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서울의 한 아파트단지 모습. 사진=뉴시스
사진은 서울의 한 아파트단지 모습.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지난해 하반기 이후 주택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올해 집값이 더 떨어질 거라는 전망은 많은 기관과 전문가들이 동의하는 추세다. 이러한 가운데 금리 상승으로 인해 대출상환부담을 나타내는 주택구입부담지수는 다시 사상 최고를 경신했다. 

2일 주택금융공사(HF)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전국의 주택구입부담지수는 89.3으로,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4년 이후 가장 높았다.

전국의 주택구입부담지수는 지난 2021년 4분기(83.5) 사상 처음으로 80을 돌파하면서 이전 최고치였던 2008년 2분기(76.2)를 뛰어넘었다. 이어 지난해 1분기 84.6, 2분기 84.9에 이어 3분기 89.3까지 네 분기 연속 사상 최고를 경신했다.

주택구입부담지수는 중간소득가구가 표준대출을 받아 중간가격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의 상환 부담을 나타내는 지수로 지수가 낮을(높을) 수록 주택구입부담이 완화(가중)됨을 의미한다.

지역별로는 지난해 3분기 서울의 주택구입부담지수가 214.6으로, 2분기(204.0) 대비 10.6포인트(p) 상승하면서 역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서울의 중간소득 가구가 지역의 중간가격 주택을 구입할 경우 소득의 절반이 넘는 54%를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으로 부담해야 한다는 의미한다.

통상 서울의 경우 주택부담지수 130∼140(소득에서 주담대 상환 비중 33∼35%)선을 주택구매가 가능한 적정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서울은 2008년 2분기 164.8을 정점으로 전반적인 하락세에 접어들어 2013년 1분기(94.8) 100 밑으로 떨어졌다가 2016년 4분기(102.4) 다시 100 위로 올라온 것을 시작으로 2017년 말부터 급격한 상승세를 나타냈다. 이후 2021년 1분기(166.2) 전고점을, 지난해 1분기(203.7)에는 200선을 넘어섰다.

서울에 이어 세종의 주택구입부담지수가 지난해 3분기 134.6으로 2위를 차지했는 데, 2021년 4분기 144.8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해 1분기 138.8, 2분기 133.3으로 하락했다가 3분기 소폭 반등했습니다.

서울, 세종에 이어 경기 지역의 주택구입부담지수가 지난해 3분기 120.5로 2분기(115.8) 대비 상승하면서 100을 훌쩍 넘었고 인천(98.9), 제주(90.9) 부산(88.1), 대전(86.6), 대구(80.6), 광주(66.4) 등의 순이었다.

서울을 포함한 전국 주택구입부담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본격화된 주택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으로 주담대 상환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수산출의 토대가 되는 한국부동산원의 전국주택가격동향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아파트값은 1월부터 11월까지 누적 4.79% 하락했다.

이는 부동산원이 아파트값 조사를 시작한 2003년 12월 이후 동기간은 물론 연간 기준으로도 가장 큰 폭의 하락이다.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해 1∼11월 4.89% 내려 2012년 1∼11월(-6.05%) 이후 가장 많이 떨어졌는 데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으로 주담대 금리 역시 빠르게 상승하면서 가계 부담을 키웠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2021년 8월 이후 지난해 11월까지 약 1년 3개월 동안 기준금리를 연 0.5%에서 3.25%로 2.75%포인트 인상했다. 이에 따라 예금은행 주담대 금리(신규취급액 기준·가중평균)는 2021년 8월 2.88%에서 지난해 11월 4.74%로 1.86%포인트, 일반 신용대출 금리는 같은 기간 3.97%에서 7.85%로 3.88%포인트 급등했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주담대 보유차주의 평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60.6%로 3년 6개월 만에 다시 60% 선을 돌파했고, 주담대와 신용대출 동시 보유 차주의 DSR은 지난해 10월 말 기준으로 70%에 올라섰다.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3분기 전국 중위주택가격은 전분기 대비 1.2% 하락(지수 하락요인)하고 중위가구소득은 0.2% 상승(지수 하락요인)했지만 대출금리 수준이 18.6% 상승(지수 상승요인)하면서 전국 주택가격부담지수가 4.4포인트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관련, 국토교통부는 올해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2년 전인 2020년 수준으로 낮춰 세금 부담을 덜고 1월 규제지역도 추가로 해제하겠다고 밝히는 등 규제완화에 힘쓰고 있다. 

관건은 부동산 시장이 언제까지 떨어질지, 실수요자들은 언제쯤 움직여야 할지다. 전문가들은 올해 '내 집 마련' 시기에 대해 대체로 급할 것이 없다는 의견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2일 <이코리아>와 한 통화에서 "올해 집값 전망은 쉽게 예단할 수 없으나 상반기까지 기준금리 인상이 이어지고 경기위축 우려가 겹치며 주택 가격 하락이 지속될 전망이다. 급매물 위주의 간헐적 거래만 연결되며 평년보다 저조한 주택거래 양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2023년은 1%대의 저조한 경제성장률 전망과 물가에 연동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여전히 열려있고 아파트 입주물량(30만249세대)은 2022년보다 순증 해 주택 수요부재를 단기 타개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함 랩장은 "적어도 2023년 하반기까지 시장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기준금리가 오르고 경기위축 가능성이 큰 편이라 주택 구입시기의 적절성 보다는 주택가격대비 자기자금 비율 및 상환 가능한 수준에서의 여신(대출)비율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면서 "유주택자 보다는 무주택자 또는 실수요 위주로 주택시장에 접근해야 하며, 무주택자는 분양시장 청약이 유효할 전망이나 시중의 급매물 및 경매 등과 비교해 가성비를 따져볼 필요가 있겠다"고 전망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은 미국 기준금리 상한에 대한 불확실성이 집값에 영향을 주는 최대 요인이다. 이는 한국뿐이 아니라 전 세계 공통적용 중으로, 이러한 절대적인 외부변수의 영향에 대해 국내 정책 몇가지를 수정보완한다고 해서 상쇄하기는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가격조정이 눈에 보이는 상황으로, 일단 시세보다 낮은 가격이 핵심이니만큼 청약이 젤 유리하다. 100% 자기돈으로 전세금이 있는 상황이라면 시장을 관망한다는 얘기도 할 수 있지만, 전세든 월세든, 또는 대출이 있다면, 어차피 금리에 따라 지출금액이 오르내리는건 마찬가지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채우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제일 중요한 변수가 금리인데, 정부의 취득세 중과 완화책이 2월에 개정되고 서울을 포함한 여러 규제지역이 풀리면 금리 추이가 하반기에 안정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이어 "대출금리도 당장은 아니지만 과거처럼 급등하는 시장은 아니다. 금리인상 상단이 3.5~3.75로 어느 정도 예측되는 상황이다. 그런 측면에서 저점은 올해 10월 정도로 보고 있으며, 무주택자 분들은 하반기에는 매입 시기를 잡는 게 좋지 않나 생각한다"고 전했다. 

김병기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올해 역시 미국 기준금리 상승 등 제반 여건으로 인해 주택구매심리가 더 위축될 것 같다. 금리가 올라갈수록 영끌족들이 올해까지 못 버티고 경매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면서 "다만 내년에 미국 대선과 우리나라 총선이 있다. 통상 미 대선 전에 규제완화책을 크게 내세운다. 저점을 단언하긴 힘들지만 실수요자들을 위한 저점은 올해 4분기 정도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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