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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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리아] 무분별한 ‘쪼개기 상장’에 따른 피해를 막기 위한 핵심 대책인 ‘주식매수청구권’이 도입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0일 국무회의에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9월 5일 발표한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관련 일반주주 권익 제고방안’(국정과제)의 후속 조치다.

‘쪼개기 상장’은 상장사가 핵심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자회사를 세운 뒤 상장하는 것을 말한다. 다수의 기업이 모자회사 동시 상장을 통해 손십게 신사업 추진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했지만, 모회사의 기존 주주들은 핵심 사업부문 이탈로 주가가 하락하면서 심각한 피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금융위는 지난 9월 ▲공시 강화 ▲상장심사 강화 ▲주식매수청구권 도입 등의 내용을 담은 쪼개기 상장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이 중 물적분할의 목적과 기대효과, 주주보호방안 등을 ‘주요사항보고서’를 통해 공시하도록 하는 방안과, 상장심사 시 모회사 일반주주 보호노력을 평가하도록 하는 방안은 이미 시행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주식매수청구권까지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금융위가 준비한 쪼개기 상장 대책은 모두 해를 넘기지 않고 시장에 도입됐다. 

주식매수청구권은 물적분할에 반대하는 모회사 주주가 기업에게 보유 지분을 공정한 가격에 매수해달라고 청구할 수 있는 권리다. 모회사 주주에게 물적분할 전 탈출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는 셈이다. 매수가격은 주주와 기업 간 협의로 결정하며, 협의에 실패하면 자본법령상 시장가격을 적용하거나 법원에 매수가격 결정을 청구할 수 있다. 

만약 모회사 대주주가 다수의 일반주주가 반대하는 물적분할을 억지로 추진하게 된다면, 상당한 규모의 주식매수청구권이 행사돼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모회사 주가가 급락할 수 있는 데다, 하락에 따른 손실도 기존 주주가 아닌 모회사가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다수의 일반주주가 반대하거나 기업가치 하락을 유발하는 경우에는 물적분할 자체가 어려워짐에 따라, 상장기업은 주주보호방안을 마련해 일반주주를 설득한 경우에만 물적분할 추진이 가능하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증권가에서도 주식매수청구권 도입으로 인해 상장사의 무분별한 물적분할 추진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관련 일반주주 권익 제고방안 중 물적분할에 반대하는 주주에 대한 주식매수청구권 부여가 핵심”이라며 “상장회사로서는 물적분할 추진 시 상당한 규모의 주식매수청구권이 행사되어 거래비용이 증가하게 될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추진해야 하므로 향후 상장회사의 물적분할이 상당히 감소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9월 발표한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관련 일반주주 권익 제고방안' 내용 중 일부. 자료=금융위원회
금융위원회가 지난 9월 발표한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관련 일반주주 권익 제고방안' 내용 중 일부. 자료=금융위원회

반면, 주식매수청구권만으로 쪼개기 상장의 폐해를 완전히 예방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연구원은 “회사의 주요 사업부문을 자회사로 신설하면서 영업양도가 아니라, 자산양도방식으로 현물출자를 추진할 경우에는 이사회 결의만으로 가능하다”며 “따라서 현물출자의 방식으로 자회사를 신설하고 신설된 자회사를 상장할 경우 모회사 주주들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상장회사가 주주총회를 거치지 않고도 현물출자 방식으로 핵심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할 수 있다면, 주식매수청구권을 도입해도 기존 주주들의 피해를 방지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9월 금융위가 쪼개기 상장 대책을 발표하자 “반쪽짜리”라고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경제개혁연대는 “회사가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을 조달해도 됨에도 불구하고 굳이 유망 사업부문을 자회사로 물적분할을 해 상장하는 이유는 지배주주 일가가 모회사에 대한 본인들의 지분 희석 없이 외부로부터 자본을 조달하기 위한 것”이라며 “(금융당국은) 물적분할이 지배주주 일가의 이익을 위해서 이루어지고 있는 우리의 엄연한 현실을 도외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어 “기업의 조직재편 또는 사업영역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주요 안건 (합병, 인적분할, 물적분할, 영업양수도 등의 안건)이 주주총회에 상정된 경우 지배주주와 그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는 일종의 일반주주 과반결의 제도를 도입해 지배주주 일가의 이익만을 위해 이루어지는 물적분할 등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 연구원 또한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관련 일반주주 권익 제고방안에도 불구하고 보다 근본적으로는 물적분할 이후 모자기업의 동시상장을 억제하기 위한 기업지배구조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위는 “국무회의를 통과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은 연내 공포 후 즉시 시행될 예정”이라며 “내년에도 일반주주의 권익을 지속적으로 제고해 나가기 위한 새로운 정책과제를 발굴‧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식매수청구권 도입으로 시작된 금융당국의 소액주주 보호 노력이 지배구조 개선 작업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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