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본사 사옥. 사진=한화그룹
한화그룹 본사 사옥. 사진=한화그룹

[이코리아]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이어 선박용 엔진제조업체인 STX중공업 인수도 추진하고 있다.

28일 조선업계와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화는 이달 중순 경 진행된 STX중공업 인수를 위한 예비입찰에 참여한 뒤 실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거래 대상은 국내 사모펀드(PEF) 파인트리파트너스가 특수목적법인(SPC) 피티제이호 유한회사를 통해 보유한 STX중공업 지분 47.81%다. 파인트리파트너스는 지난 2018년 지분 66.81%를 987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블록딜 및 장내 매각 등을 통해 지분율을 현재 수준으로 낮췄다. 이날 기준 STX중공업의 시가총액은 2009억원이다. 인수 금액은 1000억원대 초반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STX중공업은 지난 1976년 설립된 이래 디젤엔진, 발전설비, 선박용 기자재 등을 생산, 판매하는 선박용 엔진제조업체로, 코스피 상장사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STX중공업은 올해 9월 전년동기 대비 연결기준 매출액은 12.9% 증가했고, 영업이익 및 당기순이익이 흑자 전환했다. 에프엔가이드는 지난 22일 "(STX중공업의) 원가율 개선과 비용 절감 노력으로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섰다. 지난해부터 선박 및 선박엔진 수주가 급증하고 있고, 동사의 수주 실적도 눈에 띄게 개선되고 있어 2022년부터 서서히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STX중공업은 기자재 사업으로 선박용 디젤엔진 내 크랭크샤프트, 실린더 라이너, 터보 차저 등의 핵심 부품을 공급하고 있으며, 선박용 선실 등 주요 선박용 기자재까지 제작하고 있다. 

특히 선박용 디젤엔진과 DF엔진, LNG(액화천연가스)·LPG(액화석유가스) 엔진 등에 강점이 있다. 친환경 엔진의 경우 독일 MAN-ES사와 협력해 메탄올 및 암모니아 연료 엔진의 개발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수주잔고의 30%를 밑돌던 친환경 엔진 수주잔고 비중도 69.8%로 높아졌다. 

IMO(국제해사기구)의 환경 규제에 맞춰 친환경 선박으로 전환하는 시점에서 엔진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최근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본계약을 체결한 한화가 그린 에너지 및 조선업 시너지 효과 차원에서 추가 인수를 추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한화는 지난 16일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2조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한화는 STX중공업까지 품으며 선박에서 엔진까지 수직계열화가 목표인 것으로 보인다. 

파인트리파트너스와 주관사인 삼정KPMG는 지난 14일 예비입찰을 마감했는데, 한화그룹을 포함한 4~5곳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STX중공업 인수전 참여를 공식화한 한국조선해양에 이어 한화까지 인수전에 뛰어들며 STX중공업 인수전이 달아오르는 모양새다. 

양사의 기업 후계자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 사장의 조선업 대결에도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비슷한 또래의 창업 3세 경영인인데다 양사 사업 구조상 앞으로도 선의의 경쟁은 피할 수 없게 됐다. 

한편, STX중공업 경영권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은 앞으로 8주간 실사에 돌입하게 되며, 이후 본입찰을 거쳐 내년 2월 중순경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이뤄진다. 매각 측은 내년 1분기에 주식매매계약(SPA) 체결까지 마친다는 계획이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