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가시나무 열매. 출처=들꽃세상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호랑가시나무 열매. 출처=들꽃세상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이코리아] 올해 겨울은 강한 한파와 많은 눈이 자주 내리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나무들은 혹독한 겨울을 준비하기 위해 일찌감치 잎을 떨구고 앙상한 가지만을 남긴 모습으로 이 시기를 견디고 있다. 이러한 모습 때문인지 겨울의 숲과 나무들은 무채색의 모습이 쉽게 연상된다. 그러나 이 시기에 반짝이는 푸른 잎과 화려한 붉은색 열매로 알록달록한 색감을 뽐내는 나무가 있다. 잎의 가시와 붉은색 열매가 예수의 고난을 상징하는 뜻에서 영어로는 ‘Horned holly’라고도 불리며, 크리스마스를 대표하는 나무로도 알려진 나무가 바로 오늘 소개할 ‘호랑가시나무’이다. 

호랑가시나무 잎. 출처=들꽃세상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호랑가시나무 잎. 출처=들꽃세상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부안 도청리 호랑가시나무 군락(천연기념물 제122호). 출처=들꽃세상.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부안 도청리 호랑가시나무 군락(천연기념물 제122호). 출처=들꽃세상.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호랑가시나무라는 이름은 잎의 가시가 호랑이 발톱 같은 나무라는 뜻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꽃은 은행나무처럼 암수딴그루로 봄에 꽃이 가지에 다닥다닥 모여서 핀다. 꽃은 작고 황록색으로 화려하지 않지만 좋은 향기가 나는 매력이 있다. 10~12월이 되면 암나무의 수많은 꽃이 새빨간 열매로 탈바꿈하는데 무채색의 겨울을 화려하게 꾸며주는 매력이 있다.

호랑가시나무는 추위에 약하여 전라도와 제주도 등 우리나라 남부지역에서 자라는 나무이다. 그중 전라북도 부안 도청리의 호랑가시나무는 가장 북쪽에 자리 잡은 자생집단으로 천연기념물 제122호로 지정되어 있다.

부안 도청리 군락은 어른나무와 어린나무 1,000그루가 촘촘히 모여서 자라고 있다. 그런데 이곳은 나무는 많지만, 열매를 볼 수 없는 기이한 현상이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15년 국립산림과학원에서 DNA 분석을 통해 1,000그루에 달하는 나무들이 모두 수나무라는 점을 밝혔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744그루의 어른나무는 물론 211그루의 어린나무들도 모두 동일한 클론이라는 점이다. 아마도 과거 한 그루의 나무에서 뿌리 맹아로 퍼지면서 지금의 수백 그루의 숲이 형성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행히 군락 주변에 조성된 식재림에 암나무가 포함되어 있어 적절한 관리를 통해 천연기념물 호랑가시나무의 소중한 생명자원을 보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감탕나무 잎과 꽃(암꽃) 황록색을 띤다. 출처=들꽃세상.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감탕나무 잎과 꽃(암꽃) 황록색을 띤다. 출처=들꽃세상.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호랑가시나무와 유사하지만, 잎에 가시가 없고 광택이 적은 감탕나무가 있다. 감탕나무라는 이름은 끈끈하고 단맛이 나는 국물의 감탕(甘湯), 또는 새를 잡거나 나무를 붙이는 데 쓰는 풀인 감탕에서 유래된 이름이라고 한다. 감탕나무의 껍질에서 나오는 끈끈한 점액물을 과거 가지에 묻혀서 새를 잡는 용도로 사용했다고 한다. 감탕나무도 제주도, 울릉도를 비롯한 우리나라 남부지역에서 볼 수 있는 나무로 겨울에 열리는 빨간 열매가 매력적인 나무이다. 

감탕나무 열매. 출처=들꽃세상.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감탕나무 열매. 출처=들꽃세상.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제주도에 가면 가로수로 쉽게 만나 볼 수 있는 먼나무가 있다. 이름이 독특하여 사람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한다. 먼나무라는 이름은 나무껍질이 먹처럼 검은 나무라는 뜻의 제주 방언 ‘먹낭’에서 유래된 이름이라고 한다. 앞서 소개한 호랑가시나무, 감탕나무와 달리 나무 크기가 10m 이상으로 크게 자라는 특징이 있다. 또한 꽃의 색이 흰색 또는 연분홍색으로 황록색의 꽃을 피우는 앞선 두 수종과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먼나무 또한 겨울에 볼 수 있는 빨간색 열매가 매력적이다. 제주도에서 앙상한 가지에 빨간색 열매가 뭉글뭉글 맺혀있는 먼나무를 보면 추운 겨울에 따뜻한 온기가 조금이나마 느껴지는 듯하다.

먼나무 열매. 출처=들꽃세상.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먼나무 열매. 출처=들꽃세상.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먼나무 꽃(암꽃) 연분홍색을 띤다. 출처=들꽃세상.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먼나무 꽃(암꽃) 연분홍색을 띤다. 출처=들꽃세상.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먼나무 잎. 출처=들꽃세상.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먼나무 잎. 출처=들꽃세상.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호랑가시나무, 감탕나무, 먼나무는 도서지역을 비롯한 남부지역에서 겨울의 무채색을 알록달록하게 꾸며주는 소중한 우리나무이다. 천연기념물로 보전되고 있는 호랑가시나무 부안 도청리의 군락부터 가로수로 우리 생활권 숲을 꾸며주는 먼나무에 이르기까지 우리 땅을 지켜온 소중한 우리나무이다. 우리 주변과 숲을 지키고 있는 호랑가시나무 3형제를 만난다면 고마운 마음을 담아 정성어린 응원을 보내주기를 바란다.

[필자소개]

임효인 박사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명정보연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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