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13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금통위는 이날 오전 열린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3.25%에서 3.50%로 0.25%포인트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금통위는 지난해 2월 기준금리를 1.25%로 동결하기로 결정한 이후, 4월부터 7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해왔다. 현재 금리는지난 2008년 11월(4.00%)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금통위가 7연속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물가 상승이다. 금통위는 이날 발표한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이하 통방문)에서 “국내경제 성장률이 지난 11월 전망치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나, 물가 오름세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앞으로도 상당기간 목표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물가안정을 위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추가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미국과의 금리차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지난달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0.50%포인트의 빅스텝을 단행하면서 한미 금리차는 최대 1.25%포인트까지 벌여졌다. 금통위가 이번 회의에서 금리인상을 결정하면서 한미 금리차가 0.25%포인트 좁혀졌지만, 아직 격차가 크다.

다만 최근 물가상승세가 둔화되면서 이번 금리인상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도 확산되고 있다. 실제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9.28로 전년 동월 대비 5.0% 상승했지만, 상승률은 7월 6.3%로 정점에 오른 뒤 점차 하락하는 경향을 보이는 중이다. 미국 또한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6.5%로 1년 2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연준이 강력한 통화긴축이 촉발한 고환율 현상도 어느 정도 완화됐다. 지난해 10월 1400원대를 돌파했던 달러·원 환율은 현재 1243.54원으로 하락한 상태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2일 보고서에서 “추가 인상의 여지는 열어두겠지만 이번 인상이 마지막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 연구원은 “현재 달러·원 환율은 11월 금통위 당일 급락했던 1328.4원보다도 59.6원 낮은 1,268.8원”이라며 “2022년 연준이 강제한 금리인상 사이클로 인해 경제 체력 대비 높은 금리인상을 강요 받았다면 이제는 대내 요인을 점검할 때”라고 말했다. 

금통위 내부에서도 기준금리 동결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확대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13일 기자간담회에서 주상영·신성환 등 2명의 금통위원이 3.25% 동결을 주장했다고 밝혔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전날 보고서에서 “비둘기파 금통위원들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부분도 있고, 경제부총리 또한 ‘물가가 상반기까지 5% 내외 높은 수준을 유지하더라도 금리는 목에 찼다’는 발언은 정책당국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며 “한은 총재는 물가불확실성 정도를 제외하고는 더 높은 금리인상을 단행해야 할 근거 제시가 애매해졌다”고 말했다.

다만 한미 금리차가 1%대 이내로 좁혀지지 않았다는 점, 연준 또한 지속적인 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10일(현지시간) “물가 안정을 위해 경기를 둔화시키고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단기적으로 인기 없는 정책이 필요할 수 있다”며 추가 금리 인상을 암시한 바 있다. 

외국인 자금의 유출도 계속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인 증권(주식·채권) 투자자금은 24억2000만 달러(약 3조600억원) 순유출됐다. 주식투자 자금은 3억1000만 달러 순유입됐으나, 채권투자 자금이 27억3000만 달러나 빠져나갔다. 외국인 자금 유출의 원인이 한미 금리차인지 아직 확신하기는 이르지만, 추세가 계속될 경우 금리인상의 명분이 될 수 있다.

한편, 금통위 내부에서는 최종금리를 두고 의견이 팽팽하게 엇갈리고 있다. 이 총재에 따르면, 최종금리 수준에 대한 금통위원들의 의견은 3.50% 3명, 3.75% 3명으로 팽팽하게 엇갈린 상태다. ‘베이비스텝’을 결정한 금통위가 한 달 뒤 열릴 회의에서 금리를 추가 인상할지, 3.50%로 금리인상을 마무리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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