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 야적장에서 컨테이너를 실은 화물차가 운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8일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 야적장에서 컨테이너를 실은 화물차가 운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안전운임제를 둘러싼 정부와 경영계, 노동계 간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노동계는 안전운임제 영구화 및 적용 대상 확대를 요구하며 파업에 나선 반면, 경영계는 시장원리를 무시하는 안전운임제로 인해 수출경쟁력이 약화되고 기업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앞서한국무역협회·대한상공회의소·전국경제인연합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6단체는 지난 24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시장원리에 반하고 세계 유례가 없는, 결과적으로 우리 수출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산업기반을 와해하는 안전운임제는 즉각 폐지되어야 한다”며 “안전운임제는 화물차의 안전 확보에 거의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다양한 연구결과를 감안, 안전확보 노력은 안전운임제 도입 이외의 다른 과학적·실증적 방법으로 추진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안전운임제는 세계 유례가 없는 제도이다? (×)

안전운임제는 화물차주에 대한 적정한 운임을 보장해 과로, 과속, 과적 운행을 방지함으로써 교통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로 지난 2020년 1월 1일부터 3년 일몰제로 시행됐다. 경영계는 안전운임제가 해외에서 유사 사례를 찾기 어려운 한국만의 독특한 제도라고 주장해왔다. 실제 이준봉 화주협의회 사무국장은 지난 6월 MBC라디오에서 “안전운임제는 해외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없는 제도”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안전운임제와 유사한 제도가 시행된 해외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실제 호주의 경우 지난 2012년 ‘도로안전운임법’(Road Safety Remuneration Act)을 시행하면서 도로안전운임심사위원회(RSRT)를 꾸린 뒤 2016년 4월 안전운임제를 실제 도입한 바 있다. 다만 해당 제도가 일부 화주 및 개인사업자 차주 등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2주 만에 폐지됐고, 현재는 뉴사우스웨일즈(NSW)주에서만 운영되고 있다. NSW주는 지난 1989년부터 안전운임제를 시행해왔는데, NSW주 노사관계법 제6장에는 운임·운행시간 등 화물 운송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보장하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브라질 또한 지난 2018년 화물 운송 노동자의 총파업 이후 ‘화물 운송 최저운임법’이 제정·시행됐다. 해당 법안은 품목, 거리, 하역비용 등에 따라 최저운임을 지급하도록 강제하고 있으며, 위반 시 실제 지급된 운임과 최저운임 간 차액의 2배를 배상하도록 했다. 또한 컨테이너·시멘트 운송 차량에만 적용되는 한국과 달리, 브라질 최저운임법은 대부분의 품목에 적용된다는 차이가 있다.

국제운수노련(ITF)이 지난 2019년 발간한 보고서 “Delivering ‘Safe Rates’ in Today’s Road Transport Supply Chains”는 한국·호주·브라질 외에도 미국·캐나다·네덜란드 등 다수의 국가에서 시행 중인 안전운임제 및 유사 제도를 소개하고 있다. 캐나다의 경우,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서 ‘컨테이너 트럭법’(Container Trucking Act)을 통해 밴쿠버항 컨테이너 운송 노동자에 대한 최저운임제를 운영 중이다. 법안에 따라 지난 2014년 설립된 컨테이너운송감독청(OBCCTC)이 운송사업자에 대한 면허 발급 및 최저운임제 준수 여부 감독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안전운임제 시행(2020년) 이후 화물차 관련 교통안전지표 개선 효과. 자료=한국교통연구원
안전운임제 시행(2020년) 이후 화물차 관련 교통안전지표 개선 효과. 자료=한국교통연구원

◇ 안전운임제는 교통안전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 (△)

안전운임제는 교통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만약 경제단체의 주장대로 “안전운임제는 화물차의 안전 확보에 거의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해당 제도를 유지·확대할 명분도 없는 셈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안전운임제의 효과에 대해서는 아직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성홍모 한국교통연구원 물류연구본부 부연구위원이 지난 6월 국회토론회에서 발표한 ‘화물차 안전운임제 성과분석 및 활성화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에서 발생한 사업용 특수 견인차(트랙터)의 교통사고 건수는 안전운임제 시행 이전인 2019년 690건에서 2020년 674건으로 16건(2.3%) 감소했다. 사업용 특수 견인차의 교통사고로 인한 부상자 수는 같은 기간 1079명에서 991명으로 88명(8.2%) 줄어들었다. 다만 사망자 수는 21명에서 25명으로 4명(19%) 증가했다. 

과적단속 건수는 7502건에서 7404건으로 98건(1.3%) 감소했으며, 과속단속 건수는 220건에서 224건으로 4건(1.8%) 증가했다. 전반적으로 사고·단속건수가 감소하는 경향이 나타났지만, 교통안전이 개선됐다고 말하기에는 아직 부족한 수준이다. 

다만 해당 연구는 2018~2020년 3년간의 교통안전지표를 비교한 것으로, 안전운임제 시행 이후의 자료는 2020년 1년만 포함됐다. 2021~2022년은 코로나19로 교통량이 크게 감소한 만큼, 안전운임제의 효과를 확인하기 어렵다. 성 부연구위원은 “사업용 특수 견인차(트랙터)의 사고건수가 소폭 감소세로 전환됐으나, 교통안전지표의 뚜렷한 변화는 없다”면서도 “제도 시행기간이 짧아 단기간의 교통안전 개선효과를 확인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호주에서 안전운임제가 도입 직후 폐지된 것을 이유로, 안전운임제의 효과가 미미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실제 호주의 안전운임제는 2016년 4월 7일 도입 이후 2주 만인 21일 폐지됐다. 당시 교통부 장관으로 재임 중이었던 대런 체스터는 2016년 4월 18일 “안전운임제는 운송산업의 안전은 개선하지 못하면서 개인사업자에게 피해만 끼치고 있다”며 폐지 이유를 설명한 바 있다. 미카엘라 캐시 당시 호주 고용부 장관 또한 “모두가 대형 화물 운송산업이 더 안전해지기를 바라지만, 분명한 것은 중앙에서 고정된 운임을 강제하는 정책이 정답은 아니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2주라는 짧은 기간 동안 교통안전 개선 효과를 파악할만한 자료가 축적되기는 어렵다. 당시 호주에서 안전운임제가 폐지된 가장 큰 이유는 '미미한 교통안전 개선 효과'가 아니라 '개인사업자 차주의 피해' 때문이었다. 피고용 차주에게는 안전운임제가 적용되지 않아 자가차량을 소유한 개인사업자 차주의 일감이 줄어드는 문제가 발생했던 것. 호주 소기업 및 가족 기업 옴부즈맨(ASBFEO)이 2014년 발간한 보고서에서도 개인사업자 차주의 피해가 안전운임제의 가장 큰 부작용으로 지적됐다.

호주의 안전운임제 폐지는 정치적 이유 때문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실제 2015년 총리에 취임한 맬컴 턴불 전 자유당 대표는 대표적인 보수성향 정치인으로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안전운임제 폐지를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데이비드 피츠 호주 브리즈번 그리피스 대학교 고용관계 명예교수는 지난 6월 국내에서 열린 안전운임제 관련 대담회에서 “호주 연방 선거에서 후보가 폐기 공약을 이용한 특수상황이었다”며 안전운임제 폐지는 정치적인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검증결과] 대체로 사실 아님. 한국이 안전운임제를 처음 시행한 국가는 아니며, 해외 여러 국가에서 안전운임제와 유사한 제도를 운영했거나 현재도 운영 중이다. 안전운임제가 국내에 도입된 이후 교통안전지표 개선 효과는 뚜렷하지 않지만, 아직 자료가 충분이 축적되지 않은 만큼 그 효과를 단정하기는 이르다.

 

※ 참고자료

호주 교육·고용·노사관계부 홈페이지(ministers.dese.gov.au)

“화물차 안전운임제 성과분석 및 활성화 방안”, 성홍모 한국교통연구원 물류연구본부 부연구위원, 2022

“Inquiry into the effect of the Road Safety Remuneration Tribunal’s Payments Order on Australian small businesses”, 호주 소기업 및 가족기업 옴부즈맨(ASBFEO), 2014

“Delivering ‘Safe Rates’ in Today’s Road Transport Supply Chains”, 국제운수노련(ITF),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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