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6일 주요 은행주 주가 및 수익률. 자료=한국거래소
2~16일 주요 은행주 주가 및 수익률. 자료=한국거래소

[이코리아]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대표 종목인 은행주가 새해 들어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국내 주요 은행지주사 주가는 새해 들어 10~20% 가량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KB·하나·우리 등 4대 은행지주사 주가는 올해 첫 거래일인 지난 2일 대비 각각 27.7%, 26.1%, 28.9%, 18.2% 상승했다. 이 기간 4대 은행지주사 수익률의 단순 평균은 25.2%로, 코스피 전체 수익률(7.8%)의 세 배가 넘는다.

지방 은행지주사도 마찬가지다. JB금융 25.7%, BNK금융 14.9%, DGB금융 16.1%로 모두 두 자릿수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3일 2만4100원까지 하락했던 카카오뱅크마저 16일 2만9450원까지 오르며 3만원선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은행지주사 수익률이 급등하다 보니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또한 선전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ODEX(코덱스) 은행 ETF지수는 16일 기준 7490원으로 연초 대비 22.3% 상승했으며, TIGER(타이거) 은행 ETF 또한 같은 기간 22.4% 올라 7785원을 기록했다. 

은행주가 이처럼 고공행진을 시작한 것은 공교롭게도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가 주요 은행지주사에게 강도 높은 주주환원을 요구하면서부터다. 얼라인은 지난 2일 KB·신한·하나·우리·JB·BNK·DGB금융지주 등 총 7개 은행지주사에 다음 달 9일까지 주주환원정책을 도입해 공시해달라고 요구했다. 

얼라인은 국내 은행주가 펀더멘털에 비해 지나치게 저평가돼있다며, 그 이유로 부족한 주주환원 및 비효율적 자본배치 등을 꼽았다. 얼라인에 따르면, 배당과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포함한 주주환원율은 해외 은행이 64%인 반면, 국내 은행은 평균 24%로 큰 격차를 보인다. 얼라인은 국내 은행지주사가 자본 여력을 대출자산 성장에 과도하게 집중했다며, 이를 개선할 경우 건전성 문제 없이 주주환원율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얼라인이 서한을 보낸 2일 신한지주는 경영포럼을 개최하고 자본비율 12% 초과분에 해당하는 자본 여력을 주주환원에 사용할 것임을 표명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배당 확대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 얼라인은 현재 JB금융지주 14%, 우리금융지주 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DGB금융지주의 경우 주주들로부터 1%의 의결권을 위임받은 상태다. 얼라인의 지분율이 가장 큰 JB금융지주의 수익률(1월 2일~16일)은 25.7%로 세 지주사 중 가장 높으며, 4대 금융 평균 수익률을 상회한다.

또한, 최근 자본비율 12%를 초과한 부분은 주주에게 환원하겠다고 밝힌 신한지주의 같은 기간 수익률은 27.7%로 은행지주사를 포함한 전체 은행주 수익률 중 가장 높다. 배당에 대한 기대감만큼 수익률이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16일 보고서에서 신한지주의 주주환원 선언에 대해 “주가의 저평가 요인이 부족한 주주환원 정책에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신한지주의 전향적인 자본 정책 발표로 이 같은 기조가 나머지 금융지주에 확산될 것이 라는 기대감에 신한·KB·하나의 주가는 연초 대비 17.6% 상승하며 오랜만에 훌륭한 주가흐름을 보였다”고 말했다.

다만 얼라인의 주장대로 은행지주사가 주주환원정책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설지는 아직 확신하기 어렵다. 금리상승으로 인해 이자이익이 급증하며 배당 여력은 충분히 확보했지만, 금융당국의 우려를 무시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지금처럼 변동성이 크고 어려운 시기엔 다양한 방식의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에 따라 금융회사가 단기간 내에 큰 어려움이 있을 때 그를 감내할 수 있는 여력 내에서 배당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원장은 지난 16일에도 “은행 대출은 대다수 국민을 상대로 하는 서비스인데, 이익의 3분의 2를 주주환원과 성과급에 사용한다면 3분의 1 정도는 국민 몫으로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 개인적 생각”이라며 “은행의 사회공헌 노력을 금액적 측면에서 보면 주주환원이나 성과급에 대한 배려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비판적 시각이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이어 “40년간 찾아보기 어려운 이자 상승 국면으로, 지금보다 더한 비상상황은 없다”며 “이런 시기에는 은행의 공적 기능이 중요하다는 게 저뿐만 아니라 여러 의사결정자들이 갖고 있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은행지주사를 둘러싼 금융환경이 변화하고 있는 만큼, 즉각적인 주주환원율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 연구원은 “당장 올해 경기 상황을 예측하기 쉽지 않고 바젤Ⅲ 최종 단계도 적용된다”며 “국내 시중은행의 CET1(보통주 자본비율) 규제 비율은 10.5%로 (신한지주가 제시한) 12%의 비율은 위기 상황 시 150bp(1bp=0.01%포인트)가량의 여력을 확보하는 것에 해당한다. 이 여력 수준에 대해 금융당국과 커뮤니케이션도 필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KODEX 은행 지수는 17일 오후 2시 현재 전일 대비 65포인트(-0.85%) 하락한 7425를 기록 중이다. 얼라인이 시작한 은행주 재평가 움직임이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