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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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리아] 연말을 맞아 배당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투자자들의 시선이 대표적 배당주인 은행주로 쏠리고 있다.

실제 은행주의 상승세는 코스피 상승폭을 뛰어넘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9월 30일 2155.49까지 하락하며 연저점을 경신했던 코스피는 10월 들어 반등을 시작해 지난 1일 2479.84까지 두 달 만에 324.35포인트(+15.05%) 상승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코덱스(KODEX) 은행 ETF(상장지수펀드)는 5390원에서 6580원으로로 1190원(+22.08%)이나 오르며 더욱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이러한 경향은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달 들어 기세가 꺾인 코스피가 6일 기준 2393.16(-3.5%)까지 하락한 반면, 은행주는 같은 기간 6510으로 –1.1% 하락하는데 그쳐 상대적으로 선방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정욱 하나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주 은행주는 3.7% 상승해 코스피 하락률 0.1% 대비 추가 강세를 시현하며 2주 연속으로 큰 폭으로 초과 상승했다”고 강조했다.

최근 은행주의 선전 배경에는 금리인상에 따른 실적 개선 외에도 연말 배당에 대한 기대감이 놓여있다. 최 연구원은 “전전주 금리 인상 속도 조절론이 부각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 공개와 은행권 수신금리 인상 경쟁 자제 요청에 이어 전주에는 금감원장의 은행 배당과 관련해 자율적 결정을 존중하겠다고 발언한 내용이 알려지며 배당 기대감 또한 커졌기 때문”이라고 최근 은행주 상승 이유를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부터 계속된 금리인상으로 각종 금융상품의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배당주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반면, 증권가에서는 은행주의 배당수익률이 시중은행 수신금리보다는 높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은갑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한해 은행주 평균 배당수익률은 분기배당을 포함하면 7.5%, 중간과 분기를 제외하면 6.0%로 각각 예상한다”며 “순이익 증가율 11.9%, 배당성향 25%를 적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수신금리 경쟁 자제 요청에 따라 최근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4% 후반까지 내려온 점을 고려하면 은행주의 배당수익률이 더 높다고 볼 수 있다. 

김 연구원은 “기말 배당수익률만 비교하면 대형주 중에선 우리금융과 기업은행 전망치가 7.3%로 상대적으로 높고, 지방은행인 DGB금융과 BNK금융이 8%를 웃돌 것”이라며 “중간배당에 공을 들인 하나금융과 JB금융의 기말 배당수익률은 5%를 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동안 위기관리를 주문해온 금융당국이 최근 금융사의 배당에 대해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8일 “은행·금융지주의 배당 등 주주환원 정책과 관련해 자율적인 의사결정을 존중한다”며 “융당국의 개입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잠재적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금융권의 배당 자제를 권고해온 금융당국의 스탠스가 바뀐 것. 그동안 배당 확대보다는 추가 충당금 적립을 요구받아온 금융지주사 입장에서는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셈이다.

다만, 최근 은행권 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9월말 기준 국내은행의 BIS기준 보통주자본비율, 기본자본비율, 총자본비율은 각각 12.26%, 13.51%, 14.84%로 6월말 대비 각각 0.45%포인트, 0.44%포인트, 0.46%포인트 하락했다. 금리인상 효과로 이자마진이 확대되며 순이익은 늘어났지만, 채권평가손실도 함께 늘어나 자본 증가폭이 제한됐기 때문이다. 실제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이 금감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신한·KB·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의 유가증권 평가손실 규모는 지난 3분기말 기준 5조148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1분기말(6053억원)보다 8배 이상 불어난 수준이다.

게다가 기업대출 증가, 환율상승 등으로 위험가중자산이 크게 증가하면서 자산증가율(+4.5%)도 자본 증가율(1.4%)을 상회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기업대출 증가폭은 지난 2분기 +31.5조원, 3분기 +31.3조원으로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향후 기업 실적이 악화되 연체율이 상승할 경우 은행권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만약 연말 들어 금융권 건전성이 지속적으로 악화된다면 배당 확대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금융위는 지난 8월 자산가격 하락, 이자상환 부담 확대 등 금융시장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은행권에 대한 특별대손준비금 적립요구권 신설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코덱스 은행 지수는 7일 오후 2시 현재 전일 대비 110포인트(-1.69%) 하락한 6400을 기록 중이다. 은행주가 건전성에 대한 우려를 떨쳐내고 연말 배당 기대감에 힘입어 기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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