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북한 무인기의 우리 영공 침범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7일 오전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북한 무인기의 우리 영공 침범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북한 무인기 5대가 5년 만에 우리 영공을 다시 침범했다. 이에 대해 우리 군은 공격 헬기 20mm 기관포로 대응 사격까지 했지만 단 한 대도 격추하지 못했다. 민가 피해 등을 우려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게 군 당국의 설명이지만, 영공이 뚫린 5시간 동안 속수무책이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27일 합동참모본부는 브리핑을 통해 전날인 26일 오전 10시25분부터 5시간 동안 북한의 무인기 5대가 남하했다고 밝혔다. 이 중 4대는 강화도 인근 상공을 비행했고, 나머지 1대는 서울 인근까지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무인기가 한국 영토를 침범한 것은 지난 2017년 6월 이후 약 5년6개월 만이다. 당시 강원도 인제에서 발견된 북한의 무인기에는 주한미군 사드(THAAD)가 배치된 경북 성주의 골프장 등의 사진이 발견된 바 있다.

전날 서울 인근으로 근접한 북한 무인기는 경기도 김포의 애기봉과 파주의 오두산전망대 사이를 통과한 후 북쪽 방향으로 틀어 서울 상공으로 진입했다. 해당 무인기는 육안으로 식별이 가능했으며 총길이 약 2m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인기 형태는 지난 2014년, 2017년 발견됐던 것과 비슷한 글라이더형으로 전해졌다.

우리 군은 김포 전방 군사분계선(MDL) 이북에서부터 포착·식별해 경고 방송과 경고 사격을 여러 차례 실시했다. 또 전투기와 공격헬기 등 대응 전력을 통해 격추 작전을 실시했지만 1대도 격추하지 못했다. 이에 북한 무인기들은 북한으로 다시 돌아간 것으로 파악됐다.

연합뉴스는 무인기 한 대가 청와대 사진을 찍기 위해 서울 지역에 들어왔을 수도 있다고 보도했지만 합참은 이 주장을 일축했다. 합참은 브리핑을 통해 "우리나라는 이후 휴전선 인근 지역과 군사시설을 정찰하고 촬영한 북한에 유인 및 무인 정찰 자산을 배치했다"고 밝혔다. 지난 1년간 북한 도발에 유사한 기동력으로 대응해온 우리 군 당국의 전략과 일치하는 행보다.

하지만 북한의 무인기가 5시간 동안이나 한국의 영공을 휘저을 동안 국방부는 왜 단 한 대도 격추시키지 못했을까에 대해 의문과 우려가 분분하다. 

이와 관련, 군 당국은 "무인기를 직접 겨누고 발사한 게 아니라 레이더에 탐지된 방향으로만 발사했기 때문"이라면서 "나머지 무인기 1대는 서울 북부까지 남하한 뒤 다시 북한으로 복귀한 것으로 파악되는데, 우리 군은 격추 시 발생할 수 있는 민가 피해를 우려해 직접 사격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침공이 한국이 방위력을 강화할 필요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27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북한의 주요 군사시설에 대한 감시·정찰을 위해 드론 부대를 창설할 계획이었지만 어제 있었던 일을 계기로 최대한 신속하게 드론 부대 창설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이 가진 무인기는 현재 1000여 대 정도로 추정된다. 앞으로도 북한이 군사 분계선을 넘어 민가를 방패막이 삼아 정찰 활동을 할 가능성이 큰 만큼 관련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특히 북한의 무인기의 경우 레이더에서 제한적으로 식별되는 만큼 대공방어시스템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무인기는 이제 현대전의 '핵심병기'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무인 드론은 무기자산으로서의 위력을 보이고 있다. 

26일(현지시간) AP통신은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을 빌어 러시아 사라토프 지역의 엥글스 공군 기지에서 우크라이나 드론의 잔해로 인해 3명의 군인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외신은 "이달 들어 러시아 공군기지가 표적이 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로, 드론이 러시아 본토까지 그렇게 멀리 날아옴에 따라 러시아의 방공 시스템의 효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엥글스 기지는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동쪽으로 600km 이상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앞서 올해 5월 우크라이나군이 흑해의 즈미니섬 인근에서 러시아군 경비정 2척을 '바이락타르 TB2'라는 드론을 통해 폭격하는 영상을 공개한 바 있다. 다만 우크라이나 당국이 러시아에 드론으로 공격한 사실을 인정한 적은 없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이달 초 러시아 군 기지에 대한 드론 공격을 포함한 이전의 세간의 이목을 끄는 공격에 대해 모호성을 유지해왔다.

드론의 효용성이 입증된 듯 최근 러시아가 이란에서 자살폭탄 드론 '샤헤드-136'을 대량으로 도입해 운영하는 데 대응해 미국도 우크라이나에 자폭 드론을 대량 지원하기로 했다.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7월 전술 드론이자 자살폭탄 드론인 '피닉스 고스트' 580기를 지원하기로 했는데 지난 11월에는 1100기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드론이 격추가 매우 어려운데다 적은 비용으로 적군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의 자살폭탄 드론의 가격은 탄두까지 포함해도 1기당 2만달러(약 2800만원)대로 100만달러 내외인 탄도미사일의 50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무인기를 무력화하는 데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그물망을 쏘거나 레이저를 쏴서 불태우는 하드킬(hard-kill)과 무인기의 전파주파수를 파악해 조종 신호를 교란(anti-jamming)해 출발지로 되돌아가게 만드는 소프트킬(soft-kill)이 있다. 세계의 분쟁지역에선 이 둘 모두가 복합적으로 쓰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무인기를 잡기 위해서는 유무인기 복합시스템으로 적의 드론을 격추시키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 현실적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형성우 신한 안보통일연구소장 겸 신한대 사이버드론봇군사학과장은 27일 <이코리아>와 한 통화에서 "우리나라에서 하드킬과 소프트킬 방법은 개념연구만 되어 있고 아직 실용화 단계에는 들어가지 못한 상태"라면서 "북한이 무인기를 통해 우리 방공망을 점검했다고 볼 수 있는데, 현재로서는 우리도 (무인기를) 반대로 보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형 안보통일연구소장은 "소프트킬의 경우, 그 일대 주파수를 모두 무력화시켜야 하는데 거리 문제도 있다. 출력이라고 하는데 예를 들면 서울 같은 경우 일정한 공역 내에서는 가능해도 휴전선 전 지역에는 할 수 없다. 능력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공포는 레이더에 잡혀야 추적이 가능한데 무인기가 레이더로 발견이 안 된다. 그래서 하드킬의 경우 전술 드론을 대공무기라고 해서 레이저를 쏴버려 녹여버리는 것이다. 드론을 녹이는 레이저 무기가 현재로선 효율적이나 역시 개발단계에 있다. 또 군집 드론으로 적의 무인기를 격추시키는 방법을 연구 중이나 아직 개념 발전만 있을 뿐 전력화되진 않았다"고 덧붙였다.

형 안보통일연구소장은 "북한 무인기가 정찰용으로 왔는지 아니면 임무장비를 투하했는지는 아직 미인지된 상태이나 북한도 리스크가 많다"면서 "만약 북한이 (폭격을 목적으로) 무인기를 임무장비로 침투시켰다면 우리에겐 상응하는 수단이 엄청 많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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