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1월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관련 '업무개시명령 발동' 등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1월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관련 '업무개시명령 발동' 등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화물연대(이하 화물연대) 파업 6일째인 지난달 29일, 정부가 시멘트 운송사업자 2500명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안전운임제(를 둘러싼 정부와 화물연대 간의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이를 바라보는 언론의 시각 또한 둘로 나뉘고 있다. 

안전운임제는 화물 운송 종사자의 근로여건을 보장하고 교통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최소 운임을 보장하는 제도로, 지난 2020년 3년 시효로 도입됐다. 종료시점이 다가오면서 화물연대와 정부간 갈등이 깊어지기 시작됐다. 앞서 화물연대는 지난 6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및 적용대상 확대를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으나, 정부가 긍정적으로 논의하겠다는 반응을 보여 합의에 이르렀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안전운임제 3년 연장으로 입장을 바꾸면서 갈등이 재점화됐다. 화물연대는 지난달 24일 다시 파업에 돌입했고, 정부는 지난달 29일 시멘트 화물 차주를 대상으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는 등 6월과 달리 강경대응에 나섰다. 업무개시명령이 발동되면 발송일로부터 24시간 이내에 업무에 복귀해야 한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양경수 위원장이 11월 30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반헌법적 업무개시명령 철회 촉구' 화물연대 총파업 승리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양경수 위원장이 11월 30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반헌법적 업무개시명령 철회 촉구' 화물연대 총파업 승리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국가 경제’ 볼모 삼은 파업” vs “‘반헌법적’ 업무개시명령”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뉴스 빅데이터 분석시스템 ‘빅카인즈’에서 ‘업무개시명령’을 검색하자, 정부가 명령을 발동한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2일까지 1391건의 기사가 보도된 것으로 확인됐다. 날짜별로 보면, 업무개시명령이 발동된 29일 514건으로 가장 많은 기사가 보도됐으며, 이후 기사량이 점차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업무개시명령 관련 기사에 가장 자주 등장한 연관키워드는 ‘화물연대’였으며, 그 뒤는 ‘국무회의’, ‘국토교통부’, ‘시멘트’, ‘윤석열 대통령’, ‘총파업’ 등의 순이었다. 

눈에 띠는 연관키워드는 ‘국가경제’와 ‘반헌법적’이다. 두 키워드는 이번 화물연대 파업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시선을 대표한다. ‘국가 경제’는 주로 이번 파업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측에서 사용하는 표현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 지난달 29일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국민의 삶과 국가 경제를 볼모로 삼는 것은 어떠한 명분도 정당성도 없다”며 “더 늦기 전에 각자의 위치로 복귀해달라”고 호소했다. 

경영계 또한 마찬가지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이날 입장문에서 “정부가 국가 경제의 심각한 위기를 막기 위해 시멘트 분야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 것은 다행”이라며 “화물연대는 업무에 복귀해 물류 정상화와 경제 위기 극복에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반헌법적’은 업무개시명령 등 정부의 강경 대응을 비판하는 측에서 사용한 표현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소속 시멘트 수송 화물기사들은 업무개시명령 다음 날인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에서 “업무개시명령은 위헌 소지가 있고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반헌법적인 업무개시명령을 단호히 거부하며 정부의 탄압을 규탄한다”고 말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 또한 이달 1일 ‘업무개시명령’ 조항을 삭제한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하며 “업무개시 명령은 헌법이 정하고 있는 노동3권, 집회 및 결사의 자유, 직업선택의 자유, 일반적 자유를 침해하고 있어 헌법에 위배되는 조항”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11월 29일부터 12월 2일까지 보도된 '업무개시명령' 관련 기사의 연관키워드. 자료=빅카인즈
지난 11월 29일부터 12월 2일까지 보도된 '업무개시명령' 관련 기사의 연관키워드. 자료=빅카인즈

◇ “기업·서민 고통 가중” vs “정부 잘못된 노동관이 사태 악화”

화물연대 파업과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을 바라보는 언론의 입장도 양분됐다. 경제지와 보수 성향 매체는 업무개시명령이 불가피하다고 평가하는 반면, 진보 성향 매체는 정부의 대응이 지나치다며 비판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달 30일 사설에서 업무개시명령에 대해 “윤 정부의 원칙 대처는 늦었지만 불가피한 길”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업무개시명령은) 2003년 노무현 정부가 화물연대 파업을 겪은 후 더 이상은 안 되겠다며 만든 것”이라며 “당시도 1차 파업에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양보했다가 8월 2차 파업을 당한 이후에야 단호하게 대처했고, 그러자 운송 거부 차주들이 복귀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매일경제 또한 이날 사설에서 “화물연대 파업으로 시멘트 업계를 비롯한 중소기업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주유소에서는 휘발유·경유가 동나면서 서민의 발이 묶이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하겠다고 하니 중소기업과 서민들의 고통에 기름을 붓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매일경제는 이어 “정상적인 정부라면 이런 상황을 방치할 수가 없다. 업무개시명령은 당연한 의무”라며 “민주노총이야말로 불법 파업과 시위로 국가 경제와 법치를 무력화하는 반헌법적 행태를 중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정부의 강경 대응을 비판하는 매체도 적지 않다. 한겨레는 이날 사설에서 “업무개시명령은 형사처벌을 수반하는 법적 절차다. 노동자 처지에선 선전포고나 다름없는 강수”라며 “노조와의 대화는 강경 진압의 명분을 쌓기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했음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줄 뿐”이라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이어 “지난 6월 화물연대와 ‘안전운임제를 지속 추진하고 품목 확대 등을 논의한다’는 합의를 해놓고 5개월을 허송하다 결국 약속을 깬 것은 정부”라며 “정부는 안전이 위협받는 화물 노동자 현실엔 어떤 관심도 보이지 않은 채, ‘국민 볼모’ ‘경제 피해’ 운운하며 모든 책임을 화물연대 쪽으로 돌리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일보는 이번 업무개시명령이 윤 대통령의 노동관을 반영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이달 1일 사설에서 “전날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파업 참가 노동자를 ‘고소득층’, 불참 노동자를 ‘진정한 약자’로 구분했고, 외신 인터뷰에서까지 ‘강성노조 문화는 한국 사회의 심각한 문제’라고 잘라 말했다”며 “노조를 적대시하며 노동자들을 갈라치기하는 대통령과 정부의 인식이 사태를 출구 없는 코너로 몰아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한국일보는 이어 “6월 협상에서 ‘안전운임제 지속 추진과 품목 확대 논의’를 약속했던 게 다름 아닌 국토부였다. 상황이 달라졌다면 국회든 대통령실이든 협상이 가능한 쪽에서 나와 대화를 이어가야 한다”며 “화물연대와 민주노총도 파업 확대라는 초강수론 공감대를 얻지 못할 것임을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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