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는 모습. 사진=뉴시스
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올해 들어 부진했던 국내 증시가 4분기부터 뚜렷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39.14포인트(1.61%) 오른 2472.53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강력한 통화긴축의 영향으로 지난해 말부터 하락세가 이어졌던 코스피는 지난 9월 2200대가 무너지며 2155.49까지 떨어졌으나, 10월부터 반등하기 시작해 2500대 회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증시 반등을 이끈 것은 외국인 투자자다. 4분기 들어 매수세로 전환한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0월 3조3106억원, 11월 3조9114억원 등 두 달간 총 7조2220억원을 순매수했다. 지난 1~9월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매도한 금액(12조3291억원)의 절반이 넘는(58.6%) 규모를 두 달 만에 다시 사들인 셈이다. 

특히 지난달 30일에는 하루 동안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1286억원을 사들였다. 한때 30.45%까지 떨어졌던 외국인의 주식 보유 비중 또한, 10월 들어 31%대를 돌파하는 등 증가 추세를 보였다. 외국인 자금이 국내 증시로 돌아온 10월 이후 코스피는 2209.38(10월 4일)에서 2472.53으로 264.15포인트(12%)나 올랐다. 

다른 신흥국도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고 있지만, 한국의 추세는 더욱 뚜렷하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 10~11월 중국과 말레이시아를 제외한 대다수 아시아 신흥국에 외국인 자금이 유입됐으나, 그 강도(시가총액 대비)는 한국(0.26%)이 가장 강했으며 그 뒤는 대만(0.13%), 인도(0.12%), 인도네시아(0.11%) 등의 순이었다. 이 기간 주가지수 상승률 또한 한국이 11.7%로 가장 높았는데, 이는 신흥국 평균 상승률(4.5%)의 세 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4분기 들어 외국인이 국내 증시로 돌아온 배경에는 다양한 요인이 거론된다. 국제금융센터는 ▲신흥국 펀드의 중국 투자비중 축소 및 이탈자금의 주변국 유입 ▲고금리·강달러 현상 완화 ▲저평가된 IT업종에 대한 저가 매수세 ▲해외 투자은행(IB)의 한국 증시에 대한 긍정 평가 등을 꼽았다. 

특히 ‘차이나 런’은 최근 국내 증시를 부양한 가장 큰 동력으로 꼽힌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과 ‘제로 코로나’ 정책, 양안관계 및 미·중 갈등 심화 등 중국 리스크가 커지면서, 중국 증시에서 이탈한 자금이 한국을 대체 투자처로 삼았다는 것.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14일 “외국인 투자자가 9월말 이후 코스피에 46억 달러를 쏟아부었다”며 “미·중 간의 긴장이 지속되면서 한국의 기술주가 중국을 대신할 매력적인 대안으로 떠올랐다”고 분석했다.

반면 ‘차이나 런’이 핵심적인 원인은 아니라는 반론도 나온다. 정정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8일 보고서에서 ‘차이나 런’에 대해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해석”이라며 “역사적으로 외국인의 한국 주식 매수 구간에서는 중국 주식도 매수가 이어졌다”고 말했다. 정 연구원은 “(외국인이) 중국의 대체 시장으로 한국을 선택했다는 해석은 과도하다”며 “이 해석이 맞으려면 2~3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중국의 대만 침공’으로 해석될 때부터 변화가 확인됐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저평가된 IT주를 중심으로 저가 매수세가 이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지난 10~11월 두 달간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국내 주식은 삼성전자(2조2452억원)이었으며, 그 뒤는 LG에너지솔루션(1조2660억원), 삼성SDI(1조689억원), SK하이닉스(6426억원) 등의 순이었다. 국내 증시로 돌아온 외국인 자금 대부분이 반도체·2차전지 관련주를 매수하는데 집중된 것. 곽병열 리딩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한국증시로 유입된 외국인자금은 신흥국 전체에 대한 배분 성격보다는 한국 만의 차별화된 핵심주력 기업에 대한 저가매수 성격의 스마트머니”라고 평가했다. 만약 저가 매수가 외국인 자금 유입의 이유라면, 향후 매수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 확신하기는 어렵다. 

한편, 1일 낮 12시 현재 코스피는 전일 대비 6.87포인트(0.28%) 오른 2479.40을 기록 중이다. 외국인 투자자의 귀환으로 4분기 들어 기지개를 편 국내 증시가 연말까지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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