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거취를 두고 여야가 강 대 강 대치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언론 또한 이 장관이 마땅히 이태원 참사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과 야당의 해임건의안은 ‘다수의 횡포’라는 비판으로 나뉜 모양새다. 

앞서 국회는 지난 11일 오전 본회의를 열고 ‘국무위원 행정안전부 장관 이상민 해임건의안’을 총 투표 수 183표 중 찬성 182표, 무효 1표로 가결했다. 진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용산 이태원 참사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정부가 그 책임과 의무를 방기함으로써 발생했다. 그리고 이러한 거대한 직무 유기의 정점에는 책임 회피와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는 이상민 장관이 있다”며 “이 장관은 지난 10월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발생한 압사 참사에 대해 주무장관으로서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대통령실은 국회의 해임건의안에 대해     진상 규명 후 판단할 문제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해임안이 가결된 지 하루 뒤인 12일 브리핑에서 “철저하고 엄정한 수사를 통해 진실을 가려내는 것이 유가족에 대한 최대의 배려이자 보호”라며 “수사와 국정조사 이후 확인된 진상을 토대로 종합적인 판단을 하겠다고 이미 말씀드렸고 지금도 그 입장은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 언론, 이상민 해임 논란에 예산안 처리 지연 우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뉴스 빅데이터 분석시스템 ‘빅카인즈’에서 ‘이상민’ 행안부 장관을 검색한 결과, 국회에서 해임건의안이 가결된 지난 11일부터 16일까지 총 1183건의 기사가 보도된 것으로 집계됐다. 날짜별로 보면, 해임건의안이 가결된 11일(331건)과 대통령실이 입장을 밝힌 12일(362건) 가장 많은 기사가 보도됐으며, 이후 점차 기사량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 장관 관련 기사에 가장 자주 등장한 연관키워드는 ‘해임건의안’이었으며, 그 뒤는 ‘더불어민주당’, ‘국정조사’, ‘본회의’,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 ‘이태원 참사’ 등의 순이었다.

특이한 점은 이 장관 해임 논란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예산안’이 연관키워드 목록에 포함됐다는 것이다. 이는 이 장관 해임 문제를 두고 여야 간 갈등이 계속되면서 내년 예산안 처리가 늦어질 것을 우려하는 언론의 목소리가 높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중앙일보는 12일 사설에서 “가장 뼈아픈 점은 이런 극단적 정쟁에 내년도 예산안이 볼모로 잡힌 것”이라며 “양당은 이제 이 장관 해임안 강행에 대한 심판은 여론에 맡기고, 예산안 처리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이어 “미국발 고금리에다 민주노총 총파업 등으로 가뜩이나 민생이 어려운데 내년엔 성장률이 1%대까지 꺼지면서 경제 환경이 더욱 암울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이런 마당에 여야가 ‘윤석열표 예산’ ‘이재명표 예산’ 운운하며 싸움만 계속하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또한 이날 사설에서 “2014년 국회선진화법이 시행된 이후 정기국회 회기 내에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한 것은 처음”이라며 “여야가 대립하면 결국 피해는 국민이 본다. 지금이라도 파국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는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이 장관 지키기’를 고집하지 말고, 민주당 역시 국회 의석수를 무기로 정쟁을 강요하는 행태를 멈춰야 한다”며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국정조사는 여야 대립으로 청문회도 열지 못한 채 종료됐다. 같은 실수를 되풀이해서야 되겠는가”라고 여야의 협력을 강조했다. 

 

11~16일 보도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관련 기사의 연관키워드. 자료=빅카인즈
11~16일 보도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관련 기사의 연관키워드. 자료=빅카인즈

◇ “민의 거스르나” vs “야당, 다수의 횡포”

이 장관 해임건의안 논란에 대한 언론의 평가는 두 갈래로 나뉘고 있다. 비교적 진보 성향의 매체에서는 이 장관이 이태원 참사의 책임을 져야 한다며, 해임건의안을 거부한 대통령실의 대응을 비판하고 있다.

경향신문은 12일 사설에서 “국민 158명이 목숨을 잃은 이태원 참사는 국가의 직무유기로 발생했다. 주무장관임에도 참사 당일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았고, 이후 책임회피성 망언으로 국민을 분노케 한 이 장관은 경질돼야 마땅하다”며 “윤 대통령이 해임 건의를 거부한 것은 민심에 정면으로 맞서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이 장관 해임건의안에 야당의 정략적 의도가 담겼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다수 여론조사에서 이 장관 사퇴에 찬성하는 여론이 60% 이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치공세로 치부할 일이 아니다”라며 “국무위원 해임 건의는 헌법이 보장하는 국회의 고유 권한이다. 납득할 만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하는 것은 주권자의 대표인 국회를 무시하는 행태”라고 반박했다.

반면 일부 매체는 이번 논란과 관련해 야당의 책임이 더욱 무겁다는 논조를 보였다. 서울신문은 12일 사설에서 “국정조사로 실상을 가리자면서 조사의 핵심 대상인 주무 장관부터 해임하고 보자니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민주당이 지금 어떻게든 정국을 냉각시켜 ‘이재명 사법 리스크’를 물타기하려 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려운 정황”이라고 말했다.

서울신문은 이어 “참사의 정쟁화가 어떤 오해와 갈등으로 우리 모두를 피폐하게 했는지 세월호를 통해 뼈저리게 겪지 않았나”라며 “여야 극한 대치로 세월호 참사 국조도 청문회 한번 못 열고 끝났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그 전철을 또 밟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화일보 또한 이날 사설에서 “(민주당이)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에 합의해 놓고 장관 해임안을 또 통과시킴으로써 자진 사퇴 길도 막은 셈”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해임안을 불수용 할 게 확실함에 따라 민주당은 탄핵소추 카드까지 꺼낸다. 그렇게 되면 이 장관은 일단 직무정지 상태에서 헌법재판소 결정을 기다리겠지만, 앞으로 몇 달 동안 정국은 접점 없이 표류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일보는 이어 “민주당은 정권 교체를 부정하는 식의 심의 행태를 보이고 있기도 하다”며 “예산안이 졸속 처리되거나,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내년 경제 대책 등 윤 정부 정책 시행에 막대한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언론, “당정, 이상민 해임 논란 자초했다”

다만 이 장관 해임 논란과 관련해 정부·여당의 책임이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매체가 동의하고 있다. 비교적 보수적인 성향의 매체에서도 정부·여당의 미흡한 대처가 결국 해임건의안 가결이라는 사태를 초래했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12일 사설에서 “시민 158명이 목숨을 잃은 대참사가 일어난 지 40일이 넘었지만, 누구 하나 책임지고 물러난 인사가 없다”며 “이에 반발한 유족 89명이 협의회를 결성하고 목소리를 내자 여당 원내대표를 지낸 권성동 의원은 ‘세월호처럼 정쟁으로 소비되다 시민단체의 횡령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막말을 퍼부었다”고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이어 “정부·여당은 이 같은 정치적 책임과 전략의 부재로 야당의 해임건의안 강행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또한 이날 사설에서 “국가 안전 및 재난 정책 책임자인 이 장관은 참사 직후 ‘경찰을 미리 배치해 해결할 문제는 아니었다’,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인 것은 아니었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라며 “정부 여당도 이런 일이 왜 벌어졌는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질책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장관에게 이번 참사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기 힘들더라도 정무직 공직자로서 국민에 대한 정치적·도의적 책임은 져야 한다고 믿는 국민이 적지 않을 것”이라며 “여권이 진즉 그런 여론에 귀를 기울였다면 국회에서 해임안까지 통과되는 사태에 이르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일보 또한 대통령실이 이 장관 해임건의안을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158명이나 희생된 참사에 대해 정부에서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사퇴 표명조차 하지 않은 건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진상규명이 우선이라고는 하나, 이 장관은 안전 주무 장관으로서 책임을 피할 수 없는 데다 사고 직후부터 반복된 망언들로 유족들에게 상처를 주고 사태 수습에 대한 신뢰를 잃은 지 오래”라고 말했다. 

한국일보는 이어 “지금까지 국회에서 통과된 역대 8차례 장관 해임건의에 대해 윤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만 거부(나머지 5명은 자진사퇴)한 것도 국민의 뜻을 대놓고 무시한 나쁜 선례로 남을 것”이라며 “윤 대통령은 해임건의안 가결 전부터 거부 의사를 밝혀왔는데, 국회를 존중해 이 장관을 해임하기 바란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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