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핵융합로 KSTAR의 진공용기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누리집
국산 핵융합로 KSTAR의 진공용기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누리집

[이코리아] 핵융합 발전 연구가 성과를 보이기 시작했다. 현지시각 11일 미국 캘리포니아 리버모어 국립 연구소의 핵융합 실험에서 최초로 핵융합 반응에 투입된 에너지보다 더 큰 에너지가 발생했다. 리버모어 연구소는 2.1 메가줄(MJ)의 에너지를 레이저로 투입해 2.5메가줄의 에너지를 얻어 20%의 에너지 마진을 얻었다.

CNN은 “이 실험의 결과는 화석 연료에 대한 의존을 끝낼 수 있는 무한한 청정 에너지원을 얻기 위한 수십 년간의 탐구 중 큰 한걸음이다.”라고 평가했다. 또 핵융합 에너지 활용의 현재 남은 과제는 전 세계의 전력망과 난방 시스템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도록 충분히 오래 유지하는 것과 단가를 낮추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상업적으로 핵융합 발전을 하려면 현재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핵융합 발전은 태양에서 일어나는 핵융합 반응을 지구상에서 인공적으로 발생시켜 안정적인 에너지를 얻는 기술이다. 약간의 연료로도 막대한 에너지를 얻어 연료 효율이 높은 장점이 있다. 또 방사성 폐기물이나 유해물질의 발생도 다른 발전방식보다 적거나 거의 없어 안전성과 환경 친화성도 높다. 이 때문에 과학계에서는 핵융합 에너지를 ‘꿈의 에너지원’으로 부른다. 워싱턴 포스트는 핵융합 에너지에 대해 "50년대부터 과학자들이 쫓고 있는 무탄소 전력의 성배"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이런 큰 장점과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핵융합 발전의 상용화는 아직 지지부진한 상태이다. 핵융합 반응을 인공적으로 일으키려면 높은 온도와 압력이 필요하며, 이 상태를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되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1억 도가 넘는 온도의 플라즈마를 가두기 위한 다양한 방식을 고안해 시험하고 있다.

한국은 1995년 국가핵융합연구개발기본계획을 확정했고, 다음 해 핵융합연구개발사업단이 출범되면서 본격적으로 핵융합 연구를 시작했다. 이후 2007년에 독자적인 핵융합 연구장치 ‘KSTAR’을 완성해 현재까지 3만 3천번 이상의 플라즈마 실험을 수행했다.

KSTAR는 2018년도에 1억도 플라즈마를 처음 달성하고 지난해에는 30초 동안 플라즈마의 유지에 성공해 세계 최장 기록을 수립했다.

지난 9월 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과 서울대 공동연구팀이 새로운 핵융합 플라즈마 운전방식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국내 연구진은 KSTAR의 운전데이터 분석과 시뮬레이션 검증을 통해 플라즈마 가열시 발생한 고속이온이 플라즈마 내부의 난류를 안정화시켜 플라즈마 온도를 급격히 높이는 현상을 발견하고 이를 새로운 운전모드인 ‘FIRE 모드’로 명명했다.

이는 기존에 표준 운전 방법으로 고려되던 H-모드(고성능 플라즈마 운전 모드)보다 플라즈마 성능을 개선함과 동시에 H-모드의 단점인 경계면 불안정 현상(ELM)이 발생하지 않고, 운전 제어도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어 미래 핵융합 상용로의 플라즈마 운전 기술 확보를 위한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연구진은 FIRE 모드와 고속이온에 대한 추가 연구를 통해 KSTAR의 1억도 초고온 플라즈마 운전성능 및 지속시간이 더욱 향상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작년 7월 프랑스의 ITER 건설현장에서 촬영된 프로젝트 참여국의 국기 = 뉴시스
작년 7월 프랑스의 ITER 건설현장에서 촬영된 프로젝트 참여국의 국기 = 뉴시스

한국은 국제 핵융합 실험로 프로젝트 ‘ITER’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초전도 도체, 조립 장비, 진공 용기 등 9가지 부품의 제작을 담당하고 있으며 KSTAR 건설에 참여한 국내 전문가들이 ITER 건설 현장에 참여하고 있다.

전 세계 34개국이 참여하는 국제 핵융합 실험로(ITER)는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국제연구개발사업이다. 1988년 미국, 유럽연합, 일본, 러시아 4개국에 의해 시작되었으며 한국은 9.09%의 건설비를 분담하고 2003년부터 참여했다. ITER의 최종 목표는 500MW(메가와트)급 국제핵융합실험로를 프랑스 남부에 건설하는 것이며, 현재 건설 장치의 제작과 조립, 설치가 진행 중이다.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누리집에 따르면 ITER에 참가하며 우리나라는 미국, EU, 일본, 중국 등 세계 선진강국과 함께 2050년경 핵융합발전의 원천기술 보유국의 위치를 확보하고 핵융합발전소 건설시장에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발전 산업의 에너지 절감 효과와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 감소, 원료 확보가 용이한 핵융합 발전을 통한 에너지 안보 확립 등의 효과 또한 기대된다.

유석재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원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핵융합에너지는 대한민국처럼 자원이 풍부하지 않은 국가에 더욱 필요한 에너지원이다. 탄소중립, 에너지 안보 중요성 등이 커지면서 일부 지역에 편중된 기존 에너지원과는 달리 자원에 의존하지 않는 기술기반 에너지인 핵융합에너지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 “향후 ITER에서 대용량 핵융합에너지 생산 가능성을 실증하는 2035년 무렵이 핵융합에너지 상용화의 변곡점이 될 것이다. 이후 각국의 핵융합발전소 건설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기 때문에 핵융합의 핵심기술을 사전에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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