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사진=뉴시스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독배’냐 ‘별의 순간’이냐.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진퇴양난의 기로에 섰다. 대통령실과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의힘 전당대회 출마 여부를 놓고 고민에 빠진 것. 갈등의 발단은 헝가리식 출산 지원 정책이지만 당권 도전이라는 핵심 변수가 깔려 있다.  

헝가리식 출산 지원 정책은 나 부위원장이 신년 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결혼하면 4000만원을 대출해주고 첫 자녀를 출산하면 무이자로 전환하고 둘째 출산 시 원금 일부 탕감, 셋째 출산 시 원금을 전액 탕감해 출산율을 높이자는 의도였다. 

대통령실은 즉각 반발했다. 안상훈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나 부위원장 발언 다음날 브리핑을 통해 “윤석열 정부의 관련 정책 기조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반박했다. 이후에도 충돌은 이어졌다.  나 부위원장은 안 수석 브리핑 직후 MBC와 인터뷰에서 "위원회 차원에서 검토한 건인데 개인 의견으로 치부한 건 너무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통령실 관계자는 9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장관급 고위 공직자가 정부 정책 기조와 정반대의 이야기를 하면서 거짓말을 했다"며 "고위 공직을 당 대표 선거를 위한 도구로 활용하는 것은 문제라고 본다"라고 직격했다.

대통령실이 언급한 거짓말은 대통령이 위원장인 저출산위에서 정식 회의가 한차례도 열리지  않았는데 해당 대책을 검토한 것처럼 나 부위원장이 거짓말을 했다는 뜻이다. 그러자 나 부위원장은 "위원회 회의에서 논의했다고 언급한 적이 없고 위원회 실무자들과 헝가리의 사례를 검토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대통령실이 나 부위원장을 연일 비판하는 배경에는 공직 활동을 자기 정치의 지렛대로 활용해서는 안된다는 ‘윤심’이 깔려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나 부위원장은 국민의 힘 당원 지지율 1위로 부상했다. 하지만 김장연대를 주축으로 윤심이 작용 중인 상황에서 지지율만으로 돌파하기 어렵다. 공천을 의식한 초재선  의원들이 나 부위원장에게 표를 던질 확률도 낮아 보인다. 그렇다고 당 대표 출마를 포기하는 것도 정치인이 취할 자세는 아니다.

국힘 내부에서는 나  부위원장의  당 대표 출마를 놓고  찬반  의견이 팽팽하다. 당권 주자인 김기현 의원을 비롯해 중진 의원들은 나부위원장의  출마를  만류하고 있으나 반대로 출마를 촉구하는 의견도  만만찮다. 

국민의힘 청년 당원 100인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3월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과연 국민의힘 당원들의 총의로 치러질 수 있는 건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여론조사 당원 지지율 압도적 1위인 후보의 출마를 저지하기 위한 인위적 정치공세가 있는가 하면, 대통령실이 직접 후보 교통정리를 한다는 등의 온갖 안 좋은 소식들이 계속되고 있다”며 나 부위원장의  출마를 촉구했다. 

한동안 잠잠하던 이준석 전 대표도 페이스북에 "골대를 들어 옮기는 것으로 안되니 이제 자기팀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선수들을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며 "사실 애초에 축구가 아니었다"고 나 부위원장을 향한 당 내부의 조리돌림 현상을 비꼬았다.

김용태 국민의 힘 전 최고위원은 나 부위원장이 출마하면 ‘별의  순간’이 올 거라고 주장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10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나경원 전 의원, 지금 별의 순간이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 “지지율이 깡패다. 민주공화정에서 국민과 당원이 부르면 거기에 응답하는 것이 정치인의 사명이다. 여론조사에서 굉장히 높은 랭킹을 차지하는 나경원 전 의원을 출마 못하게 하려고 많은 의원분들께서 언론에 나와서 조리돌림 하려고 하는 그런 모습들을 보면 나 전 의원이 더 용기를 내셔야 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나 전 의원이  자유한국당 시절 보수의 여전사라는 평가를 받았는데 지금 어떤 핵심 관계자분들하고 의견이 좀 다르다고 해서 좌파 취급까지 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라고 옹호했다.

이런 상황에서 나 부위원장은 잠행 중이다. 전당대회 출마를 강행하면 독배가 될 수도 별의 순간이 올 수도 있다. 선택은 그의 몫이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