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사진=우리금융그룹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사진=우리금융그룹

[이코리아]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해외금리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관련 징계 취소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이번 판결로 인해 유사 사유로 중징계를 받은 타 금융사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금융당국의 징계안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지난 15일 손 회장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문책경고 징계를 취소한 원심을 확정했다. 금융당국은 지난 2020년 대규모 손실을 부러온 DLF 사태와 관련해 손 회장에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상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위반을 이유로 문책경고의 중징계를 의결한 바 있다. 

하지만 앞서 열린 징계취소소송 1·2심에서 법원은 현행 지배구조법에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할 의무는 있지만, ‘준수’할 의무는 명시되지 않았다며 손 회장을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원심의 법리 해석에 문제가 없다는 사실이 확정된 만큼, 법 개정 없이 현행법만으로 내부통제기준을 ‘준수’하지 않은 금융사 임직원을 처벌하기는 어렵게 된 셈이다. 

현재 손 회장과 마찬가지로 지배구조법 상 내부통제기준 관련 의무 위반으로 징계 절차가 진행 중인 금융사 CEO들은 이번 대법원 판결로 인해 사법리스크를 덜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박정림 KB증권 사장, 양홍석 대신증권 부회장,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등 라임·옵티머스 등 부실 사모펀드 판매사 CEO에 대해 문책경고의 중징계를 결정했다. 하지만 손 회장이 1·2심을 연이어 승소하면서, 징계를 확정해야 할 금융위에서는 계속 일정을 미뤄왔다.

실제 금융위는 지난 3월 “지배구조법 상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위반사항에 대해서는, 우선 제재조치 간 일관성・정합성, 유사 사건에 대한 법원의 입장, 이해관계자들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충분한 확인 및 검토를 거친 후, 심의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대법원이 최종적으로 손 회장의 손을 들어준 만큼, 사모펀드 판매사 CEO에 대한 제재를 확정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이미 박정림 KB증권 사장의 경우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다시 추천받아 사실상 연임이 확정된 상태다. 

손 회장과 마찬가지로 DLF 사태와 관련해 중징계를 받은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에게도 이번 대법원 판결은 반가운 소식이다. 함 회장은 지난 1심에서 패소한 뒤 항소해 2심을 진행 중이다. 다만 1심 재판부는 함 회장이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만큼, 손 회장의 사례와는 차이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금융위는 15일 “금융위원회는 대법원 판결을 존중하며, 향후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상 내부통제 관련 제재안건 처리 및 향후 제도개선 등에 참고 및 반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이 이번 판결을 계기로 그동안 미뤄뒀던 부실 사모펀드 판매사 CEO에 대한 제재안을 결국 철회하게 될지 주목된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