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 평균 예대금리차 추이. 자료=은행연합회
국내 은행 평균 예대금리차 추이. 자료=은행연합회

[이코리아] 금융소비자의 이자 부담을 덜기 위해 지난 3분기 예대금리차(예금금리-대출금리) 비교 공시가 시작됐음에도 불구하고, 예대금리차가 8년 만에 가장 크게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공시제도만으로 금리인상의 여파를 상쇄하기 어려운 만큼, 향후 격차가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8일 금융감독원이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와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올해 3분기말 잔액 기준 국내 은행의 평균 예대금리차는 2.46%포인트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14년 2분기(2.49%포인트) 이후 8년 만에 최대 수준으로 벌어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예대금리차 비교공시는 지난 8월부터 시행됐다.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인해 은행권의 ‘이자 장사’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되자, 예대금리차를 투명하게 공개해 금융소비자의 이자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취지에서 도입된 것.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시행을 두 달 앞둔 지난 6월 “금리는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결정되고 있지만, 금리 상승기에는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어 은행들의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비교공시가 처음 시작된 올해 3분기 예대금리차는 오히려 8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비교공시 제도가 시행되고, 금융당국도 은행권에 대출금리 인상 자제를 강력하게 권고했음에도 불구하고 격차를 좁히지는 못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금리상승기 예대금리차는 자연스럽게 확대되는 경향이 있는 만큼 비교공시만으로 대응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간한 ‘우리나라 은행의 예대금리차 변동요인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1%포인트 오를 때 잔액 예대금리차는 0.245%포인트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 대부분은 변동금리인 반면, 예금은 요구불예금·수시입출금예금 등우 금리가 낮은 저원가성 예금의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금리상승기에는 대출금리가 예금금리보다 빠르게 오르면서 예대금리차가 확대될 수밖에 없다.

다만 4분기 들어 예대금리차 확대 추세는 점차 둔화되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10월 국내 일반·국책·인터넷전문은행 19곳의 평균 예대금리차(기업대출 포함)는 1.64%포인트로 전월(1.95%포인트) 대비 0.31%포인트 하락했다. 가계예대금리차는 같은 기간 2.26%포인트에서 1.80%포인트로 0.46%포인트나 하락했으며, 정책서민금융을 제외한 가계예대금리차도 2.09%포인트에서 1.60%포인트로 0.49%포인트 감소했다. 3분기말 정점에 달했던 예대금리차가 4분기 들어 급격하게 줄어든 만큼, 비교공시의 효과가 두 달의 시차를 두고 나타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한국은행 또한 이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결정한 만큼, 예대금리차 확대 압력이 다소 약화될 가능성도 있다. 

물론 예대금리차가 연말까지 계속 축소될 것이라 확신하기는 이르다. 무엇보다 금융당국이 ‘역머니무브’를 우려해 은행권에 예금금리 인상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공격적인 수신금리 인상 경쟁으로 인해 시중자금이 은행으로 몰리면서, 오히려 대출금리가 상승하고 2금융권에 자금이 부족해지는 부작용이 나타났기 때문. 실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25일 “금융권의 과도한 자금확보 경쟁은 금융시장 안정에 교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업권 내 과당경쟁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금감원은 지난 24일 예대금리차 비교공시 신설 등의 내용을 담은 ‘은행업 감독업무 시행 세칙’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그동안 법령상 근거 없이 ‘행정지도’의 형태로 시행됐던 예대금리차 비교공시가 다음 달부터는 의무 시행되는 셈이다. 법적 근거를 갖춘 예대금리차 비교공시 제도가 3분기 치솟은 예대금리차를 연말까지 다시 좁힐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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