인하는 순간 완성차 업체들은 자신들이 갖고 있는 배터리 재고에 대한 부담을 크게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재고 관리를 우선해야 되는 부담으로 장기 구매 물량이 변하지 않는다고 해도 특정 구간에서는 신규 주문을 축소해야 될 가능성도 있다. 이는 수요 리스크가 극대화될 수 있는 이벤트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2차전지주 반등의 1등 공신이었던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효과도 불분명해지고 있다. IRA 하에서 중국 2차전지 업체의 북미 시장 진출이 예상되는 데다, 법안 시행에 따른 국내 업체의 수혜 여부도 아직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기 때문. 장 연구원은 2차전지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하며 “중장기 전방산업 환경에 대한 믿음은 여전하고 올해 매출 성장도 유효하겠지만 시장이 싫어하는 불확실성이 단기간 더 켜질 가능성이 있다”며 2차전지 시장의 부진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실적 악화에 대한 우려는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며, 올해도 2차전지 관련주의 상승을 기대해볼만 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안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17일 보고서에서 “2022년 4분기 2차전지 셀 및 소재 기업 대부분 어닝쇼크가 예상된다. 성과급 및 충당금 등 일회성 비용, 3분기 높은 원재료 비용 반영 등으로 인한 스프레드 축소 영향이 가장 컸다”면서도 “다만, 실적은 지난달 말부터 이미 주가에 반영되어왔다. 2025년까지 연평균 34% 이상의 성장률을 고려할 때, 밸류는 충분히 낮아진 상태”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2차전지 판매가격 하락 요인은 제한적인 반면, 수요 증가 요인은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리튬 생산량 증가로 가격이 하락하고 있지만 주요 업체의 생산 일정이 대부분 올해 하반기에 몰려있는 데다, 여전히 리튬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상태이기 때문. 여전히 글로벌 배터리 수급이 빠듯한 상황인 만큼, 테슬라의 가격 인하가 2차전지 업체에 미칠 압력도 제한적이다. 

중국과 유럽의 수요 불확실성은 높은 상태지만 우려보다는 상황이 좋다는 낙관론도 나온다. 이 연구원은 “중국에서는 가격 경쟁을 통한 시장점유율 확대 전략 본격화로 2023년에도 높은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 유럽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지속으로 전력비 상승 우려가 여전하지만, 겨울철 이상 기후로 인해 천연가스 재고율은 8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라며 “중국은 2022년 중국 로컬 전기차 기업 중심 성장에서 2023년 테슬라 중심 수요 성장이 기대된다는 점에서 K-배터리에 긍정적이다. 유럽은 2023년에도 수요 둔화가 예상되나 가스 가격 안정화 등으로 인해 우려보다는 좋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이어 “올해는 작년에 이어 미국 중심 수주 모멘텀도 기대된다. 미국 내 배터리 수급은 2024년까지 수요 대비 공급이 50%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며 “완성차 기업들의 배터리 조기 가동 요구가 이어지고 있으며 동시에 배터리 기업들의 추가 수주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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