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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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리아]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이 지난해 역대 2위 수준의 흥행에 성공했다. 하지만 증시침체로 하반기 IPO 시장이 크게 위축된 데다, 새해 들어서도 상장 계획을 재검토하는 기업이 늘어나는 분위기다. 

실제 지난해 IPO 시장은 LG에너지솔루션의 흥행 성공으로 시작했지만, 기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기업설명(IR) 전문 컨설팅 기업 IR큐더스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상장 기업(스팩·코넥스·재상장 제외)은 73개사로 전년(94개사) 대비 21개사(22.3%)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코스피·코스닥 상장 기업의 전체 공모액은 16조1010억원으로 역대 두 번째로 높은 규모를 기록했으나, 전년(20조4500억원)과 비교하면 4조3490억원(21.3%) 감소한 것이다. 

그나마 역대 2위 수준의 공모 규모를 기록한 것도 LG에너지솔루션의 대형 흥행 덕분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공모액(12조7500억원)을 빼면, 지난해 IPO 시장 공모 규모는 3조3510억원으로 줄어든다. LG에너지솔루션의 공모 청약 및 상장이 지난해 1월 진행됐음을 고려하면, 사실상 나머지 11개월 동안 IPO 시장이 얼어붙었던 셈이다. 

지난해 IPO 시장이 이처럼 위축된 것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통화긴축, 중국의 제로코로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고환율·고물가·고금리 등 악재가 겹치면서 증시가 급격하게 침체됐기 때문이다. 

‘따상’(상장일 공모가 대비 두 배로 시초가가 형성된 뒤 상한가로 마감)이 당연시됐던 2021년과 달리, 지난해 IPO를 진행한 종목 대부분은 주가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쏘카(2만8000원), 수산인더스트리(3만5000원), 성일하이텍(5만원) 등 지난해 공모액이 1천억원 이상이었던 신규상장기업 대부분은 현재 공모가에 미치지 못하는 주가를 기록 중이다. 지난댈 22일 상장한 바이오노트의 경우 흥행 부진으로 공모가를 희망범위 하단의 절반인 9000원까지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이후 유동성 파티와 함께 부풀어 올랐던 증시의 거품이 꺼지면서, 공모 대박을 노리는 투자자들의 관심도 점차 떨어지고 있다. 새해 들어서도 얼어붙은 투심이 녹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분위기다. 실제 지난해 IPO 시장 대어로 꼽혔던 기업들은 상장계획을 재검토하거나, 아예 철회하는 등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8월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새벽 배송업체 컬리(마켓컬리)는 4개월만인 지난 4일 상장 철회 의사를 밝혔다. 

지난해 IPO 최대어로 꼽혔던 인터넷전문은행 맏형 케이뱅크도 상장 절차가 순탄치 않다. 실제 케이뱅크는 제출 마감일인 지난 6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물론 상장 승인 효력 기간을 연장해 오는 3월 20일로 일정을 미룰 수 있지만,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이상 미국 기관투자자를 제외하고 상장을 진행해야 한다. 해외 투자설명서에 포함되는 재무제표의 작성 시점부터 135일 이내에 상장 일정을 마쳐야 하는 ‘135룰’ 때문.

일각에서는 케이뱅크가 유상증자를 통해 유치한 7250억원의 자본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만큼 상장계획을 밀고 나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지만, 미국 기관투자자를 배제하고 상장을 진행할 경우 흥행을 확신하기 어렵다. 

다만 올해 첫 IPO 주자가 공모 흥행에 성공한 것은 긍정적인 소식이다. 한주라이트메탈은 지난 10~11일 이틀간 진행된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 청약에서 경쟁률 565.18대1, 청약 증거금 1조4235억원을 기록했다. 새해 첫 IPO의 흥행 성공이 우울한 전망을 반전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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