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외국인, 기관이 지난해 가장 많이 매수한 5개 종목 및 수익률. 자료=한국거래소
개인, 외국인, 기관이 지난해 가장 많이 매수한 5개 종목 및 수익률. 자료=한국거래소

[이코리아] 2022년 증시가 지난달 29일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코로나19 이후 ‘유동성 파티’에 힘입어 활황을 이어갔던 증시는 지난해를 기점으로 침체기에 들어선 모양새다.

◇ 코스피,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하락... 첫날이 연중 최고치

지난해 증시는 2020~2021년과 달리 우울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해 증시 개장일인 1월 3일 2988.77에서 마지막 날인 12월 29일 2236.40로 752.37포인트(-25.2%)나 하락했다. 코스닥 또한 같은 기간 1,037.83에서 679.29로 358.54포인트(-34.5%) 하락했다. 

이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강력한 통화긴축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의 ‘제로코로나’로 인한 경제위기 등 각종 악재가 겹쳤기 때문으로 보인다. 덕분에 2021년 6월 3300을 넘어섰던 코스피는 불과 1년 반만에 1100포인트 가까이 하락하며 코로나19 직전 수준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지난해 9월 30일 2155.49까지 하락하며 연저점을 경신했던 코스피는 이후 환율 안정과 ‘차이나런’ 등에 힘입어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연말까지 반등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마지막 날에도 하락 마감했다. 지난해 코스피는 개장일에 기록한 2988.77을 단 한 번도 넘어서지 못했으며, 개장일이 연중 최고치로 남게 됐다.

◇ 투자심리 위축... 개인투자자 대형주 매수에 수익률 급락

증시가 침체되면서 투자심리 또한 크게 위축됐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예탁금은 지난해 증시 개장일인 1월 3일 71조7328억원에서 마지막 날인 12월 29일 47조465억원으로 24조6863억원(-34.4%)이나 감소했다. 지난 1월 한때 74조원을 넘어섰던 투자자 예탁금은 약세장이 계속되면서 꾸준히 감소해 지난해 10월 처음 50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지난해 11월 16일을 마지막으로 투자자 예탁금은 50조원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투자자별로 보면 여전히 개인의 매수세가 강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개인투자자들은 국내 증시에서 25조3692억원을 순매수했다. 반면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는 각각 11조149억원, 13조6025억원을 순매도했다. 지난해 증시가 급격하게 하락한 만큼, 매수세를 보인 개인투자자의 손실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종목별로 보면, 개인투자자의 수익률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 개인투자자가 가장 많이 매수한 종목은 삼성전자(16조703억원), 네이버(3조2263억원), 카카오(2조2627억원), SK하이닉스(1조7164억원), 삼성전자 우선주(1조6926억원) 등 국내 증시를 대표하는 대형주였다. 이들 5개 종목의 지난 한 해 수익률을 단순 평균하면 -41.5%다. 개인투자자 순매수 7위인 카카오뱅크의 경우 5만9100원에서 2만4300원으로 58.9%나 하락하기도 했다.

반면 외국인 투자자가 지난 한 해 국내 증시에서 가장 많이 매수한 종목은 삼성SDI(1조429억원), 우리금융지주(1조246억원), 현대글로비스(9463억원), KT&G(9223억원), LG화학(8418억원) 등이었다. 이들 5개 종목은 대부분 지난 한 해 10% 미만의 하락률을 보였으며 KT&G의 경우 15.8%나 상승하기도 했다. 외국인 순매수 상위 5개 종목 수익률의 단순 평균은 -2.2%로 개인투자자와 큰 차이를 보였다.

한편, 기관투자자들은 지난 한 해 LG에너지솔루션(3조5968억원)을 집중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뒤는 신한지주(5017억원), 셀트리온(4843억원), 한진칼(3343억원), 한화솔루션(2998억원) 등의 순이었다. 기관투자자 순매수 상위 5개 종목 중 가장 많이 하락한 것은 한진칼(-39.8%)이었으며, 한화솔루션은 유일하게 ‘플러스’ 수익률(21.3%)을 기록했다. 5개 종목 수익률의 단순 평균은 –11.4%였다.

◇ 리튬 테마주 급등... ‘동전주’ 투자 주의해야

증시가 우울한 한 해를 보냈지만 일부 종목은 놀라운 상승세를 보이기도 했다. 특히 2차전지의 핵심 소재인 리튬 관련주가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한 해 국내 증시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인 종목은 하이드로리튬으로 지난해 1월 3일 1430원에서 12월 29일 2만2900원으로 무려 1501.4%나 상승했다. 

하이드로리튬의 전신은 코리아에스이로 지난 1995년 토목자재 부품제조 및 판매·시공·연구개발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13일 리튬 전문 소재업체인 리튬플러스에 인수되면서 사명을 하이드로리튬으로 바꾸고 2차전지 소재제조 및 판매를 사업 목적에 추가했다. 아직 리튬 사업과 관련해 구체적인 성과는 없지만, 리튬 관련주로 묶이게 되면서 주가가 급등한 셈이다. 

상승률 3위를 기록한 금양(4905원→2만3900원, +387.26%) 또한 대표적인 리튬 관련주로 꼽힌다. 지난해 6월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에 이어 국내 3번째로 원통형 2차전지 개발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동전주’로 불리는 일부 종목도 상승률 상위권에 포진했다. 한국ANKOR유전은 지난해 1월 3일 21원에서 12월 29일 278원으로 1223.81%나 상승했으며, 원포유(421원→1800원, +327.55%), 베트남개발1(51원→180원, +252.94%) 등도 엄청난 상승률을 기록했다. 

한국ANKOR유전은 2012년 상장된 공모펀드로, 미국 멕시코만 천해에 있는 앵커유전에 투자하는 15년 만기 폐쇄형(중도 환매 불가) 펀드다. 문제는 한국ANKOR유전이 이미 주요 자산을 처분해 껍데기만 남은 펀드라는 점이다. 앵커유전의 원유 생산량이 점차 감소해 기대한 수익이 나오지 않게 되면서, 결국 한국석유공사와 한국투자리얼에셋 운용은 지난 7월 펀드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앵커유전 지분 80%를 처분했다. 이 펀드는 오는 2026년이 만기지만 남은 자산이 미미한 수준인 데다, 그나마도 청산 절차를 밟고 있어 조기 청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런 상황이지만 한국ANKOR유전은 12월 들어 상한가 행진을 기록하며 1000%가 넘는 상승세를 보였다. 일각에서는 거래량이 적고 주가도 수십~수백원에 불과한 ‘동전주’의 경우 특정 세력이 시세를 조종할 수 있는 위험도 큰 만큼 투자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26일 한국ANKOR유전을 투자위험종목으로 지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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