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처링' 야생조류 충돌 공유 플랫폼 = 플랫폼 갈무리
'네이처링' 야생조류 충돌 공유 플랫폼 = 플랫폼 갈무리

[이코리아] 우리나라에서 매년 800만 마리의 새가 유리창과 충돌해 사망한다. 새들에게는 원치 않는 죽음이지만  비극을 막을 방도는 있다. 이화여대 동아리 윈도우 스트라이크 모니터링 팀과 함께 그 방도의 현장을 찾아갔다.

모니터링을 진행한 장소는 마포구 디지털미디어시티 일대의 도로 주변에 설치된 투명 방음벽이었다. 유리로 된 인공구조물에 조류충돌의 흔적이나 시체가 발견되면 해당 사례를 사진으로 찍어 ‘네이처링’이라는 자연관찰 플랫폼을 통해 사례를 공유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네이처링 플랫폼 이용자는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조사’ 미션에 참여해 충돌이 발생한 정확한 위치와 새의 종류, 충돌 발생 장소의 저감 조치 여부를 입력하며 조류충돌 사례를 상세하게 공유할 수 있다. 김 팀장은 이런 모니터링 활동으로 모인 자료를 통해 어떤 장소에서 충돌이 자주 발생하는지 알 수 있고, 해당 구조물의 관리 주체에게 민원을 넣는 등 문제 해결을 촉구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고 설명했다.

지하철 유리벽에 선명하게 남아있는 비둘기의 충돌 흔적. 몸통이 충돌한 원형의 흔적과 주변 날개의 흔적을 알아볼 수 있다. = 현기호 기자
지하철 유리벽에 선명하게 남아있는 비둘기의 충돌 흔적. 몸통이 충돌한 원형의 흔적과 주변 날개의 흔적을 알아볼 수 있다. = 현기호 기자

인터뷰를 마치고 조사에 나서자마자 조류충돌의 흔적이 발견되었다. 공항철도 디지털미디어시티역 출입구에 새가 충돌한 흔적이 남아있는 것이었다. 김 팀장은 유리로 된 구조물에서 보이는 날개를 펼친듯한 형상이 남아있는 얼룩이 대표적인 조류충돌의 흔적이라고 설명했다. 또 새가 강하게 충돌하며 배설물이 튀거나 깃털이 남아있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중복 제보를 방지하기 위해 부착하는 스티커 = 현기호 기자
중복 제보를 방지하기 위해 부착하는 스티커 = 현기호 기자

발견된 흔적은 비둘기 정도 크기의 조류였지만, 사체가 남아있지 않아 정확히 어느 종인지는 알 수 없었다. 흔적을 촬영해 ‘네이처링’에 해당 사례를 공유하려고 했지만, 이미 제보된 상태였다. 김윤전 팀장은 “사례가 발견되면, 중복으로 제보되어 혼동을 일으키지 않도록 스티커를 붙이고 시체도 치운다.”라고 설명했다. 이전에 해당 흔적을 발견한 사람이 스티커를 붙히는 것을 깜빡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혔다. 그러면서 흔적 아래쪽에 국립생태원의 스티커를 붙여 표시했다.

모니터링활동 중 발견한 멧비둘기 사체와 크기 비교를 위해 놓은 자 = 현기호 기자
모니터링활동 중 발견한 멧비둘기 사체와 크기 비교를 위해 놓은 자 = 현기호 기자
투명방음벽에 남은 충돌 흔적, 몸통이 충돌한 흔적과 배설물, 날개의 흔적이 보인다 = 현기호 기자
투명방음벽에 남은 충돌 흔적, 몸통이 충돌한 흔적과 배설물, 날개의 흔적이 보인다 = 현기호 기자
멧비둘기 옆에 크기 비교용 자를 놓으며 설명하는 김윤전 팀장 = 현기호 기자
멧비둘기 옆에 크기 비교용 자를 놓으며 설명하는 김윤전 팀장 = 현기호 기자

조금 더 진행하다가 수색차량기지 옆의 투명 방음벽에 남아있는 충돌 흔적과 밑에 떨어져 있는 멧비둘기의 사체를 발견했다. 기자는 김 팀장의 도움을 받아 사체 옆에 크기 비교용 자를 놓고 사체와 충돌 흔적을 촬영해 네이처링 플랫폼에 공유했다. 사진과 위치를 업로드하며 사례를 공유하는데는 1분도 걸리지 않았다. 공유가 끝난 뒤에는 해당 사례가 제보되었음을 알리는 스티커를 붙이고, 사체를 봉투에 담아 치웠다.

한 아파트단지 방음벽에서 발견된 조류충돌 흔적 = 현기호 기자
한 아파트단지 방음벽에서 발견된 조류충돌 흔적 = 현기호 기자

그 뒤 모니터링 활동을 진행하며 주변의 투명 방음벽에서 몇 차례 더 야생조류의 충돌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산과 인접해 있는 구역 뿐만 아니라 아파트 단지가 모여있는 주거구역의 한가운데에서도 충돌 흔적이 발견되었다. 3시간 정도 진행된 모니터링 활동 중 5차례 정도의 조류 충돌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기자가 직접 '네이처링'에 공유한 멧비둘기 충돌 사례 = 현기호 기자
기자가 직접 '네이처링'에 공유한 멧비둘기 충돌 사례 = 현기호 기자

김 팀장은 누구나 길을 가다가 조류충돌의 사례를 발견하면 사진과 정확한 위치를 공유해 쉽게 조류충돌 사례를 공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많은 사람의 참여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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